벌써 두가지 뇌물을 받았다.
어제, 월요일 이번 학년 들어 처음 야자가 있는 날. 지난 금요일 토요일 상담한 15명에 아픈 아이 둘을 보냈다. 지난 주 미처 상담을 못한 아이들이 와서 오늘 알아보고 학원을 끊을거라는 둥... 야자를 빼달라는 뜻을 비췄다. 나름대로 기준이 필요하겠다 싶어 내가 내뱉은 궁색한 답변은 "이번 달 야자 상담은 지난 주 금요일 토요일 끝났으니 다음 기회를... " --;
어제 삼랑진 할머니 댁에 가서 직접 따온 것이라며 ㅇㅈ가 싱싱한 딸기 한 상자를 주고 갔다. 학원이나 과외 심지어 독서실을 간다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학교에선 도저히 공부가 안된다'는 이유로 야자를 빼달라던 ㅇㅈ... 그렇다면 이건 일종의 뇌물?
오늘부터 당장 야자를 빼야하는데.. ㅇㅈ의 당당하고 명분있는 이유가 내겐 부담스러웠다. 물론 다른 아이들시선을 의식했기 때문. 결국 내 입장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치사한 방법을 썼다. 그리고 궁색하고 명분없는 담임 왈 "일단 이번주엔 한번 적응해봐라" 아 =333 언제쯤...
2학년 담임샘들 회식을 가려고 막 나서는데 부장샘께서 아저씨(총각인가?) 한 분과 함께 오셨다. 5층 독서실에 에어컨 설치 때문에 우리반 천정에 잠깐 볼일이 있으시단다. 야자시간인데? 그리고 20분쯤 후엔 아이들 저녁 먹어야하고.. 천정을 뜯는다면 먼지랑 석면가루는? 일하시는 분과 상의해서 저녁을 먹인 후 19시에 우리 반만 왕창 다 보내기로 했다. ㅋㅎㅎㅎ 아이들이나 나나 왕재수!!
오늘 아침, 막 교실에 올라가려고 하는데 ㅅㅈ이가 왔다. (보충 수업도 안 하고 제빵학원 다닌다.) 빵이 든 봉지를 하나 꺼내더니 "어제 제가 구운 거예요" 앗, 이것도 뇌물? 그러나 너무 감동적이 뇌물이라 쉽게 먹어버릴 수가 없다. 아끼고 아끼다 4시쯤에 다른 샘들 하나씩 드린 후 꼭꼭 씹어 먹었다. 이런 감동적인 뇌물! ㅠㅠ 보충, 야자 빠지는 건 아이들의 당연한 권리이거늘... 이 아이들의 마음은...
그나저나 아이들 야자 빠지는 문제로 이번주 안에 부모님들께 의논 전화를 드리기로 했는데 어쩌나... 에구.. 언제나처럼 정말 이런 일로는 통화하기 싫다.
이렁저렁 하는 사이 매화가 피어버릴까..걱정이 되어 오늘 종례 시간엔 '매화꽃 처음피는 날 알아맞추기'로 3월 깜짝 이벤트를 시작했다. ㅊㅇㅇ 샘께 여쭤봤더니 이번 주 안에는 안 필거라고 하셨다. 적당한 시점이다. 뚝딱뚝딱 유인물을 만들어 8일에서 17일사이 언제 매화꽃이 필지 맞춰보라고 했다. 분홍색 종이에 아이들 이름과 날짜를 써넣고 ㅇ표 하셈~ 당근, 당근으로 유혹하고!
내 의도대로 내일 아침 등교할 때 교장실 앞 화단에 맺힌 매화봉오리에 아이들이 가벼운 눈길이라도 한번 보내야할텐데... '그날'을 기다리며 아침마다 설레며 매화를 봐주면 더 좋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