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8. 18. 목. 날씨? 내 맘처럼 오락가락함.. 전체적으로 흐린 가운데 비가 왔다, 해가 보였다.. 그나마 바람 시원한...내일은 비가 엄청 온다는 소식 어쩌나..
나의 몸을 이용한 원초적 여행... 언젠가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걷기 여행이었다. 이렇게 얘기하니 뭔가 엄청 거창해보이지만...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겨우 4일동안이다. (일요일 내려갈거니까 실은 삼일.. 거기다 오늘도 빼면 꼬박 걷는 건 이틀 정도 되려나)
중국 다녀온 후 여행기를 하루하루 미루며 그저 방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 어제 갑자기 도보여행 중인 두분 샘과 연락이 닿아 합류하기로 했다. 집에서 가까운 기차역을 두번이나 오락가락하며 표를 예매하며 나름대로 분주하게 오후를 보내고.. 조카 녀석이랑 추리문학관을 갔다면 아마 없었을 일정을 계획하게 되었다.
6시 13분, 천안행 기차...새벽 한 시 즈음까지 허영만화백의 '食客'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세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준비... 시간 넉넉하게 기차를 타면서 첫 기차로 끊을껄 후회했다. 간만에 기차에서 일출을 보는 것도 좋았을걸.. 잠이 쏟아졌다. 여행을 하면서는 왠만하면 잠을 안자려고 노력하는 타입인데 8시경에야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김천 즈음에서 연세 지긋하신 전도사 할머니랑 집사 할머니의 기차표를 잃어버리셨는지 아웅다웅 충청도 말로 입씨름을 하는 통에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다른 승객들도 할머니들의 말다툼에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난 눈치... 충청도 할머니들의 말싸움.. ㅋㅋ 외람되게도 참말로...귀여우시다...
천안 역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15분경.. 여기서 다시 장항선을 타고 홍성에서 내려야한다. 장항선.. 처음 타 본다.. 충청도 지역의 기차는 어떨까.. 늘 경부선만 타봐서리.. 예매할 때 특별히 부탁한 '창가 내 자리'에 왠 젊은 총각들이 앉아있다. 주위에 가득 친구인 듯 보이는 학생들이 진을 치고서는 자리를 바꿔달란다... 흠.. 창가자리라면 바꿔주겠다 했더니 창가자리, 그러니까 원래 내 자리에 앉아있던 녀석의 친구가 27번 표를 보여주며 창가자리라 했다. 8호차 27번 자리인데 6호차로 잘못 알고 갔다가 다시 물으러 가는 번거로움 끝에 바꿔준 자리로 찾아갔더니 글쎄.. 녀석들이 바꿔준 자리에는 왠 아가씨가 앉아있었다. 그 녀석들이 두 사람 모두에게 27번 자리로 바꿔준 모양.. 이런...^(%*%&$^% 게다가 28번 자리에는 입석 할머니가 앉아계셔셔 '제 자리입니다' 할 수 없었다. 양보.. 해드렸다... 할머니가 내린 후에도 내 창가 자리를 찾을 수는 없었고... (나는 창가자리 중독증이 있다. 버스건 비행기건.. 모두 창가자리에 앉는걸 무쟈게 좋아한다. 이름하여 '창가 자리 밝힘증')
충청도, 전라도로 이어지는 낮으막한 산들과 평야들..경부선으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풍광이었다. 안온하고 따듯하게 감싸주는 것 같은.. 창가 자리도 아니어서 경치 보기를 포기하고 씨네 21에 눈을 박고 있다가 가방을 챙겨들고 열차 사이 막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끄럽고 화장실 냄새가 좀 나긴 했지만 들녁이 한눈에 들어왔다...
홍성 시외버스터미널은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 안면도 가는 버스에 오른 것은 1시.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넓은 들녁이 촉촉히 젖어든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 졸다가 창밖을 보다가.. 그렇게 그렇게 이곳까지 왔다. 3시 10분.. 도착.. 마침내 왔다. 안면 시외버스터미널..
전화를 했더니 히치해서 샘들이 있는 곳까지 오란다... ㅈㅎ샘 왈 "히치 가능한 미모... 그러나 납치 걱정은 하지는 않아도 될 외모니까 자신있게 해보세요. 화이팅!!" ".....--;" 까짓거 해보지 뭐.. 처음해보는 것도 아닌데... 근데 어떤 자세로 하더라.. 너무 오랜만이라.. 일단 엄지를 치켜세우고.. 차가 서면 아저씨..10분 정도만..좀 태워주세요..
탔다!! 탄 것까진 좋은데 타고 나서 아저씨랑 나눌 말이 없어 어찌나 뻘쭘하던지.. 멀리서 두 사람들 발견했을 때 무지 반가웠다. 한 눈에 알아봤으니.. 하긴 가방에 한반도기를 꽂고 도로변을 걷고 있는 두사람은 도드라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한반도기.. 왠??? ㅇㅈ샘이 8.15축전에서 가지고 온 것이란다. ㅋㅋ
오늘, 도보여행 첫날.. 10km정도 걸었다. 다리는 아프지 않은데 어깨가.. 짐을 가볍게 꾸려야한다는 말이 맞구나.. 담번엔 진짜 꼭 필요한 물건만 꾸려야지.. 비가 온다는 바람에 옷가지며 우산이며 우비며.. 준비물이 늘어났다. 아침에 집에서 가지고 나온 고구마 하나, 복숭아 하나로 점심을 때운 탓에 배도 고팠다. 우렁 된장찌게와 김치찌게로 저녁 맛있게 먹고 샤워하고 빨래하고...
내일을 어디를 걸어다닐까.. 겨우 이삼일이 되겠지만 씩씩하게 이 국토를 두발로 느끼고 뿌듯하게 돌아가야지.. 두 분 샘이 성가셔하지 않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