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읽은 소설책이었는데 재밌었다. 심리묘사, 정황 묘사가 세밀한 만연체의 문장이 더러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함께 호흡하도록 하는 힘이 대단했다. 이런 맛에 소설책을 읽는구나 싶었다. 이런 소설의 재미를 열고 들어가면, <내 생애의 아이들>은 열정, 순수, 무언가에 마음을 쏟고 교감하는 일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한다.

빨아둔 장갑이 마르지 않아 맨손인 채로 아이를 보내고는 일하는 내내 아이의 손이 시릴 걱정에 잠시 짬을 얻어 털장갑을 들고 교실로 찾아온 엄마, 크리스마스에 선생님께 선물을 하고 싶지만 드릴 것이 없어 울상이다가 눈보라를 헤치고 찾아와 엄마가 고이 간직해둔 손수건 한 장을 건네주고 무척 기뻐하던 아이, 저 멀리 지평선에서 까만 점으로 시작하여 졸졸졸 학교로 흘러오는 아이들을 매일 바라보는 선생님, 선생님에게 사랑의 열병(?)을 앓다가 선생님이 떠나 기차 안으로 야생화로 만든 꽃다발을 던져주던 아이까지. . . 이들의 모습을 좇아 달리듯 책장을 넘겼다. 가슴이 뛰고 숨이 차다^^

다시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리뷰를 쓰다 보니, 어릴 때 엄마가 짜주셨던 털장갑이 생각난다. 처음엔 좋아라 끼고 다니다가 몇 해 지나 다른 애들의 장갑에 비교하면서 슬며시 안 끼고 다녔었는데... 그리고 스승의 날 선생님께 양말 몇 켤레를 건네며 이 선물을 좋아하실까 마음 졸였던 기억도 난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구나^^ 아~ 좀 들뜨고 어설퍼 창피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을 살았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들리며 피는 꽃 - 2005년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권장도서
문경보 지음, 윤루시아 그림 / 샨티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책이든, 영화든 어떤 것에 눈물을 흘리는 일이 거의 없다.너무 감성이 메마른 게 아닐까 한때 고민이기도 했을 정도로^^; 그러니 어쩌다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릴라 치면 그건 굉장한 사건이다, 바로 이 책이 말이다!

정확히 26쪽을 읽다가 가슴이 벅차 울컥 했다. 반에서 꼴찌하는 아이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자랑스럽게 내보인 일이 별로 없이 늘 무시당하고 교사와 부모의 한숨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학교 축제에서 연극을 하기로 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며 아이들이 못 하면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 연극할 내용을 책으로 읽어줬는데 아이들이 기억을 못하자 프로젝트를 이용해 그림을 보여주는 식이다. 글을 읽을 줄 모르고 말을 더듬는 아이들은 내용을 몽땅 외워버리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각자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한다, 잘 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드디어 공연날, 기대반 우려반 속에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감동하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환호가 그치자 한 아이가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읽었다. '꼴찌고 바보지만, 그래도 너희들은 남에게 줄 것이 있다고, 너희들이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고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습을 하는 동안 우리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자신감 없던 아이들이 공연을 함께 만들며, 사람들 앞에 자신들을 보여주며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 느낌이 전해져 책을 놓아두고 생각에 잠겼다. 사회생활 하며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내 모습도 떠오르고, 자원활동으로 공부를 가르치며 만나던 한 아이도 생각나고... 그 애는 대학에 들어갔는데 가정환경 탓인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한다, 친구들 사귈 때도 그렇고 아르바이트 구할 때도 그렇고. 제 몫을 타고났을 아이가 활짝 웃지 못하는 게 늘 안타깝다. <흔들리며 피는 꽃> 시처럼 비바람에 흔들려도 자신의 꽃을 세상에 피워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이야기 말고도 글 하나 하나에 나온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그 아이들과 선생님의 관계맺음에 책을 읽는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가 슬며시 웃었다가 하며 며칠 동안 이 책을 품에 안고 있었다. 제목에 마음이 흔들~하신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디고 아이들 - 새로운 아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2006년 동아일보 선정 자녀교육 길라잡이 20선
리 캐롤 외 지음, 유은영 옮김 / 샨티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부제처럼 ‘새로운 아이들’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한 보고서이다. 새로운 아이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우리에게 선사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고 지구의 의식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한다. 인디고, 즉 남색 파동을 띠는 이 아이들은 독립심이 강하고 자유를 추구하며 감성적으로 예민한데 이러한 특성을 존중받아야 자신들의 재능을 펼쳐낼 수 있고, 인디고 아이들을 제대로 대해주는 것,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은 인간의 본성, 직감을 깨우는 것이라고 한다.

직접 목격한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인디고 아이들이 많이 출현하고 있는 현상을 말하고, 무엇을 체크해 보면 그 아이들을 알아볼 수 있는지, 그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엄마의 고민, 선생님의 고민도 함께 엮었다.

2장에는 인디고 아이들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 다룬 여러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교육, 즉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저자들 외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연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많은 정보를 줄기를 잡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3장은 인디고들의 영적 자질에 대한 글인데, 영성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로웠고, 그런 아이들을 약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 책을 비롯한 많은 논의와 연구들을 통해 ‘새로운 아이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키워줄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성만이 강요된 20세기를 지나오며 직관에 따르는 삶이나 자유를 추구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있는데 그런 욕구를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내 자신이, 내 아이가 그런 삶을 살아가도록 힘을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든 정도가 아니라 이런 의문을 세상에 던진 이 책이 고마웠다. 하지만 관심 있는 주제라고, 신문 기사에 혹하여 달려들었다가 1장을 못 넘긴 사회과학 책이 한 두 권이 아니었던지라 선뜻 읽어보지 않았다. 어느 날 전철에서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저렇게 조그맣고 간결한 책이었구나, 저 정도면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국가와 전쟁을 비판하는 2장까지는 읽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겨우 읽고 ‘역시 내게 인문서는 어려워...’하며 접어두었다. 책제목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들었다, 읽고 싶다, 정말 읽고 싶어. 다시 마음먹고 읽었을 때, ‘발전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3장과 일과 소비가 아닌 진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4장을 밑줄 그어가며 아주 잘 읽었다. 휴~ 다행이다^^부록에 실린 영어회화의 이데올로기 또한 평소 영어의 권력에 대한 내 불만에 호응해준 글이라 잘 읽었다.

경제가 발전하지 않으면 우리가 풍요롭지 못할 것처럼 협박(?)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기술발전과 함께 최신식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화려한 모습이 광고를 도배한다. ‘새로운 제품을 사지 않으면 만족한 생활이 불가능한 그런 사회’에서 무언가를 사야만 나도 행복해질 것 같은 갈증이 자꾸 커진다. 어릴 때부터 경제 감각을 길러줘야 한다고 어린이를 위한 경제 책이 등장하였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진짜 가르쳐줘야 할 것은-지금 내가 절실히 느끼는 바와 같이-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그 일을 하며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돈으로 따져지는 행복이 아니라, 자기 삶을 즐길 때 느끼는 행복의 맛, 그것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말한 것 중에 대항발전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대항발전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경제 이외의 인간활동, 시장 이외의 모든 즐거움, 행동, 문화, 그런 것을 발전시키자. ‘발전시키다’라는 말이 타동사가 된 것에 대해, 타동사도 자동사도 아닌 ‘대화적 동사’ 혹은 ‘함께 산다’의 ‘함께’를 이용하여 공동사(共動詞)를 만들자. 값이 매겨져 있지 않은 즐거움, 사고파는 일과 관계가 없는 즐거움을 되찾자, 돈을 받는다는 것도 아니고, 일의 내용으로 존경을 받는다는 것도 아닌 본래 일의 즐거움, 일 자체의 즐거움을 되찾자.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직장에 온종일 매여 있어 피곤하다며 퇴근 후엔 텔레비전 보느라 저녁시간을 다 보내는 나에게 다음 두 가지 말이 의미심장했다. 텔레비전을 켜고 ‘문화’를 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화를 창조하라는 것 그리고 진짜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하는 시간이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지금 이렇게 리뷰를 쓰는 시간이 진짜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운 너를 안고 달린다
신현림 지음 / 나무생각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봄햇살이 좋은 4월 말, 집에 다니러 갔을 때 변함없이 그 곳에 있던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시집을 만났다. 시집을 읽고 너무 좋아서 서울에 올라오는 길에 바로 샀다. 책장에 꽂힌 책을 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보낸다. ‘이런 보물을 발견하다니!!’

알라딘에는 책표지가 나오지 않아 아쉬운데, 올해 한권의 책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에곤 쉴레의 그림이 실린 붉은색 표지다. 고독한 듯 자기애에 빠진 듯 묘한 느낌이 드는 표정의 여인 그림이 좋다. 표지 안쪽에 있는 신현림의 사진도 맘에 든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가만히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한 그 표정. 머리말에 작가가 오후 4시 20분을 ‘쓸쓸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때’라고 멋지게 말한 것처럼 그녀의 표정이 그렇게 쿨~해 보인다.

신현림이 사랑하는 시와 그 옆에 시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들을 써 두었는데, 시를 읽으며 세상을 알아가는 작가의 마음이 참 곱게 느껴졌다. 그 시가 어떻고, 자신에게 그 시가 어떤 위로와 용기를 주었는지를 적어놓은 짧은 글들은, 내가 쓸쓸할 때나 외로울 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이 시집을 읽은 다음 이전에 나온 신현림의 시집들을 찾아 읽었고, 사진에 관심을 가지며 그녀가 내놓은 책들도 다 읽었다. 어느 책에서나 이 시집에서 처음 알게 된 그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은 하하^^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녀의 매력! 사진에세이를 읽고 신현림을 좋아하게 된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 삶을 지탱해주는 향기였고 잠든 혼을 일깨우는 각성제’로 그렇게 시를 사랑한 신현림을 알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