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든 정도가 아니라 이런 의문을 세상에 던진 이 책이 고마웠다. 하지만 관심 있는 주제라고, 신문 기사에 혹하여 달려들었다가 1장을 못 넘긴 사회과학 책이 한 두 권이 아니었던지라 선뜻 읽어보지 않았다. 어느 날 전철에서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저렇게 조그맣고 간결한 책이었구나, 저 정도면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국가와 전쟁을 비판하는 2장까지는 읽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겨우 읽고 ‘역시 내게 인문서는 어려워...’하며 접어두었다. 책제목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들었다, 읽고 싶다, 정말 읽고 싶어. 다시 마음먹고 읽었을 때, ‘발전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3장과 일과 소비가 아닌 진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4장을 밑줄 그어가며 아주 잘 읽었다. 휴~ 다행이다^^부록에 실린 영어회화의 이데올로기 또한 평소 영어의 권력에 대한 내 불만에 호응해준 글이라 잘 읽었다.

경제가 발전하지 않으면 우리가 풍요롭지 못할 것처럼 협박(?)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기술발전과 함께 최신식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화려한 모습이 광고를 도배한다. ‘새로운 제품을 사지 않으면 만족한 생활이 불가능한 그런 사회’에서 무언가를 사야만 나도 행복해질 것 같은 갈증이 자꾸 커진다. 어릴 때부터 경제 감각을 길러줘야 한다고 어린이를 위한 경제 책이 등장하였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진짜 가르쳐줘야 할 것은-지금 내가 절실히 느끼는 바와 같이-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그 일을 하며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돈으로 따져지는 행복이 아니라, 자기 삶을 즐길 때 느끼는 행복의 맛, 그것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말한 것 중에 대항발전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대항발전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경제 이외의 인간활동, 시장 이외의 모든 즐거움, 행동, 문화, 그런 것을 발전시키자. ‘발전시키다’라는 말이 타동사가 된 것에 대해, 타동사도 자동사도 아닌 ‘대화적 동사’ 혹은 ‘함께 산다’의 ‘함께’를 이용하여 공동사(共動詞)를 만들자. 값이 매겨져 있지 않은 즐거움, 사고파는 일과 관계가 없는 즐거움을 되찾자, 돈을 받는다는 것도 아니고, 일의 내용으로 존경을 받는다는 것도 아닌 본래 일의 즐거움, 일 자체의 즐거움을 되찾자.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직장에 온종일 매여 있어 피곤하다며 퇴근 후엔 텔레비전 보느라 저녁시간을 다 보내는 나에게 다음 두 가지 말이 의미심장했다. 텔레비전을 켜고 ‘문화’를 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화를 창조하라는 것 그리고 진짜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하는 시간이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지금 이렇게 리뷰를 쓰는 시간이 진짜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