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쓴 적이 있는데, 페미니즘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이번에 읽고 이야기를 나눈 책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오만과 편견>을 앤의 서재에서 나온 책으로 읽었는데 번역이 괜찮은 것 같아서, <자기만의 방>도 이 출판사 책으로 읽어보았는데 괜찮았다. 뒤늦게 열린책들 책에 희진샘 해설이 실린 걸 알게 되어서, 요즘 이 책 통필사를 시작했는데 공경희 님 번역 원래 별로 안 좋아하기도 했고, 여전히 별로다.. 희진샘 해설은 좋다. 전에는 이민경 님이 번역한 민음사 쏜살문고 버전으로 읽었는데, 셋 중엔 앤의 서재 번역이 가장 읽기 좋았다. 모임 멤버에 의하면 버지니아 울프 전집을 낸 솔 출판사 버전도 괜찮았다고. 



<오만과 편견>은 얼마전 모임에 합류한 멤버가 이거 '그런 책' 아니냐며 같이 읽어보자고 해서 읽게 됐다. '그런 책'의 의미가 뭐냐 하니까, 페미니즘 관련도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여성의 독립성, 당시 여성의 모습과 한계 그런 게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영 틀린 말은 아닌데, 사실 <오만과 편견>을 그냥 몇 커플이 잘 결혼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것에 대해 좀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여성들이 결혼에 총력을 다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재산이 남성, 특히 장자에게만 상속되었던 제도), 당시의 결혼이라는 것은 '낭만적 사랑' 의 산물이 아닌 여성의 향후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계기가 되었으므로 결혼에 총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것, 결혼에 부와 명예, 가족관계 등 많은 것이 걸려있으므로 그에 관한 이야기가 당시의 사회상을 잘 보여준다는 점, 이런 방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썼다는 것, 과하게 재미있게 써서 그냥 재미있게 읽고 끝나버리는 일이 많다는 것 등등.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롯의 선택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봤다. 어릴 때 읽었을 때는 샬롯이 왜 그렇게 이상한 남자를굳이 선택했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들 중년의 나이에 읽어서 그런지 어쩜 그리 현명한 선택인가, 찾아온 기회를 잘 거머쥔 것이다 라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했다. 


엘리자베스가 지금 봐도 당당하지만, 당시엔 정말 당당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다아시가 문학사에서 '나에게 이런 모욕을 준 건 네가 처음이야' 의 첫 인물이 아니었을까 뭐 이런 이야기도 해 보았고... 


어릴 때 읽었으면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의견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었을까_ 라는 나의 질문에는 모두가 절대 겪어보기 전에는 느낄 수 없었을 거라고 하여 조금 씁쓸했다. 그래도 나는 결혼을 생각하는 미혼 여성에게 꼭 이 책을 권할 예정이다 (...) 


   















이 책을 읽다가는 오만과 편견에 19금 농담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이 사실을 기쁘게 공유했다.  


빙리 양과 다아시의 대화. 



"펜이 말썽인가 봐요. 제가 고쳐 드릴게요. 제가 펜을 아주 잘 고치거든요."


"말씀은 고맙지만, 내 것은 늘 내가 고칩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펜이 페니스의 은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펜을 잡고 쓸 때 가끔 불쾌한데 ... 

(특히 요즘 만년필로 필사하고 있어서) 

어쨌든 저런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 받다니. 저 둘의 대화도 베넷 부부의 대화만큼이나 의미심장하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빙리 양도 빙리 양이지만 다아시의 답이 더욱 ..... 하다. 




<오만과 편견>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하다보니 <자기만의 방>은 좀 후루룩 지나갔는데.. 

일단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 그러니까 정신적인 것 혹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실질적인 것이 있어야 그 다음도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여성들이 물질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거나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예전보다는 좀 나아진 듯 하나 여전한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는 다른 글도 그렇지만 생각을 잘 정리해서 내놓는 타입은 아니라서.. 다시 읽어보니 <자기만의 방>에도 참 많은 생각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하더라. 다시 읽어보니 그게 잘 느껴져서 오히려 좀 어려웠다.

그래서 천천히 보려고 희진샘 해설이 들어간 열린책들 버전으로 통필사를 시작했다. 해설 포함 200페이지 정도지만 이미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해설까지 다 끝내면 뿌듯할 것 같다. 





얼마 전 2장 시작 (총 6장까지 있음).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져서 














이 책들을 담아뒀다. 

타 색빌 웨스트의 아들이 썼다는 오른쪽 책은 절판.. 우주점에서 주문했는데 상태 안 좋다고 취소됨 ㅠㅠ 




아, 다음 번에는 이 책을 읽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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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4-07-23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글씨가 참 예뻐요😄 아니 근데 펜이 그런 뜻이라니...저는 다미여를 사놓고 왜 아직 0페이지 읽었을까요ㅠㅠ 언제나 읽으려나...

건수하 2024-07-23 18:58   좋아요 1 | URL
펜이.. 그렇다더라고요. 그러고보면 철자는 같고... 뭔가 나오는 것도 같... (악!)

이번에 제인 오스틴 책 다시 읽어보니 다미여 읽은 보람이 있더라고요 :)
사두셨으니 언젠가 읽으실겁니다!

라로 2024-07-24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빙리양과 다아시가 저런 대화를 했었나요??? ㅎㅎㅎㅎ 새삼스럽네요. ㅎㅎ 저는 2주 전에 제인오스틴 북클럽이라는 영화를 다시 봤어요. 예전에도 봤는데 다시 보니 정말 새롭더군요. 책을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고, 영활 봐도 본 것 같지 않고,, 나이 때문일까요?? 저는 요즘 무조건 나이 탓을 하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

건수하 2024-07-24 15:16   좋아요 0 | URL
다아시가 편지를 쓰는데 빙리 양이 옆에서 참견(?)하는 장면이에요 ㅎㅎ 사실 전 방에서 한 바퀴 도는 것 (몸매를 자랑하는 것) 에 대한 대화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건 그냥 지나갔었던 장면이었어요. 정말 19금 농담의 의미였을까, 독자가 과하게 의미 부여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저도 요즘 부쩍 이미지와 키워드는 떠오르는데 고유명사가 떠오르지 않아서, 나이를 실감하고 있답니다 ㅠㅠ 앞으론 점점 심해지겠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