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변증법 - 페미니스트 혁명을 위하여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지음, 김민예숙.유숙열 옮김 / 꾸리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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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날카로운 시각과 분석에 감탄하며 읽었다. 



그런데 파이어스톤이 제시한 이상적인 사회를 보며 의구심을 키우던 나는 



우리는 혁명 후의 체제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의 목적을 위하여 우리는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유연성과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가정할 것이다. (295쪽)



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마리아 미즈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에서 갑자기 (라고 하기엔 내가 그 책을 15년도 더 지나서 읽은 것이긴 한데) 자급자족을 외치는 것을 알았을 때에 비하면 약간 덜 충격적이긴 했는데... 역시. 처음부터 이게 가능한 걸까 하고 품었던 불신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동안 책을 다시 펴지 못하다 어제 다시 펴서 마저 읽었다. 가정이 많이 들어가지만, 1960년대 말과 비교하여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할 확률이 더 낮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상이란 필요한 것이다. 이상이 있어야 그 다음이 있지 않겠는가. 이 책에 담긴 그녀의 생각이 남성 육아휴직, 기본소득, 차별금지법 등으로 구현되거나 논의되고 있다는 말을 보니 더욱 그 생각이 굳어졌다. 



1970년에 비해 2023년 인간 사회는 얼마나 진보했나.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인간의, 여성의 삶의 조건은 계속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으니.. 이 책이 페미니즘의 고전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사이버네틱스와 인공 자궁 생식의 실현 가능성은 별도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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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7-26 14: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상이란 필요하다라는 말씀이 와 닿네요^^ 어떤 주장도 미래에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만 두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수하님 완독 고생하셨어요^^

건수하 2023-07-26 19:25   좋아요 3 | URL
제가 실천 혹은 적용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매번 기대하고 좌절하고 하는데요, 이렇게 구체적인 상을 그리는 사람이 있어야 뭐라도 구현되는 것 같아요. 젊은 나이에 이런 대단한 책을 쓰고… 저술가로서 계속 활동하지 않았음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한편으론 사이버네틱스 기술 혹은 인공 자궁 기술이 구현된들 그것을 남성이 통제하게 된다면… <시녀이야기>가 자꾸 떠오르더군요. 결국 여성이 힘을 더 키워야겠다는 결론..

다락방 2023-07-27 1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완독 고생하셨고 또 축하드립니다.
왜 어떤 사람은 급진적이 되고 어떤 사람은 온건하게 행동할까 생각해봐도 딱히 답은 없지만, 저는 급진으로 마음이 끌립니다. 파이어스톤 읽으면서 스물다섯에 이런 책이라니, 이런 생각이라니. 너무나 급진적이라 놀란 한편, 친구 별로 없었겠다 싶더라고요. 외로웠을 것 같아요. ㅠㅠ 당시에 파이어스톤의 생각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요. 너무 대단한 사람 …

건수하 2023-07-27 13: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스물다섯에 생각의 깊이도 깊고 총괄적이고... 저도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이상이 높았으니 좌절도 컸을 것 같고... 친구 별로 없었을까요? 그래도 여러 단체를 조직해 활동했더라고요. 그 단체들의 활동도 좀 궁금했습니다 :)

급진이 멋있긴 합니다... 근데 저는 좀 실현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안될 것 같으면 다른 걸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길게 보고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사람도 필요하겠죠..

단발머리 2023-07-27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급진의 길.... 같은 걸 고민했을 때.... 저는 천재여서 깨우치고 시대보다 앞서갔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유사점이 많은 급진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던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이상이 필요하다,는 수하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쉽게 생각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 시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게 페미니즘이 될 수 있다고 전 믿거든요.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이상을 페미니즘이 줄 수 있다고, 혹은 그런 세계에 대해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달에 제일 열심히 읽으신 수하님께 ‘이달의 어린이상‘이라도 드리고 싶어요. 수고많으셨어요!!!!!!!

건수하 2023-07-27 21:17   좋아요 2 | URL
꼭 변증법에 맞춰야 하는가 하는 생각은 좀 해봤어요. 맑스나 엥겔스가 놓친 부분을 보완해서 완전한 사회주의 이론을 만들려고 한 것 같지만.. 전 엔드멤버보다는 연속스펙트럼을 좋아하고,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요즘은 그게 더 현실을 잘 반영하는 것 같아서 또 좋아요.

단발님께 받는 상, 그것도 어린이상이라니! 저 여성주의책읽기 꿈나무 된 기분이네요. 감사해요~!! (상품은 없나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3-07-28 05:44   좋아요 1 | URL
엔드멤버보다는 연속 스펙트럼.... 수하님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그게 현 사회의 복잡한 요구를 더 반영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린이상은.... 아, 이건 꿈나무에게 주는 상이 아니고요ㅎㅎㅎㅎㅎ 인기상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품 보다 플랜카드 어떠세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 2023년 7월 ‘성의 변증법‘ 이달의 인기상 수하님!!!>

건수하 2023-07-28 09:42   좋아요 1 | URL
인기상이라니... 다른 분들이 동의하지 않으실 것 같지만 ㅋㅋㅋ

단발님 마음 속 인기상인 것으로 오해하겠습니다. 매우 기쁩니다!

잠자냥 2023-07-29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기상 ㅋㅋㅋㅋㅋ 오타로 인디상이 되버림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7-29 10:49   좋아요 2 | URL
어 그거 괜찮은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