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을 읽고 있다.
16장 중 6장을 읽는 중인데, 흥미롭다.
시몬은 돈과 물자를 알뜰하게 쓸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그렇게 썼다.
"나는 늘 사람은 모든 것을, 자기 자신까지도 최대치로 써야한다고 생각해 왔다." (2장 중)
며칠 전 '초월' 에 신경써보겠다고 했는데... 나 할 수 있을까.
보부아르의 초월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고 ㅎㅎ
이 책에서는 사르트르와의 관계가 보부아르가 회고록 등에서 공적으로 이야기한 것처럼 그렇게 중요했는가, 보부아르는 정말 사르트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가를 보부아르의 일기장을 통해서 살펴보는 것에 대한 비중이 크다. 페미니스트들이 보부아르에게 실망했던 부분이 과연 그러했는가. 안 그랬다면 보부아르는 왜 그렇게 말했는가. 이 부분은 책 전반적으로 계속 나올 것 같아서 다 읽고 나중에 정리해보려 한다.
지금까지 읽은 바론 사르트르는 보부아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준 유일한 남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성적 매력은 덜했을지언정. 그리고 보부아르의 사회활동에 있어 사르트르와의 공개된 관계는 어느 정도 방패가 되어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 때문에 보부아르는 능력과 성과를 의심받았지만.
살면서 '결혼했느냐' 는 질문을 그 질문이 꼭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이 받았고 (같은 자리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받은 적도 있다) 그 뒤에 나를 대하는 남성들의 태도가 달라짐을 느꼈다. 잠재적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기보다는, 조금 더 조심하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물론 안 그러는 사람도 있다) 남성의 비중이 높은 업계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얼마전 단발머리님이 얘기하신 '결혼해서 사는 것도 힘들지만, 결혼하지 않고 사는 것도 힘들다' 는 말이 생각났다.
초반부에서 보부아르가 작가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작품을 무척 좋아했다는 언급이 나온다. 메를로퐁티의 본가가 보르도였고 모리아크가 그 지역 출신이었기에 일종의 문학 순례를 했다고. 프랑수아 모리아크,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테레즈 데케루>를 쓴 작가다. 그리고 알베르 까뮈와 함께 보부아르의 <제 2의 성>이 나왔을 때 '지독한 여성 혐오적 인신공격' (<제2의 성> 옮긴이 서문에서 가져온 표현이다) 을 했다는 작가다. 그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었다고?
그런데 <제2의 성>에는 이 모리아크의 작품도 언급되지만, 한 명의 모리아크가 더 나온다. 서론에서 언급되는 클로드 모리아크.
'강력한 독창성으로 존경받는 클로드 모리아크'
'그 여자가 반영하는 것은 물론 모리아크의 사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의 사상이라곤 어떤 것도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남자들 가운데서 자신의 독창적인 견해가 아닌 것을 자기 것이라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클로드 모리아크도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보다 데카르트, 맑스, 지드의 그림자와 대화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의심스럽다.'
라며 엄청 까인 사람이다. 이 사람이 누군가 하면, 작가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장남이다.
아버지가 아들이 엄청 까인 것과 관계없이 작가로서 자기 의견을 주장할 권리가 있고, 그래서 <제2의 성>을 깔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서론에서 아들이 대차게 까인 책의 저자를 인신공격했다니 왜 갑자기 좀 실망스러운지.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12장에서도
존경받는 가톨릭 (그래서 문제였나?) 소설가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보부아르의 글이 '문학적으로 비참한 지경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음. 천천히 읽어보겠다.
어제 잠자냥님이 <타인들의 나라>에 대해서 쓰셨고, 그 글의 댓글에서 필리스 체슬러의 <카불의 미국인 신부> 가 언급되어서 아, 나 읽고 있었지 하며 떠올라 어제 다시 책을 열어 보았다. 어제 보니 70% 읽은 상태였다. 뒤에 Acknowledgements, Bibliography, Index가 있으므로 30% 보다 적게 남아있겠지.. 하며 다시 읽기 시작했다.
11장, 9/11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9/11은 미국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나는 그에 대해 잘은 모른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본토에서 전쟁을 치른 적이 없고 (맞나?) 언제나 남의 전쟁에 '도움을 주겠다고' 정의의 얼굴을 하고 참전해왔던 나라다. 적어도 미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런데 9/11로 미국인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 필리스 체슬러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 자신의 나라가,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뼈아픈 일이었던 것 같다.
이슬람 세력과 서방 (특히 미국)과의 갈등에 있어 여성과 관련된 부분이 있고 페미니스트들이 그래서 이슬람 여성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가부장제와 관련하여 조금 다른 관점으로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They (jihadists) despised the idea of .... women's rights, gay rights, and a host of other rights and privileges, including the right to sex before marriage, the right not to marry, and the right to choose one's marital partner.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원조하기 때문에 공격했다고 했지만, 필리스 체슬러가 이야기를 나눈 Pierre Rehov 라는 Algerian French Israeli (헥헥) filmmaker (가자의 서안 West Bank에서 테러리스트에 대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는 이렇게 말한다.
These guys are young and testosterone-laden men who are denied sex with women. They think they can only get that in paradise with seventy-two virgins.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닌가? ㄷㄷ 그들은 그렇게 위험할 수 있는 존재들인가.
체슬러는 조금 다른 관점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봤던 가부장제하에서 아버지의 눈에 들기 위한 아들들의 경쟁 (오사마 빈 라덴은 아들이 57명 있었다고 한다)을 이야기하며, 또 이슬람 사회와는 다른 서구 여성의 지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오사마 빈 라덴의 아들의 책에 의하면 오사마 빈 라덴은 걸프 전쟁 때 이라크 군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방어하기 위해 미군이 도착했을 때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유는 그들이 기독교를 믿는 서방 군대이기 때문이었고, 또 그 중에 여성 군인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우디 남자들을, 미국 여자들이 보호해준다고?!
체슬러는
Most westerners utterly fail to understand the importance of women's subordination in terms of Islamist male psychology.
라고 이야기한다. 서구 여성의 (상대적으로 해방된) 상황, 그리고 그 존재는 여성의 복종을 중요시하는 이슬람의 가부장제에 근본적인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 내에서 여성의 해방 운동은 탄압을 받고 있고 요즘은 더 심해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어느 나라에서나 여성의 상황이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막연하게 알고는 있었으나 서구가 아닌 다른 지역의 여성들의 상황에도 더 관심이 생긴다.
그 뒤 체슬러는 이집트 전 대통령인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의 암살도 이스라엘-이집트 평화 협정 '캠프 데이비드 협정 (1978)' 외에 사다트의 부인, 지한 사다트가 여성의 권리에 대한 캠페인을 펼친 것도 영향을 주었다는, 오히려 그게 더 큰 원인일 수도 있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인용한다.
이집트, 여성의 권리, 지한 사다트?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나만 그런가..) 찾아보니
“이혼녀에 양육권을” 이집트법 바꾼 페미니스트 영부인 [김정화의 WWW] | 서울En (seoul.co.kr)
이런 기사가 있다.
2021년 별세한 지한 사다트는 '여성이 남편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여성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혼한 여성도 양육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엄청 멋진데?
사다트 대통령은 1979년 여성의 이혼 관련 법을 개정했고, 의회에 여성을 위해 30석을 할당하는 법도 발표했다. 그리고 1981년 암살당했다.
음, 가부장제란 그토록 그들이 지키고 싶은 것이었고, 페미니즘은 그에 대한 반동이었구나. 새삼 느낀다. 카불의 '미국인' 신부, 마저 읽어보겠다.
'이슬람'과 '여성'으로만 검색해서 하나 찾아뒀다. 관련된 책 하나 읽어보고 싶어서...
좋은 책 아시는 분은 추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