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지를 벗겨내면 전체가 새빨간 <좌파의 길>을 읽고 있다.


원제가 

Cannibal Capitalism: How our System is Devouring Democracy, Care, and the Planet and What We Can Do About It 

인데. 이렇게 멋있는데. 이렇게 글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데. 그런데.

왜 '좌파의 길' 로 번역해 놓은 것인가. 아쉬웠다. 



번역자가 진보신당 부대표, 정의당 정책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했는데 그래 이 분은 진골 좌파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서 보통 사람들이 좌파, 빨간 책 하면 뭘 떠올릴까. 


그렇지만 식인 자본주의: 블라블라 해도 책이 잘 팔릴 것 같지는 않다.. 

 



낸시 프레이저는 전에 <전진하는 페미니즘>을 좀 읽다가 어려워서 그만뒀는데, 

<좌파의 길>은 쉽게 쓰려고 노력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랫동안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세뇌되어서 

자본과 노동 외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개념들 (돌봄;사회적 재생산 - 자연 - 공권력 - 타자로부터의 수탈 (자본 축적 이전 단계), 특히 공권력과 타자로부터의 수탈이 자본주의에 전제된다는 것이 조금 생소하지만 



살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들 - 재생산 노동이 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가, 탄소 배출권이라는 개념은 어떤 믿음을 전제로 만들어졌는가, 왜 정부는 경제에 있어서 그리 무능한가 등 - 이 이 은폐된 요소들과 관계가 있었음을 알게되면서 

묵은 궁금증이 해소되는 시원한 느낌을 받으며 읽고 있다. 

(라지만 1장까지만 읽었다)



진단은 진단일 뿐, 시원해봤자...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궁금한데

조금씩 떨어지는 떡밥을 보니 대안은 그리 시원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쉽게 써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계속 읽기로. 





(<제2의 성>도 읽고 있다. 이미 거의(?) 알고 있는 여성의 성생활에 대해 계속 나오는데 - 음 생각보다 나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 별로 재미가 없다... 다만 어린 여성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옛날 책이지만 이거 보고 나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걸. 근데 나는 읽지 않았지만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결혼을 해버렸지. 음음..)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했다. 이미 이야기는 한참 전부터 있었고 현대카드만이 파트너로 정해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아이폰을 쓴다고 꼭 애플페이를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써보지 않았는데 계속 안 써도 될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전화기를 여기저기 두고 다니고 잃어버리기도 잘 하는 편이라서 안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지만. 



서비스가 시작된 오늘, 어느새 현대카드는 어떤 게 있나 찾아보고 있다. 연회비 없는 건 없나? 

알라딘엔 제휴 현대카드가 있나? (없다. 사실 나는 알라딘 제휴 10% 할인 카드를 가지고 있으므로 있어도 만들 필요가 없다..) 

옆 Y모서점에는 제휴카드가 있네? 뭐, 최대 3% 적립? 장난해? 7만원 이상 사용하면 2만원 캐시백 지급? 나 이거 말고도 쓸 카드 많거든? (그러면서 왜 계속 읽고 있냐)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는 책 읽으면 뭐하나... 나는 그냥 자본주의에 찌들어 있는걸...

우울해져서 일단 창 껐다. 애플페이 따위. 



좌파의 길은 어려운 것.. 

그래서 이렇게 새빨갛게 만들어야 하는 것. 

일단 계속 읽자..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YDADDY 2023-03-21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 사회에 기투되어버린 이상은 이 세상의 문제점을 고쳐나가기 위해 자본주의를 살아갈 수 밖에 없죠. 다만 내가 사용하는 자본이 타인에게 악영향이 가지 않는지 조심스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치 오래전 스님들이 숲길을 걸을 때 벌레 하나 밟지 않도록 노력했던 것 처럼요. 공부를 위해 사용하시려 하는 것이니 자괴감을 가지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
좌파의 길은 제목부터 매력적이지만 그 전에 전작들을 읽고 나서 읽을 계획이라서 수하님의 리뷰를 보고 침만 흘리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건수하 2023-03-21 17:53   좋아요 0 | URL
음 현대카드는 애플페이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근데 그 와중 또 카드 혜택을 따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위해 사용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책 읽고 있지만 저도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의 노예란 생각이 들어서요 ^^

제가 낸시 프레이저의 다른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도 보통은 시대순으로 읽기를 선호합니다), 이 책이 꽤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지금 현재 답답함을 느끼신다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DYDADDY 2023-03-21 18:00   좋아요 1 | URL
자본가마저 자본주의에 포획되어 있는 이 시스템에서는 노예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예라는 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혜택을 다음 책에 아니면 정신을 맑게 하는 커피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해도 자본 축적이 목적이 아닌 이상은 반란을 꿈꾸는 노예에게는 유용한 것일 거에요. ^^
저 빨간 책이 저를 유혹하네요. ‘나를 읽고 먹고 소화하라!‘라구요. ㅎㅎㅎㅎ

건수하 2023-03-21 18:13   좋아요 1 | URL
자본 축적이 목적이 아닌 이상은.. 맞네요. 정말 현명하십니다 댇님. 급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ㅎㅎ
댇님은 어쩜 이렇게 모범답안 같은 댓글을 신속하게 달아주시는지...
내공이 엄청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

DYDADDY 2023-03-21 18:27   좋아요 1 | URL
내공은.. 수하님이나 다른 분들에 비하면 바닥입니다. ㅋㅋㅋㅋ 그저 여기저기 조금씩 읽고 주워들은 것 뿐이에요.
수하님이 올려주시는 책이나 리뷰를 보고 저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

건수하 2023-03-21 18:39   좋아요 1 | URL
겸손하기까지 하시군요!

DYDADDY 2023-03-21 18:43   좋아요 1 | URL
겸손이라뇨. ㅎㅎㅎ 그냥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 일단! 고냥님이 없어요. 그것부터 뒤쳐지죠. ㅋㅋㅋㅋㅋㅋㅋ
붉다 못해 빨간 좌파의 길 리뷰 기대할께요. ^^

거리의화가 2023-03-21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좌파의 길> 책 잘 읽고 계시는군요. 책 제목은 내용과 들어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식인 자본주의‘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단 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 같지만!ㅎㅎ
애플페이 현대카드 연동된다길래 고민입니다. 현대카드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주카드가 아니라서요. 나중에 다른 카드 연동되면 그때 추가할까 싶기도 하고~ 일단 등록해놓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해볼까 하는 마음도 듭니다. 이것이 진짜 자본주의의 노예일까요;;;

건수하 2023-03-21 17:53   좋아요 1 | URL
거리의 화가님 덕분에 <좌파의 길> 시작해서 매우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저는 현대카드가 없어서.. 만드는 건 괜찮은데, 그 와중 또 혜택을 따져보고 있는 제가 싫어서 (어차피 알라딘에서 주로 살 거면서도, 사실 지역 서점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자꾸 알라딘에서 사고 있기도 하고, 물론 서재도 계속 살아있어야 한다는 핑계가 있지만) 일단 관뒀어요.

애플페이에 관심을 갖는 걸 꼭 자본주의의 노예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