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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샘
아서 C. 클라크 지음, 고호관 옮김 / 아작 / 2017년 11월
평점 :
'낙원의 샘'은 아서 클라크의 매력이 모두 담긴 과학소설이다. 그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 초반부터 확 달아오르진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후반부에 거의 모든 걸 쏟아붓는다. 덕분에 하루에 모두 읽긴 어렵지만 후반부에 진입하면 책을 놓을 수 없다.
서막은 과학소설이라기보다 역사소설에 가깝다. 고대 스리랑카(타프로바네)의 칼리다사 왕과 그가 만든 야카갈라 궁 이야기가 배경으로 깔린다. 아버지를 죽이고 왕인 된 뒤 이복동생에게 죽임을 당한 비운의 왕.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천상의 궁전과 아름다운 여인의 벽화. 실제 역사에 바탕을 둔 내용이기에 더 신비롭다. 덕분에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초반부도 지루하진 않았다.
신과 종교에 도전하려한 칼리다사 왕의 일대기는 이 소설의 큰 모티브이기도 하다. 지상부터 2만~3만km 상공의 정지궤도를 잇는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이란 발상 자체가 신에 대한 도전이다. 지구상 우주 엘리베이터를 세울 유일무이한 장소가 불교 성지란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비록 22세기 미래로 설정하긴 했지만 이 소설이 나온 1970년대에도 이미 구 소련과 미국에서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발상이 나왔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아서 클라크는 늘 시대를 앞서간 과학소설가이자 미래학자였다. 당시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맞춤형 뉴스검색시스템, 몸에 부착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경고해주는 장치는 오늘날 포털이나 웨어러블 컴퓨팅 등으로 현실이 됐다.
40년 전에 쓴 소설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실감'있는 이 작품이야 말로 과학소설의 재미와 존재 의미를 동시에 일깨운다. 브라보! 아서 클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