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심령학자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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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의 첫 소설집 '타워'부터였으니, 8년이 지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그 사이 '신의 궤도', '은닉', '첫숨' 같은 장편으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러는 사이 배명훈은 한국 과학소설 대표 작가로 자리잡았다. 

 

알라딘 다이어리 뽐뿌 시즌을 맞아, 그동안 보려고 쟁여둔 과학소설들을 한꺼번에 주문했다. 그가운데 가장 먼저 펼쳐본 책이 바로 배명훈의 최신작 '고고심령학자'다. 처음 이 제목을 접했을 때부터 언젠가 반드시 읽을 책이라고 예감했다. 90년대 '퇴마록' 열풍에 빠져본 적 있는 30~40대라면 충분히 구미가 당길 만한 소재였다. 더구나 주요 배경이 천문대라니.

 

몇 년 전 겨울 소백산 천문대에서 1박을 했다. 그때 배명훈을 비롯한 과학소설가 몇몇이 이곳에서 몇날밤을 보내며 생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책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천문대 안팎 묘사가 실감나게 다가왔다. 당시 공사중이던 연구동-교육동을 잇는 통로부터, 주인공 조은수를 살며시 이끈 눈길 덮인 갈림길까지. 

 

이 작품에 퇴마사나 악령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자리를 채우는 건 고고심령학을 연구하는 비범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자들과, 우리 눈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저마다 슬픈 사연을 간직한 혼령들이다. 활동 반경도 우리나라에 머물지 않고 싱가포르부터 중앙아시아 평원까지 전세계를 아우르고 시대도 고대 인도부터 일제 시대, 현재를 오간다. 그만큼 작가의 내공도 커졌다는 의미다.

 

사실 여느 과학소설처럼 먼 미래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는게 어쩌면 쉬운 일이다. 누구도 그 세계를 경험한 사람이 없기에, 문제 제기를 할 사람도 없어서다. 반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현실 세계를 다루는 이상 하나하나 사소한 것까지 고증을 거쳐야 한다. 작가가 이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7~8년이 걸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때 퇴마록을 즐긴 이든, 과학소설 팬이든, 추운 겨울 이불 속에서 읽을거리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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