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로 쏟아 붓던 장대비가 거짓말처럼 그친 7월 6일 저녁. 뮤지컬 카바레 브로드웨이팀 내한공연이 열리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찾았다.

현매로 가장 싸게(C석 3만원) 구입한 좌석은 3층 G열 89번. 자리를 찾아 앉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무대는 손바닥보다도 작아 보였다. 예상은 했지만 작품에 대한 몰입은 일찌감치 포기해야할 듯 싶었다. 그럼 음악 감상이나 해볼까...

시야가 넓은 오페라글라스를 미리 준비해간 게 그나마 다행. 배우의 표정은 보일락 말락했지만 카바레처럼 꾸민 무대가 한눈에 꽉 차게 들어왔다. 인상적이었던 건 슈나이더 부인의 하숙집과 킷 캣 클럽으로 쓰이는 본무대 위에 만들어진 2층 무대.

피날레에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는 2층은 카바레 2층이자 개방형 오케스트라 공간이어서 밴드의 연주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부 주연배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들은 이 두 공간을 오가며 연기와 노래, 춤, 밴드까지 1인 4역을 소화한다. 예로 에른스트 슈나이더역을 맡은 남자 배우는 첼로를, 코스트부인역을 은 여자배우는 아코디온을 연주한다.

그나마 미리 CD를 몇 차례 듣고 가 노래가 귀에 익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적어도 노래와 춤에는 몰입할 수 있었고 극의 흐름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막까지 곁눈질해야하는 배우의 연기에 몰입하기란 쉽지 않았다. 덕분에 기억에 남는 배우는 엠씨역의 반스 에버리와 셀리 보울스역의 카트리나 야우키 정도. 

알란 커밍 엠씨의 앙칼지면서 흐늘거리는 목소리톤에 익숙해진 탓인지 다소 얌전한(?) 반스 에버리 엠씨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카트리나 셀리는 일단 합격점. 클리프와 사랑을 느끼는 순간 부르는 'Maybe This Time'에서 그녀의 성량이 한껏 고조된 순간 그 전율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 했다. 이밖에 뮤지컬 시카고의 'When You're Good To Mama'가 연상되는 'Don't Tell Mama', 타이틀곡 'Cabaret' 등도 멋지게 소화해 냈다. 

2부에는 염치를 무릅쓰고 텅 빈 앞자리로 옮겨 봤다. 덕분에 오페라글라스 의존도가 줄어 맘껏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가격 대비 만족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가급적 1층 좌석을 권하고 싶다. 엠씨의 '위층에 있는 가난한 관객들'을 향한 배려에 미소짓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번 공연 기념품이 1만3000원짜리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과 1만원짜리 프로그램을 빼면 1000원에 2개짜리 버튼이 고작이라는 것. 최소한 카바레 로고가 박힌 T셔츠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Cabaret (Sally with the Emcee) <출처: wannura.cafe24.com/cabaret>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