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 클래식 04: 코기빌 납치 대소동 - 코기빌 시리즈 2 타샤 튜더 클래식 4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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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샤 할머니의 코기빌 시리즈 1권을 읽고 나니 다른 책들도 너무 궁금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나머지 두 권을 구입하고, 책을 조금 아껴두다 깊은 밤에 탸샤 할머니 책을 꺼내 들었다. 아무때나 읽어도 타샤 할머니의 책은 늘 좋지만, 더 깊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깊은 밤에 읽었다. 동화책이라서 책 읽는 시간은 짧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흐뭇해지고 말았다.

 

  이 책은 코기빌 시리즈 두 번째 책이기 때문에, <코기빌 마을 축제>를 읽었다면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전 권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던 칼렙의 활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받은 우승 상금을 저축해 두었다는 추신으로 마무리 지어진 <코기빌 마을 축제>에 이어, 대학을 졸업한 후의 칼렙 모습부터 이어진다. 칼렙은 대학을 졸업하고, 코기빌 마을의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의 후각과 범죄의 관계'라는 글을 쓰고 있던 중, 마을의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마을에 돌아다니는 너구리 수가 늘어난 것에 의아심을 품은 것이다. 너구리는 약삭빠른 동물이기에 그러한 들썩거림이 수상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곳곳에서 너구리의 수상한 행동이 포착이 되었다. 다람쥐를 쓰레기통에 가두고, 요리책을 몽땅 구입하고, 닭구이에 넣는 양념과 허브를 몽땅 사간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다 대학 친구인 까마귀 찰리의 편지를 받게 되고, 찰리는 너구리들의 소란에 관한 귀한 정보를 흘려준다. 너구리 대장인 제불론이 뉴잉글랜드까지 긴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칼렙은 찰리의 편지로 인해 너구리들이 소란스럽게 군 이유를 알게 된다.

 

  제불론이 오기 때문에 너구리들은 잔치를 벌여 주려는 것이었다. 닭 구이 양념과 허브와 요리책을 구입한 것을 보고 머트 보거트가 키우는 '세상에서 가장 큰 닭' 베이브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알리러 머트 보거트에게 가지만, 보거트는 외출 중이었다. 쪽지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온 칼렙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마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베이브가 없어 진 것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베이브를 보고 납치를 당한 것이라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안절부절이었다. 마을의 명물인 베이브가 사라진 것은 주민들을 공황상태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칼렙은 자신이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며 아버지에게 4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다.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짐을 챙겨 호수 근처의 너구리 굴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너구리들의 회의 내용을 들어보니, 닭 요리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고 베이브를 납치한 것에 대해 공치사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새들 때문에 너구리들에게 발각당할 위기에 놓인 칼렙은 겨우 몸을 숨겼고, 자신을 넘어뜨린 밧줄이 베이브와 연관 있을 거라 추측한다.

 

  밧줄을 따라가보니 과연 베이브는 큰 바구니에 묶여 있었다. 칼렙은 흥분한 나머지 소리를 질러 버렸고, 너구리들이 쫓아 나와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그 바구니는 다름 아닌 열기구였는데, 겨우 너구리를 무찌르고 칼렙과 탈출한다. 하지만 열기구는 빠르게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으므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베이브는 큰 등치로 열기구의 방향을 혼란스럽게 했고,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열기구 안에서 칼렙은 당황하고 말았다. 마침 그때 찰리가 나타났다. 주민들에게 조취를 취하고 칼렙에게 날아온 찰리는 그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베이브와 칼렙은 낙하산을 메고 열기구에서 뛰어 내렸고, 다행히 대학 시절의 은사 파이퍼 선생님 집에 착지할 수 있었다. 파이퍼 선생님 집에서 하룻 밤을 보내고 마을로 돌아오니, 마을에서는 환영 행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베이브와 칼렙은 환영 행사에 기꺼이 참여했고, 너구리들은 닭 구이 대신 가면을 쓰고 마을에서 훔쳐낸 파이로 제불론의 잔치상을 차려 주었다는 얘기로 납치 대소동은 막을 내린다.

 

  타샤 할머니의 동화는 읽는이로 하여금 푹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친근한 코기빌 마을 덕분에 이번 책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타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기에 할머니에게 상상력을 달아 주었다고 한다. 너구리들은 정원의 열매를 훔쳐가는 악동이었고, 토끼, 닭, 코기들은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동물들이었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들로 인해 상상을 하고, 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은 그래서 더 재미 있었다. 할머니가 길렀던 동물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던 <코기빌 납치 대소동>. 이제 한 권 남은 코기빌 시리즈를 읽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서운한 마음이 든다. 타샤 할머니와의 만남이 줄어들고, 코기빌 시리즈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울적하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품기 보다 할머니가 펼쳐 놓은 세계에서 맘껏 뛰어논다면 타샤 할머니도 좋아하실 거라 생각한다. 타샤 할머니가 상상력을 얻었던 코기빌의 동물들의 세계에 푹 빠져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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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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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헌책방에 갔다. 새책을 사러 가기엔 조금은 부담스럽고, 어떤 헌책들이 들어왔나 궁금하기도 해서였다. 오랜만에 가서인지 못 보던 책들이 꽤 많이 들어와 있었다. 그 책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열심히 목록을 훑고 다녔다. 좀처럼 맘에 드는 책이 나타나지 않더니,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책 제목과 저자보다는 그림이 낯이 익었다. 온라인에서 자주 본 그림이었고, 책 안의 몇몇 삽화들도 눈에 익었다. 그림을 살펴본 후에야 저자를 보게 되었는데, 내로라 하는 여러 작가들의 글이 실려 있었다. 단박에 매료 되어 구입해 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약간 비싸게 구입하긴 했어도 이런 책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집에 와서 책을 찬찬히 살펴보니, 그제서야 이 책의 구성이 보였다. 여러 나라의 46명의 작가에게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을 보내, 그림 속에 들어 있는 내용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해서 만들어진 책이라고 했다. 1996년에 만들어진 책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이런 사연을 담고 만들어졌다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 읽었더라면, 아는 작가는 거의 없었을 것이고 특별한 관심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그나마 책에 실린 몇몇 작가를 알게된 후 이 책을 마주하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책을 모티브로 한 크빈트의 그림들은 나의 관심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았듯이 다양한 저자들의 글은 요청에 의해 씌여진 것이다. 어떠한 주제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그림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거나 느낌을 적어오라는 부탁이 있었다. 아무리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작가라 하더라도, 한 장의 그림을 보며 글을 써낸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글의 형식은 자유롭더라도 비교적 짧은 글에 느낌을 살려 내는 것은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림에 글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심하지 않았을까? 스토리를 만들어 내어 주어진 그림의 상황을 드러내야 한다는 사실이 상상의 나래를 좁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하지만 내가 했던 걱정이 드러난 여러 저자의 글은 모호하고 난해했다. 저자들이 써 놓은 글에 그림을 맞출 필요도 없고, 온전히 독자가 그림을 통해 독자적인 상상을 해도 되지만, 그런 그림 앞에 펼쳐진 글은 나의 상상의 영역을 벗어난 느낌이 들었다. 복잡하게 얽혀가는 글도 있었고,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글, 촘촘히 엮인 글, 여러가지 상황을 요약해 놓은 글까지 실로 다양했다. 그러나 그런 글과 그림이 매치되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글과 그림 사이에 장애물이 느껴졌다. 그 장애물이 화가와 저자, 그리고 독자와의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글과 그림이 놓여 있으면 그림을 먼저 보게 되고, 그림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펼쳐 놓았을지 궁금해 하며 읽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의 상상을 뛰어넘거나, 너무 깊이 있게 다가간 글들이 대부분이어서 무엇을 독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헷갈렸다.

 

  크빈트의 그림이 독특했던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 책과 연관된 그림들은 일전에 볼수 없었던 독특한 그림들이었다. 책을 덮고 자는 아이, 혀를 내밀고 있는 책, 책에 귀를 기울이는 노인 등 얼핏 봐도 쉽게 이야기를 끌어낼 수 없는 그림들이었다. 그런 그림들에 여러 나라의 작가들이 글을 썼다. 그렇다면 각자의 생각이 다를 것이고, 거기에 상상력을 덧댄다면 어떠한 세계가 펼쳐질지 가늠할 수 없다. 거기다 작가들의 문화와 국적이 다양하다 보니, 모두를 아우를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장애물의 존재를 인식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교감이 있어야 하는데, 나의 부족함 때문인지 많은 소통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도 여러 갈래로 갈리어서 혼란이 오는 마당에, 글 속에 감추어진 무언가를 캐내는 것은 어려웠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림을 묘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간단하고 사실적으로 설명해주는 작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림 속으로 직접 들어가 허구를 끌어내는 글이 많았다. 그런 상상력에 놀랄 때도 많았고, 한 장의 그림으로 깊이 있게 들어가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나의 공감을 끌어 내지 못했고, 각각의 그림에 따른 다양한 시각이라고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림에 대한 느낌을 적어달라고 했다면,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림 속에 있는 내용을 부탁했기에 작가들은 몰입해야 했고, 색다른 세계를 만들어 내야 했다. 그런 독창적인 상상이 오히려 크빈트의 그림에 대한 느낌을 좁혀 버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 관련된 그림, 내로라 하는 작가들의 글. 이 두가지만 보더라도 충분히 흥미를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마주치고 보니, 지난함 때문에 겉돌고 말았다. 저자의 글에 국한하지 않고 자신만의 상상으로 그림을 바라볼 수 있다면 독특함을 맛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자의 글에 너무 몰입해 역효과를 내버린 나 같은 독자들도 존재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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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1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나는 이 책을 그림 보는 맛으로 봐요~~ 글 내용은 별로 기억나는 것도 없어요.
오래 전에 'TV책으로 말하다'에 소개돼서 샀는데, 내용보다는 그림이 좋았어요.^^

안녕반짝 2009-01-1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림은 아주 좋았는데, 글은 영...

2009-10-15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저도 글보다는 그림이 더 끌립니다..


그림을 보면서 저의 세계를 그려나가고 싶네요.


글보다는 그림세계에 더 푹 빠지고 싶은 현재의 저랍니다.^ ^

안녕반짝 2010-04-12 13:13   좋아요 0 | URL
베이직 아트 시리즈 봐보세요! 그 책 괜찮더라구요.
특히 에드워드 호퍼와 빈센트 반 고흐가 전 괜찮았어요!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조혜련 지음, 요리구치 타즈 감수 / 로그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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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이면 근교에 살고 있는 언니네에 간다. 집에 가봤자 TV를 보면서 뒹굴거리기 일쑤인데, 정규방송 밖에 나오지 않는 우리집에 비해 채널이 훨씬 많은 TV를 보고 있으면 채널 돌리다 시간이 다 가버린다. 그런 재미로 종종 티비를 보는데, 우연히 조혜련씨가 나오는 방송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가 일본말을 하는게 아닌가. 일본에 진출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녀가 출현한 방송은 처음이기에 신기했다. 그녀의 일본어 실력이 너무나 유창해 자막이 나오지 않음에도 계속 지켜보게 되었다. 원래 조혜련씨가 일본어를 잘했던가? 그런 생각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이 많았지만, 일본어를 잘한다는 사실에 놀라며 채널을 돌렸다. 그때는 일본에 진출한 사실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지인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시큰둥 했다.

 

  그러다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아버지의 이야기로 일본 열도를 슬프게 했다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조혜련씨의 일본 진출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 동영상을 직접 본 터라 조혜련씨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일본어 책을 낸 것이 아닌가. 일본어라고 하면 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로 조금 배운 기억 밖에 없고, 그나마 선생님이 히라가나만 공부하라고 해서 가타카나를 외우지 못하고 졸업을 했다. 영어도 그렇지만, 그런 기억 때문에 일본어에 대한 회피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었는데, 조혜련씨는 어떻게 일본어를 습득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누구나 아는 개그우먼이 일본에서 방송 할 정도로 유창하게 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기대감이 솟아 올랐다.

 

  조혜련씨도 일본에 진출해야 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없었다면, 일본어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한류열풍으로 들썩이던 신오쿠보 역의 풍경이 잊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그때의 이미지로 인해 일본진출을 맘 먹게 했다고 한다. 무모해 보이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결심은 확고했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손하씨에게 연락을 해 기획사를 만나게 해달라고 졸라 면접(?)을 보지만, 6개월 시간을 주겠으니 일본어를 익히고 오라는 차가운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거기서 포기할 법도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 돌아와서 일본어 공부를 하기로 한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던 때,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YBM시사일본어학원 간판을 보고 무작정 전화를 걸어, 사장님과 통화한 후 자기 집과 가까운 곳에 사는 일본어 선생님을 소개 받게 된다. 그 분이 이 책을 감수해주신 요리구찌 타즈씨고, 그렇게 그녀의 일본어 공부는 시작된다.

 

  그녀의 스케줄에 따라 공부시간이 일정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정말 열심히 했다. 스케줄에 쫓기면서도 일본에 진출해야 겠다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으며, 하루에 단어를 백 개씩 외우라는 선생님의 지시에도 굴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단어를 외울 때, 선생님의 노하우가 드러났는데, 3-3-1 공부법을 알려 주기도 했다. 앞에는 일본어를 쓰고, 뒷면에는 뜻을 쓴 포스트 잇을 세장씩 자신이 자주 가는 곳에 붙여 놓고, 그 단어를 외울 때 메모지를 떼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단어를 안 외울 수가 없다고. 그녀는 화장실, 차 안 심지어 모자 앞에 붙여놓고 외웠다고 한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다시 면접을 보고, 방송 스케줄이 나왔다. 그리고 얼마 후 기획사와 계약을 맺게 되고 그녀는 중고(?) 신인 연예인으로 일본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어학 책임을 잊지 말자. 그녀가 일본에 진출 하게 된 계기와 일본어를 마스터 하는 과정을 통해 좀더 친숙하게, 가능성을 품을 수 있게 다가갔다면, 공부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녀의 공부방법을 통해 공부 하는데에 중점을 둬야 한다. 어떤 외국어든지 단어가 생명이지만, 그녀는 말문이 틔이는 외국어를 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에도 문법이라든가, 히라가나 가타카나에 대한 잔소리 없이 바로 본론으로 넘어간다. 그녀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독자를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공부도 즐겁게 할 수 있게 해준다. 한글독음만으로도 마치 일본어에 능숙한 것처럼 즐겁게 따라 읽을 수 있었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곳곳의 표현들과 단어를 외우면서 공부해야 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봤을 때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분위기는 충분히 형성되므로 부담감이 없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조혜련씨의 경험이 녹아 있어서 책을 통해서 그대로 흡수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무조건 회화와 어휘만 설명했다면 따분했을 텐데(많은 외국어 책들이 그러하지만), 그녀의 경험을 간접경험하면서 읽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어를 웅얼거리게 된다. 일본어를 공부해야 겠다는 필사적인 신념이 없어서, 열심히 읽지는 않았지만 다른 외국어를 공부할 때에 많은 도움을 될 것 같았다. 그녀는 방송을 하는 사람이었고,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니 일본에서 쓰이는 생생한 언어를 그대로 전해주려 애썼다. 그 나라 언어를 알려면 문화를 알아야 하듯이 그녀에게 닥쳤던 문화적 차이를 느끼고 이해하니 일본어를 좀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언어만 익히게 하려는 의도보다는 문화를 이해하고, 실 생활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말문이 터지도록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었다.

 

  요즘에야 조혜련씨가 일본에서 방송을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아져서 이 책이 급하게 나온것이 아니냐며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1년 4개월동안 꼼꼼히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일본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틈틈히 썼고, 인용구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이 배웠던 언어를 다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알려주려는 그녀의 애정이 묻어나고 있었다. 조혜련도 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갖고 해보길 바란다는 그녀의 의도처럼, 깊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친근하게 언어를 배워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녀를 통해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으므로 늘 치이기만 했던 외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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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1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 사이트 메인에 이 책이 떠 있어서 아침에 우리 딸이랑 이야기 했는데, 님의 리뷰를 읽기 됐어요.^^ 꿈과 열정이 있으면 남들이 무모한 도전이라 할만한 것도 이루어내는 사람들이 대단해요. 그중에 조혜련씨도 들어가지만요~~ 외국어, 하나쯤 할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만 한다죠.ㅜㅜ

안녕반짝 2009-01-1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참 알차더라구요.^^ 대단하기도 했고...
 
타샤 튜더 클래식 03: 코기빌 마을 축제 - 코기빌 시리즈 1 타샤 튜더 클래식 3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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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샤 할머니의 그림책 시리즈가 드디어 발행 되었다. 타샤 할머니의 집과 정원을 구경하다 보면 종종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삽화를 보면서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이 무척 궁금했다. 겉표지만 보고 두께와 크기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도착한 책을 보니 어린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 크기와 두께였다. 타샤 할머니가 동화작가로 알려졌다지만, 할머니의 정원과 라이프 스타일로 먼저 만났기에 동화책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특히나 코기빌 시리즈는 오랫동안 키워온 코기들을 보며 썼다고 하니, 자연스레 할머니의 경험과 상상이 버무려진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할머니의 글보다 그림에 더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할머니가 꽃 하나를 그릴 때에도 정원에서 직접 따서 정성스레 그렸기에, 코기들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했다. 약간의 배경지식을 알아서인지 그림 속 구석구석을 재미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코기빌에서 모범 가족으로 꼽히는 브라운 가족과 코기빌 마을 축제에 얽힌 이야기라며 포문을 연다. 그 전에 코기빌 마을의 위치 설명과 주요 등장인물(?)들을 소개해 주었다. 코기빌에는 고양이와 토끼, 코기와 보거트가 살고 있는데 코기는 다리가 짧고 꼬리가 없는 개라는 것과 화를 잘내고 담배를 좋아하는 요정이 보거트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브라운 가족은 다섯 식구가 사는데, 그 중에 축제 때 벌어지는 경주를 위해 분주한 칼렙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코기빌은 여름이면 축제 준비로 떠들썩 하다. 각자 관심있는 분야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데, 칼렙은 경주에 나갈 염소 조세핀을 훈련시키는데에 총력을 기울인다. 경주에는 은화 백 개와 트로피가 걸려 있으므로 경쟁이 심했다. 코기빌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선수는 칼렙과 고양이 톰캣이었다. 톰캣은 코기빌에서 인기 없는 고양이였는데, 보커트는 톰캣의 장난에 당해 칼렙이 경주에서 이기기를 바랐다. 칼렙은 토요일마다 불꽃놀이용 화학공장을 하는 보거트를 찾아가 조세핀을 훈련시키는 것에 도움을 받았다.

 

  9월과 함께 코기빌의 축제일이 점점 다가왔다. 칼렙은 조세핀의 컨디션을 챙기며 분주했고, 마을 전체가 축제로 인해 들썩 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축제날이 되었고, 코기빌 음악대의 연주로 축제는 시작 되었다. 각종 야채와 꽃, 잼 등이 전시되고, 염소, 닭, 오리의 경연대회가 열리고, 음식도 팔고 여기저기 재미있는 것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칼렙은 축제 구경도 못하고 조세핀을 지켜야 했다. 혹시모를 사태에 대비해 조세핀을 지키라는 보거트의 경고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칼렙이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을 때, 톰캣은 핫도그를 들고 칼렙을 찾아온다. 그리고 친절한 말투로 칼렙에게 핫도그를 권하고 칼렙은 수면제가 들어있는 핫도그를 먹고 잠이 든다. 경주에 나가려면 30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 톰캣은 조세핀에게도 고기 파이와 독한 담배를 몽땅 먹이고 유유히 사라진다. 경기 10분 전, 칼렙은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곤 불꽃놀이를 준비하는 보거트에게 가서 사정 얘기를 하자, 차를 타고 부랴부랴 조세핀에게 달려간다. 보거트는 조세핀에게 로켓포를 먹이고, 로켓포를 먹은 조세핀은 안장을 얹자자마 순식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도착과 동시에 출발 총소리에 맞춰 경기에 나간 조세핀과 칼렙은 신기록을 세우며 1등으로 들어온다.

 

  톰캣을 물리치고 1등을 차지한 칼렙은 조세핀은 우승 행진을 하며 에피소드는 마무리 된다. 축제의 마지막 행사인 불꽃놀이 쇼가 펼쳐지고, 코기빌 마을 축제는 무사히 막을 내린다. 톰캣은 마을을 떠났고, 조세핀은 로켓포 때문에 속병이 나 더이상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칼렙이 받은 은화 100개중 50개를 화약 공장을 고치라며 보거트에게 주고, 나머지 오십 개는 대학을 가기 위해 저축을 했다는 추신이 붙어 있었다.

 

  타샤 할머니의 삽화와 상상력이 어우러진 동화는 순식간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었다. 상상의 나래 속 모든 것을 타샤 할머니가 그려 놓았지만, 그 안에 직접 들어간 느낌은 기묘했다. 엉뚱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했지만 역시 행복하게 이야기가 끝나 즐거웠다. 다음 시리즈도 무척 궁금해지고, 당분간은 동화를 통해 타샤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척 기쁘다. 타샤 할머니가 그리워 지는 깊은 겨울 밤, 따뜻한 침대에 누워 맛있는 간식과 함께 타샤 할머니 책을 읽는 것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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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강미영 지음, 천혜정 사진 / 비아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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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 제목을 보고, 나에게 해당이 되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눈에 띄게 혼자서 잘 노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있어도 심심해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 대부분 책을 보지만, 인터넷을 한다든가 자질구레한 것들 몇가지만 정리해도 하루가 후딱 가버린다. 집을 벗어나서도 혼자서 안 해본 것이 없었다. 카페에서 책 보기, 혼자 밥 먹기, 영화는 기본이었고, 노래방, 공연, 심지어 비디오 방까지 혼자 가봤다. 그래서 혼자 다니는 것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라든가, 심심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저자는 혼자 노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 혼자 놀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노하우를 드러냈다. 혼자 있고 싶은 날이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 뒹굴거림으로 끝내 버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저자는 '혼자' 라는 감정에 익숙해 지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혼자이고 싶었던 마음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위로 받으라고. 나의 혼자 놀기가 행위에 그치고, 시간 떼우기였다면 저자의 혼자 놀기는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혼자라는 것은 자신이 남겨진 것인데, 그런 자신을 잊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얼마나 많이 살아 왔던가. 그런 귀기울임을 무시하라는 얘기가 아닌, 자신의 소리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개인의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들여다 본다는 느낌이 강하다.

 

  학교 다닐 때 보면 다이어리를 꼼꼼하게 쓰며,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친구들이 꼭 있었다. 그런 친구들의 다이어리를 보면서 감탄을 했었는데, 이 책은 그런 친구들의 다이어리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이 진득하게 배어나오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자아에 대한 탐구(?)는 끊이질 않는다. 신선한 것들도 있었다. 혼자서 여관에 가서 휴식을 준다던가, 동네 슈퍼를 갈때도 여행이라 생각하는 것 등등이 그랬다. 꼭 어디를 떠나야지만 여행이 되는 것이 아니고 휴식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런 자잘한 생각부터, 주변의 지인들, 가족들에게 갖는 생각까지 많은 것이 비져 나온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것이 혼자 놀기인지, 혼자 생각하기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언가가 부족했다. 공감을 얻을 수도 있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직접 따라해 보기에는 타인의 경험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간접경험으로 만족하기에 충분했다.

 

  '혼자'의 놀이가 생기다보면, 온 세상 사람들의 독창적인 놀이가 만들어 진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런 놀이와 대화가 각자 개인적인 성향을 띄고 있듯이, 이 책도 그런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내가 지금껏 경험했던 혼자서 했던 것들, 내가 갖는 혼자만의 시간에 특별히 추가하고 싶은 것들이 드물어 아쉬웠다. 내가 혼자서 못해 본것이 있다면 여행인데, 여행에 대한 자신의 경험도 털어 놓았지만 소심한 나는 더 움츠러들고 말았다. 아무래도 내 자신에 대한 용기가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혼자놀기의 방법이 아닌, 혼자놀 수 있는 용기를 가졌기에 지금껏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통해 좀더 용기를 갖고 내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해보자는 다짐은 나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마음일거라 생각한다. 진정한 혼자 놀기는 각자가 만들어가는 자신과의 친숙도임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혼자서도 외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혼자 노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은 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편지를 쓰는 것은 멀리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다. 따로 있지만 같이 노는 것이다(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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