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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카페
프란세스크 미랄례스.카레 산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혼자라고 느낄 때가 있다. 긍정적인 느낌도 있지만 혼자라는 건 왠지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런 느낌에 절망이 곁들어지면 이 세상의 어느 것도 다 쓸모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내가 잃을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 내 곁에 사랑하는 가족마저 없다면 정말 세상을 살아갈 힘이 날 것 같지 않다. 반대로 가족이 있기에 쓰잘데기 없고 섣부른 생각, 즉 나는 이 세상에 혼자이기 때문에 외롭고 쓸쓸하고 쓸모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적어도 내가 속한 가족 구성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순간 이 세상을 등지려했던 이 책의 주인공 이리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녀가 저지르려했던 행동에는 결코 동조할 수 없지만 그녀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감은 충분히 느껴졌다. 갑자기 사고로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부모님, 사랑하는 사람은커녕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해보고 하고 있는 일은 전혀 보람이 없는 그런 상황에서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그녀에게 우연히 '이 세상 최고의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란 이름을 가진 카페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그곳에서 루카라는 남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리스의 삶은 이전보다 더 팍팍한 삶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루카라고만 소개하고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남자. 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읽고 편안하게 해주는 그 남자에게 이리스는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신비스러운 카페, 마법사 같은 주인장이 있어 뭔가 석연치 않으면서도 이리스는 그 만남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퇴근길에도 매일 들를 만큼 루카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그가 안내하는 카페 안의 테이블의 사연과 이리스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생각들에게서도 매력을 느낀다.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육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해. 긍정적인 생각, 부정적인 생각, 하찮은 생각, 심오한 생각, 그걸 이렇다저렇다 판단해선 안 되지. 생각은 흘러가는 구름 같은 거야. 우린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생각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어. 그러니까 어떤 생각 때문에 괴로울 땐 그냥 ‘생각’일 뿐이라고 마음먹고 흘려버리는 거야. (24쪽)
루카의 말은 이리스뿐만 아니라 집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그렇게 많은 생각들 가운데 부정적인 게 하나라도 걸려 나를 휘어잡을 땐 그 여파가 여러 모습으로 다가오기에, 생각을 생각이라고 치부하지 않으면 늘 삶이 팍팍하다고 느낀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자신을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 루카라는 남자에게 끌리는 이리스는 그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줄 거라 생각하지만 루카는 가타부타 확실한 말이 없었다. 이리스가 꿈꿔온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지만 꼭 어딘가 떠나야 하는 사람처럼 구는 루카. 루카의 정체를 알고 나자 왜 자신에게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또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아 왔고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를 이리스는 그제야 깨닫게 된다.
삶은 행복보다 시련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느끼게 된다. 특히나 시련은 꼭 다른 시련과 겹쳐서 행복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리스에게도 그랬다. 혼자 남겨지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나날들. 하지만 루카를 만나고 새로운 생각과 마음가짐을 통해 조금씩 자신에게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추억이 깃든 집을 팔기로 용기를 얻고, 직장을 관두고, 연애도 하고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루카를 그리워하면서 떠나보내는 등 이리스에게 절망만이 다가온 건 아니었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잘 견딜 수 있었던 계기에 루카의 영향이 컸지만 루카가 왜 자신에게 오게 되었는지를 깨닫는 순간부터 이리스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은 매우 중요해서 바닥난 것 같은 삶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힘을 가질 정도였다.
내가 이리스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이리스의 상황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땠을까? 무조건 힘을 내라는 말도, 혹은 영화처럼 펼쳐지는 희망찬 미래가 있다고 보장할 순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평소에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게 무엇인지 조금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사랑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곁을 떠났지만 자신을 사랑했던 가족, 그리고 앞으로 사랑하게 될 누군가를 만날 가능성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이 절망으로 그득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일단은 머릿속에 드는 온갖 생각들. 특히 쓰잘데기 없고 도움이 안 되는 생각들은 생각으로 치부해버리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