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노래 - 자연의 위대한 연결망에 대하여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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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좋아하지만 그냥 보는 것에 그쳤습니다. 그러다 <랩걸>을 읽고 나무에 대해 더 궁금해졌고, 나무가 품고 있는 생명력이 신비했습니다. <나무의 노래>가 그 궁금함을 충족해 줄 것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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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빵빠라빵 여행
야마모토 아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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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변한다는 말을 별로 믿지 않았는데 30대가 되고 나서, 특히 임신을 경험하고 나면 그 말을 실감하게 된다. 첫 아이를 가졌을 땐 과일만 먹어서 특별한 건 없었는데 둘째 때는 임신기간 내내 입맛이 계속 바뀌었다. 입덧이 지나가자 소고기가 먹고 싶더니 회도 먹고 싶고 평소에 잘 먹지 않던 것들이 마구 당겼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게 빵이었다. 빵을 딱히 좋아한다고 할 수 없던 나였는데 임신기간 동안 엄청 먹어댔다. 초코케이크 한 조각 먹겠다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사오는가 하면 입맛이 없어도 빵, 먹을 게 마땅히 없어도 빵만 찾았다. 출산을 하고 나면 예전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이젠 빵이 좋아져 버렸고 지금도 케이크를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떤 행위든 목적의식이 분명하다면 그 과정은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빵 먹으러 북유럽 여행을 한다고 하면 배가 불렀다며(빵 먹으러 가는 여행이니 늘 배가 부를지도 ㅋ) 질투의 시선을 던졌을지도 모르는데 빵을 좋아하게 되니 오히려 목적이 뚜렷한 여행이라며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빵을 좋아하는 절친끼리 역시나 빵 이야기를 하다 핀란드와 덴마크 여행을 계획한다. 그리고 정말 그 나라의 빵을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만화책에, 만화 같은 시작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지만 두 나라를 훑고 다니면서 맛보는 빵과 여행기를 보고 있자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

그야말로 빵 투어를 외국으로 간 셈인데 빵 하나에 감격하고 빵을 먹을 수 있다는 행복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지 몰랐다. 그야말로 빵을 너무 좋아해서 간 여행이기에 그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고 빵에 흥분하고 기뻐하는 모습에 뭔가에 빠지면 저렇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이들이 소개하고 먹는 빵을 보고 있자니 그간 내가 먹어온 빵은 극히 제한된, 일부분의 빵이라는 데서 오는 아쉬움이 있었다. 새로운 맛에 도전하지 않는 편인 나는 빵집에 가도 늘 먹던 것만 먹는다. 아주 가끔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데 맛이 없으면 평소에 먹었던 빵을 먹지 않은 걸 후회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 속의 빵들은 너무 다양했고 그 종류만큼이나 빵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새로운 빵이 너무 먹고 싶어졌다.

먼 나라까지 와서 빵만 먹다 갈 수 없으니 그 나라의 가고 싶었던 곳을 구경하기도 하는데 핀란드에서는 역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빵 투어를 하면서 잠깐씩 드러나는 자연인데도 고요하고 경이로운 느낌이 들어 빵 때문에 핀란드까지 날아온 그들이 잠시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빵으로 해결해야 할 허기짐이 문제였기에 그런 풍경도 잠시 잠깐 지나가는 게 웃겼다.

핀란드와 덴마크의 빵 투어를 보면서 빵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것이 녹아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빵 재료만 보고도 그 나라의 문화와 식습관까지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밥은 기본으로 같다 치고 지역마다 다르게 깔리는 반찬이라고 해야 할까? 빵도 종류와 나라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음을, 그런 빵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좀 더 피부에 와 닿게 느꼈던 시간이었다.

만약 목적의식을 가지고 해외여행을 한다면 나의 목적은 무엇이 될까? 단박에 떠오르는 건 책이지만 다른 언어를 알지 못할뿐더러 번역이 잘 되어 있는 책들이 많으므로 그림이 떠오른다. 오래전부터 고흐 때문에 프랑스 아를에 가보고 싶은 열망이 컸는데 만약 그런 여행이 이뤄진다면 나도 이들처럼 기뻐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대리만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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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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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했기에, 이제 이성간의 새로운 사랑은 경험함 일이 없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씁쓸했다. 먼저는 어설픈 짝사랑과 연애를 하면서 부끄러웠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고 이런 사랑만 존재하는 게 아닌데 왜 이렇게 피폐하게만 끌고 가는지 아쉬웠다. 사랑과 집착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믿기에(혹은 경험을 토대로) 사랑보다는 집착과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마음을 쏟아낸 글이 아닌가 싶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좋아하고 모두 소장하고 있지만 에세이는 두 번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만화가 더 좋다. 아직 마음에 맞는 에세이를 만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보면서 씁쓸한 감정을 갖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씁쓸함이란 게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랑에 대한 씁쓸함보다 사랑을 풀어내는 저자만의 방식에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노력도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마음이라고 해도 애인이 있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고, 모든 걸 알면서도 끌려가고 따라가는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건 불편했다. 그러면서도 그 마음을 아예 공감하지 못한 다는 건 아니었다. 내 사랑을 온전히 줄 수 없을 때(짝사랑이거나, 내가 상대방을 더 좋아한다는 손해감 때문에) 내면은 슬픔과 실망과 절망으로 가득 찰 수 있지만 한 끗 차이로 광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 책 속의 사랑은 그 모든 게 드러나는 듯하다.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과 절절함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내게 속한 삶을 영위해 가면서 드러나는 감정들을 가볍게 써내려가는 듯했다. 그래서 한 여자의 내면이 훤히 보이면서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면서도 좀 더 진지하게 신중하게 사랑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그러면서도 나도 이미 겪었을 숨겨두고 싶은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 순간들도 있었다.


새로운 이성간의 사랑은 없겠지만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밀당과 사랑의 표현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적당히 드러날 때 결혼생활의 만족감이 높아질 때도 있다. 싱글일 때의 밀당과 사랑과는 종류가 다른 사랑이지만 이미 그 단계는 지나왔으니 마음속으로 혼자만 끓이는 사랑이 아닌 서로 마주보며 하는 사랑을 하려고 한다. 기억하기 싫은 사랑의 번민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으니 현재 주어진 내 사랑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결혼을 한 것이고 그것이 결혼에 대한 최소의 예의라고 생각하기에 연애할 때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그려낸 이 책에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확실한 건가? 모순이 주는 의외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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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품격 -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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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려 집 안으로 빛이 들어오지 않는 날이면 이덕무가 생각난다. 집 안에서 책 읽기밖에 할 수 없었던 시절, 빛을 따라 자리를 바꿔가며 책을 봤을 그가 이런 날이면 의기소침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었던 18세기의 문인 이덕무와 백탑파를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도 문학이 폭발하던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뭔가 가슴이 북받쳐 올랐다. 한동안 18세기 문학을 찾아 읽다 어느 순간 잊고 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그때의 열망을 잠시나마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허균이 시인으로 탁월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고 나서인지 이 책의 첫머리에 만난 허균의 산문은 반가웠다. 지금 읽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자신만의 색깔을 담았다는 생각은 이 책에 실린 일곱 명의 문인을 만나는 시간 내내 들었다.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제쳐두더라도 막힘없이 읽히는 흡인력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 익살, 문학에 대한 애정 등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마치 그들을 직접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글을 남기고 비판을 받을지라도 새로운 글쓰기를 하고 일상의 평범함과 내면의 이야기도 은근하게 녹여낸 노력이 고마울 정도였다.

문인으로서의 열정, 학자로서의 의무,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들을 찾는 일보다 글에서 드러나는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바라보려 했다. 비슷한 시대 혹은 다른 시대에 살았던 문인들의 글을 읽으며 다양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정도였다. 이미 익숙한 백탑파를 재조명해보고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고, 잘 알지 못했던 문인의 글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나를 찾았다고 해서 물리적 이득이 오는 것도 아니고,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 수 있다. 그는 외물의 욕망에 흔들려 자기 정체성을 잃지 말고 자신을 지키며 살자고 다짐하는 것으로 글을 맺었다. (66쪽)

개인적으로 18세기의 대표 문인 이용휴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굉장히 짧은 글임에도 그 안에 담고 있는 은유와 메시지, 파격적인 시도들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벼슬의 길을 포기하고 전업 작가로 한평생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문학에 대한 애정과 깊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읽어도 어색함이 없는 새로움이 이용휴란 사람을 더 알고 싶게 만들었다.

장인에게 쓰는 박제가의 제문, 이상적인 생활공간을 글로 옮긴 정약용, 한가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인 허균의 글처럼, 정보로 넘쳐나는 피로한 현대사회에서 단연 돋보이면서도 이런 게 문장이라는 사실을 깊이 공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오래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마웠다. 이러한 글을 쓰면서 이렇게 오랜 뒤에 남겨질 걸 알았을까? 후세에 남기겠다는 생각보다 현재 안고 있던 고뇌와 시대의 흐름, 자아성찰 등 글로 남길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쓰는데 더 열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기에 그런 글들이 오래도록 살아남았고 현재의 나도 읽고 있다. 그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렇기에 글을 쓰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뭔가 뭉클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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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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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도 채 읽기 전에 마음이 쿵 하고 떨어지는 문장과 마주했다. 대개 이런 책들은 끝까지 좋다. 새해 첫 독서인데 이런 책을 만날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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