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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지금 제대로 놀고 있는가? 21세기 성공과 행복의 비밀은 바로 '플레이'다!'
라는 카피를 달고, 그저 '잘 놀아야 행복해지고 성공도 할 수 있다'라고 하는 책이 나왔다. 행복해지긴 할 것 같은데 성공까지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사람들을 위해 생물학, 심리학, 진화론, 개인적 경험, 현자들의 지혜 들을 자유자재로 들이밀면서 놀이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설파한다. '미국 놀이연구소'라는 걸 설립했다든가, '미국 최고의 놀이 행동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평생 '놀이'연구에만 매달려왔다는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의 '놀이론'이다. '노는 거라면 늘 하는 건데?' 라는 사람에게보다, '나도 좀 제대로 놀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사람이나 '놀기만 하면 성공은 언제?'라는 사람에게 확 안겨주고 싶은 책이다. 이런 책을 보고 잘 놀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역시나 노는 물도 좋아지고 놀 바닥도 넓어질 거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가장 크게 다가온 한 마디가 바로 공자 왈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이거니와, 아무래도 나는 '노는 거라면 늘 하는 건데?'라는 쪽에 가깝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깨달은 건 '내가 살면서 느끼는 근거없는 행복감의 정체가 혹시 노는 걸 좋아하기 때문?' 이라는 거였다. 내게 뭐 결코 성공까지는 제공하지 않더라도, 행복은 제공해준 놀이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는 걸 보고 공감하며 왠지 '이쪽 방면으로는 이만하면 잘 살고 있다'는 뿌듯함이 느껴져서 맘껏 행복했다. ^^ 증명이 되든 안되는 그렇게 믿고 살 수도 있을 거 같다.
놀이란? '즐거움을 주고, 자의식과 시간 개념을 정지시키며, 목적이 없어 보이는 활동이다. 또한 놀이는 자꾸만 또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게 만드는 활동이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노는 것'은 그러니까 아이들의 것만이 아니라 실은 인간의 평생에 필요한 것이다. 사실 우리는 '논다는 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던 것일까? 이 책에서 보여주는 '놀이의 효과', '놀이의 심리',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놀이의 의미'에 대한 여러 사례와 풀이를 들어보면 '이미 잘 놀면서 사는 사람'이나 '이제라도 잘 놀면서 살고 싶은 사람'에게도, 더욱 '노는 게 대체 뭐라고?'라는 사람에게는 꼭 짚고 넘어가야만 할 내용들이다. 사실상 앞으로의 생의 반짝임이 그 내용들에 달려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례들, 여러 증명들 가운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생연장'이라는 거다. 인간의 유년기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유난히 길다. 내가 아이였을 적에는 몰랐는데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워보니까 아니 이건, 왜 이렇게 오래 손이 가야하는 거야?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독립한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며 절로 탄식이 나왔다. 어쩌다보니 인간은 이렇게 오랫동안 돌봐줘야 하는 쪽으로 정착이 되었나 하고 불만이 컸었는데, 지은이가 '유생연장은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이다'라고 한 말을 듣고 그 이면을 보게 되었다.
인간의 유년기는 길다. 유년기의 연장은 인간의 기술적, 정신적인 능력을 숙달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인간은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평생 놀이를 계속할 수 있는 본성을 갖게 되었다. 평생의 놀이는 인간의 복지와 적응, 사회적인 결속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유생연장은 문명, 예술, 음악의 발전을 촉진했다.
인간은 모든 동물을 통틀어 제일 잘 노는 종이라고 한다. 물론 유생연장이라는 것도 유연하지만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인간이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이라면 그 특징이 가져다주는 장점을 즐기면 되는 것이겠지. 어린 시절은 무조건 놀고, 커서는 일하면서 놀고, 늙어서는 정리하면서 끝까지 놀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 그러니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다. 놀이가 일에 병행될 수만 있다면 그 능률과 효과는 최대한 커진다는 것도 여러 면에서 이미 증명이 되어 있다.
그렇게 뭔가를 제대로 잘 하기 위해서도 놀이란 건 중요하다지만, 더 중요한 건 생에서 느끼는 행복감, 충만감 때문에 놀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깊은 교감, 진정한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도 놀이는 꼭 필요한 것이다.
놀이가 결핍된 관계는 에베레스트 산의 산소가 부족한 구역을 오를 때처럼, 인내를 시험하는 장이 된다. 놀이의 기술이 없으면, 관계를 맺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처리할 방법도 거의 없다. 놀이가 없는 관계에 충성스러움, 한결같은 믿음, 책임감, 의무감 등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관계를 경쾌하고 만족스럽게 유지해주는 활기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 활기, 활기야말로 놀이의 핵심 요소다. 희열에 넘치는 순간 우리의 생은 반짝이고 의미는 배가된다. 생을 즐기고 있을 때 타인과의 유대를 위한 긍정의 손길을 내밀게 된다. 이 책이 말하는 바, "놀이의 효과를 제대로 알게 되면 인생에 흥분과 모험을 되살리고, 놀이를 중심으로 일을 연장시키고, 세상과 충만한 교감을 나누는 법을 배울 수 있다."라는 데 깊이 공감한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또 행복하게 만드는 문제에 대한 답으로 가는 길은 여럿이겠지만 이 길이 그 중에서도 '꽤 유용하고 다소 쉬운데다 제법 즐겁기까지 한' 길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이 책과 함께 찾아나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