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아기 양
엘리자베스 쇼 지음, 유동환 옮김 / 푸른그림책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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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쇼의 1985년 작품. 아일랜드 출신이지만 주로 독일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그림도 그리고 동화도 쓰는데, 특히 이 작품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출판되었고 널리 알려졌다. '다름'을 존중하는 이야기인데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알프스산의 양치기 할아버지와 양치기 개 폴로와 스물 세 마리의 양들. 유연하고 양치기 생활을 즐기는 다소 낭만적인 할아버지와 자부심 강한 개 폴로는 그림같은 알프스 산에서 양을 치며 살아가지만 외롭지 않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인 둘은 여유롭게 일하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할아버지는 양을 치는 게 주업이지만 또 한 가지 특이하고 재미있는 게 뜨개질을 한다는 것. 양털에서 뽑은 털실로 뜨개질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라는 설정이 참 재밌다. 알프스의 소년 목동들을 <하이디> 같은 책에서 봤지만 풀밭에 앉아 직접 뜨개질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모습이 아주아주 평화로와 보인다. 할아버지가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에는 늘 꽃 한 송이가 꽂혀있는데 그것이 작가가 이 할아버지에게 부여한 성격인 것 같다.  

양치기 개 폴로는 자기 일을 하는데 자부심을 느끼는 충실한 동료이지만, 할아버지, 자신, 양들이라는 식으로 순위를 매기고 그 순위가 엄격히 지켜지는 것만을 인정한다. 스물 세 마리 중의 유일한 까만 한 마리 아기양이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저 녀석은 생각이 너무 많아요. 양들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니까요! 제멋대로 생각하고 까불다가는 언젠가 큰 사고를 칠 거예요." 이게 폴로의 주장이다. 하지만 까만 아기양은 그저 생각하기 좋아하는 양일 뿐이다.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폴로의 말을 듣지 못하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것. 폴로는 이런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아기양도 폴로가 자신만 미워한다는 걸 안다. 자기 혼자 까만 것도 불편하다. 할아버지에게 하얀 털실로 스웨터를 떠주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다른 네가 있어서" 내게는 훨씬 좋다고 일러준다. 

어느 날 눈보라가 몰아치고 양들은 거센 비바람 속에서 까만 아기양의 제안으로 먼 데 있는 동굴 속에 들어가 밤을 보낸다. 평소에 다른 생각을 많이 하는 호기심 강한 까만양이 근처의 동굴을 알고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다. 아침이 되어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려 하얀 양들을 찾을 수가 없던 할아버지는 저 먼 데서 까만 아기양을 보고 양떼를 찾아낸다. 폴로는 자기 생각대로라면 모두 하얀 것만 좋아야 하는데 다른 것도 쓸모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양털 깎는 계절. 흰 털 큰 것 열 자루와 까만 털 작은 것 한 자루를 보고 할아버지는 멋진 생각을 한다. 바로 '하얀 바탕에 까만 털실로 무늬를 넣어' 뜨개질을 하는 것.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이다. 그 전까지는 흰 것만 당연하다고 여겼겠지... 까만 색 예쁜 무늬가 들어간 스웨터, 양말, 목도리, 담요 들은 산 아래 사람들도 좋아해서 금세 다 팔린다. 그 까만 무늬 목도리를 두르는 사람은 하얀 양 스물 두 마리 속의 까만 양 한 마리를 상상할 수도 있겠지. 그림 속 스웨터 목도리 담요 들의 까만 무늬가 까만 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할아버지는 까만 털을 가진 양을 몇 마리 더 샀고, 얼마 후 할아버지는 까만 양, 하얀 양, 얼룩 양 들이 어우러진 특별한 양 떼를 갖게 되었다. 그런 상황이니 폴로도 더이상 까만 아기양과 다투지 않게 되었다는 것. 폴로는 혼란스러웠겠지.^^ 가치관을 바꾸어야 하는 일이니까.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다름을 이야기한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받아들여야 하는 다름- 서로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때로 배척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 편의 동화가 매력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획일적인 사회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주제다. 어릴 때부터 한 가지 만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과 그 길을 부추기고 있는 사회, 힘없이 따라가고 있는 부모들 모두 '달라서 좋은' 세상을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나는 무심결에 폴로가 되어 까만 아기양의 생각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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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연못과 백조의 우정 이야기 쪽빛그림책 9
우치다 린타로 글, 이세 히데코 그림,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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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약한 느낌. 하지만 그걸 보완해주는 그림이 압권.. 놀라운 표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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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무같은 사람 - 식물을 사랑하는 소녀와 식물학자의 이야기
이세 히데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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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나무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녀와 식물학자의 '오래된 나무'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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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 빈센트 쪽빛그림책 7
이세 히데코 글.그림,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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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림.. 빈센트와 테오의 깊은 우물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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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포트폴리오) 마로니에북스 Taschen 포트폴리오 10
마로니에북스 편집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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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의 그림을 좋아한다. 색채, 정지된 순간, 내면의 불안감과 어떤 의연함...  침묵. 

무엇보다 호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 안의 고독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열 네 장의 그림이 큼지막하게 있다. 뒤에는 간단한 해설(진짜 간단하다. 때로 호퍼의 한 마디도 있다.)이 실려있지만 이 화보집은 어쨌든 호퍼의 그림을 좀더 크게 보고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여기 실은 것 중에 물론 쏙 맘에 드는 그림들도 있지만, 어쩐지 빠져버린 것 같은 몇 장의 그림들이 아쉽다. <293호 열차 C칸>, <호텔방>, <햇빛 속의 여성> 같은 그림들, 또 <주유소> <철길의 석양> <바다에 면한 방>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내가 만들면 달리 만들겠지만.. 그야 백 명이면 백 명이 다 다를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할 수 밖에. 조금 더 넉넉하게 그림이 실려있으면 정말 좋겠다. 한 스무 장 정도 안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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