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한 개 보리피리 이야기 1
박선미 글, 조혜란 그림 / 보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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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부터 멋지다. 시선을 쏙 끌어당기는 <달걀 한 개>라는 책. 책을 펼쳐들면 어릴 적의 박선미 선생님, 야야의 이야기가 실꾸리에서처럼 풀려나온다. 막힘도 없고 때로 알록달록하고 손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무척이나 정다운 추억어린 실꾸리. 그 실꾸리로 엮었나, 글과 함께 가는 그림은 또 얼마나 꼬슬꼬슬, 고신지 모르겠다. 박선미 선생님의 글, 조혜란 작가의 그림, 보리출판사는 삼박자가 척척 맞다.   

 

  야야가 너거만 했을 때 이야기야. 
   

이렇게 시작하는, 동화도 아니고 옛이야기도 아닌 ‘나 어릴 적 이야기’가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이야기책으로 완성되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일을 재미나게 이야기하듯 쓴 에세이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하는 재주가 남다르니 만든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다.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시는 선생님 모습이 그려진다.

 

  먼저 야야네 집에서 기르는 닭 이야기로 시작한다. 닭들은 돼지나 소와 달리 마당에 놓아기르고 잘 때도 달구통에 넣어 지켜줘야 하는, 한편 성가시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아이들과 늘 함께 부대끼는 가축이다. 그래서인지 야야에게도 닭에 대한 기억이 많다. 빗자루 들고 고함을 지르는 할매한테 쫓기던 말썽쟁이 장닭들, 궁뎅이에 힘을 한 번 주면 하얀 알이 쑤욱 빠져다오던 암탉들. 삼칠일이나 품고 있던 알에서 병아리가 깨 나오는 신기한 모습, 그 병아리들이 삐악거리며 납작한 접시 끝에 올라서서 물 한 모금 하늘 한 번 하던 귀여운 모습도 생각난다. 그 모습을 마루 끝에 걸쳐앉아 다리 흔들거리며 보는 걸 좋아했던 자신의 모습도 덩달아 떠오른다. 냉장고 안의 닭고기 말고는 펄펄 살아있는 닭 한 번 자세히 들여다 본 적 없는 내게는 그대로 신기하고 자세한 닭 이야기다. 
 

  이번에는 그토록 먹고 싶던 달걀에 얽힌 이야기들. 야야가 어릴 적에는 달걀 한 개가 그리도 귀하고 맛난 음식이었다. 보통 때는 나오는 달걀을 다 모아 장에다 팔고, 날이 더워져 오래 보관이 어려우면 할머니나 아버지 밥상에 가끔 오르는 귀한 것. 따로 상 받으시는 어른들에게나 드리던 그 귀한 달걀찜이 야야는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모르겠더란다. 배가 아파 밥 못 먹고 구들목에 엎드려 있을 때 할머니가 달걀찜에 밥 비벼 주시면 아픈 것도 잊고 목구멍으로 달게 넘기던 그것. ‘식구 열 서이가 아버지 몸띠 하나 뜯어먹고 산다’며 엄마가 아버지께만 챙겨주시던 달걀부침에 침을 꼴깍거리다가 바깥부터 한 쪽씩 뜯어먹어 노른자만 남긴 채 아버지께 갖다 드리던 기억은 그저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만든다. 우리 남매도 야야처럼 꼴깍거리기 일쑤였고 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먹을거리를 넘겨주시고 엄마는 흘기고, 그런 기억이 떠올라서이다. 박선미 선생님은 오래전 어릴 때 이야기인데 참 재미나게도 한다. 또 한 가지, 야야네 식구들은 부족한데도 서로서로 헤아려주는 것이 참 따스하게 느껴진다. 그 재미, 그 따스함으로 하여 내 어린 시절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며 살아나니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달걀에 얽힌 마지막 추억도 훈훈하다. 야야의 선생님이 큰 수술을 하고 요양을 하게 되자 아이들 집에서는 부조삼아 선생님께 이것저것 보내게 되는데, 그 중 제일 많은 것이 달걀이었다. 야야도 달rif 두 개를 들고 선생님께 갖다 드리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야야는 선생님이 아주 좋았나보다.

 

  야야는 그 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어. 내가 먹는 거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 있구나. 아. 이런 기분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니 말이다. 이런 기분, 가끔 나 자신도 느끼는 기분인데 야야의 입을 통해 들으니 내가 다 뭉클해진다. 참, 따스함도 전염되는 것인지.

  야야의 선생님도 좋은 분, 또 멋진 분이다. 부모님들이 보내주신 그 달걀 몇 알들을 모아 아이들에게 달걀 잔치를 해 주실 생각을 했다니 말이다. 야야에게 달걀 두 개를 받아들고 아이구, 이 귀한 거를. 너거나 하나 더 먹이지. 엄마한테 잘 묵고 어서 낫겠다고 말씀 디리라. 하시던 선생님이 아닌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뒷산에서 실과 공부를 한다시며 커다란 솥에 한 소쿠리나 되는 달걀을 삶아 아이들을 먹일 계획을 세우신 거다. 그날 학교 뒷산에서 벌어진 달걀 잔치는 얼마나 풍요로웠을까! 솥 걸고 나무 삭정이 줍고 불 피우고 물 이어다 끓이고, 달걀을 조심 조심 조심… 한참이나 넣었다. 달걀이 익는 동안도 흥겹다. 한쪽에선 풀무질이 한창이고, 한쪽에선 선생님의 아코디언에 맞춰 노래부르고 아이들이 춤을 추고. 이게 웬 꿈같은 일인가 싶다. 이런 게 학교였던가…. 도시에서 자라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이라, 야야의 추억이 부럽기 그지없다. 아이들의 설렘과 기대 속에 달걀은 또 얼마나 맛있게 익었을까. 일단 먹어보고 이야기하자는 선생님 말씀에 모두모두 노른자 흰자 하며, 소금도 깻가루만큼 꼬시다며 아껴먹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행복감이 내 마음을 다 벅차게 한다. 그 와중에도 하나만 자기가 먹고 하나는 할머니 갖다드린다는 녀석이 있고, 두 개 다 너가 먹고 할머니께 드릴 건 따로 가져가라 하시는 선생님이 있어서 더 많이 행복하다.

 

  야야가 너거만 할 때 달걀 한 개로 모두 그렇게 기쁘고 행복했던 이야기야.

 

  달걀 한 개의 행복.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던 야야가 어른이 되고 이제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급식소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먹지 않고 버린 수많은 달걀들을 보고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지. 그날 오후,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던 선생님. 귀하게 닭을 키우고, 작은 것이라도 나눌 줄 알았던 동무들, 이웃들이 그리웠다지. 선생님이 바라는 세상, 달걀 한 개로도 마음을 나누고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나도 바란다. 이 책을 보는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모두, 그런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면 좋겠다. 

 

   이렇게, 참 신기하게도 ‘달걀 한 개로 책 한 권’이다. 박선미 선생님은 이야기하고, 조혜란 작가는 그 이야기를 또 재미있고도 정감이 넘치는 그림으로 살려낸다. 야야네 마당을 헤집고 다니는 닭, 접시 가에 올라앉아 물을 먹는 병아리들, 달구통을 덮는 야야, 안방 벽에 걸린 옷을 덮는 예쁜 보자기, 저녁상 풍경, 김을 내며 삶아지는 계란이 담긴 커다란 솥과 아이들 모습…. 야야의 어린 시절이 어찌나 생생하게 그려지는지 마치 내가 야야네 집, 야야네 학교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꺼지지 않는 따뜻한 불씨 하나가 마음에 지펴진 듯하다.

 

   그런데 야야는, 분홍색 긴 팔 블라우스 하나랑 또 분홍색 짧은 팔 블라우스 하나밖에 없는 걸까? 야야는 혹시 분홍색을 그렇게 좋아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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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 만화로 보는 비틀즈 - Love me do
케나즈 편집부 지음 / 케나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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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를 들여다보는 25개의 다채로운 시선. 표지는 멋지지만 내용은 다소 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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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 하 - 개정판, 백탑파, 그 첫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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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구성, 해박한 지식, 고전적이고 품위있는 문장. 하편, 의외성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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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 상 - 개정판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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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지적이고 품위있는 소설을 만났다. 추리가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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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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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읽는 내내 김훈의 문장이 어른거려 김인숙의 '소현'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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