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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쟁이 엄마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48
유타 바우어 글.그림, 이현정 옮김 / 비룡소 / 2005년 6월
평점 :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늘, 고함을 지르고
또 늘, 후회한다. 엄마들은 고함쟁이다.
아이들은 늘, 혼난다. 대체로 혼날 짓을 한다는 생각도 못한 채로 엄마가 지르는 고함을 고스란히 맞는다.
길러보니 엄마와 아이의 세상은 그리도 다르다. 그게 아이와 엄마의 일상이다. 참 안타깝지만.. 사실인 걸. 그러나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늘 후회하고 잠시 더 친절해지고, 좀 있으면 또다시 고함쟁이가 되더라도. 그건 돌고돈다. 사랑이 깨지는 건 아니다. 어차피 그리 될 일, 좀더 유머러스하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 그렇게 봐주는 사람 없나?
있다. 유타 바우어가 그렇게 봐준다. 이 책을 아이랑 함께 읽고, 책을 덮으며, 순간 아이랑 서로 마주보며 눈을 맞추던 때의 생각이 난다. 아이의 눈에는 웃음과 함께 의기양양함, 내 눈에는 아마 웃음과 함께 쑥스러움.. 그랬을 것이다.
오늘 아침, 엄마가 나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소리에 밀려 아이는 기우뚱하고, 한껏 벌어져 목청이 다 보이는 엄마 입에서는 어떤 '가공할만한 파장'이 튀어나오고 있다. 아이는 그 위협적인 파장을 고스란히 덮어쓴다. 딱 보는 순간, 우습지만 또 한편 숨이 딱 멎는, 절묘한 순간이다. 유타 바우어는 귀신처럼 그 순간을 잡아낸다.)
깜짝 놀란 나는 이리저리 흩어져 날아갔지요.
(엄마가 멀뚱히 바라보는 가운데, 아이는 흩어진다. 머리, 부리, 날개, 꼬리, 몸통, 다리. 엄마의 고함은 아이를 부서지게 만든다...는 것. 무서운 유머다. 엄마로서는 가슴이 철렁해지는. 그래도 웃음이 난다. 은유가 현실이 되는 순간, 웃음과 함께 깨달음이 비수처럼 날아오는 법.)
내 머리는 우주까지 날아갔고요, 내 몸은 바다에 떨어졌어요. 두 날개는 밀림에서 길을 잃었고요, 부리는 산꼭대기에 내려앉았어요.꼬리는 거리 한가운데로 사라져 버렸지요. 두 발은...
남은 두 발은 흩어진 몸을 찾아 여기저기 다니지만 눈이 없어 볼 수도 없고 부리가 없어 소리도 낼 수 없다. 날개가 없어 날 수도 없다. 오직 두 발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몹시 지친 채 사하라 사막에 도착했는데..
(난데없이) 커다란 배 위에 엄마가 있다.
바로 그때였어요. 엄마가 내 모든 걸 다시 모아 한데 꿰매고 있었어요. 두 발이 맨 마지막 차례였던 거지요. 다 꿰매고 나서 엄마는 말했어요. "아가야, 미안해."
그리고 배는 사막 위 어딘가를 날아간다. 집으로 가는 거겠지.. 다행이다. 무시무시한 고함파를 보내 아이를 흩어놓은 엄마가 다시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흩어진 아이를 찾아 꿰매주니까. 그리고 미안하다 따뜻하게 말하며 감싸안아주니까. 엄마들, 이제 고함지르지 마세요~ 하는 걸까. 함께 웃었지만 쑥스럽다. 결국은 고함지르고 후회하곤 하던 일이 생각나서이다. 그래, 고함지르면 아이는 산지사방 흩어진다. 조금 더 참아보자!! 그래야 좀 덜 쑥스럽지.
촌철살인의 그림책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분명 펭귄인데.
훨훨 날아가고도 싶었어요. 하지만 두 날개가 밀림 속으로 사라져 버렸잖아요.
라니? 날개가 몸에 붙어 있어도 펭귄이 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드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