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는데 늘 이렇게 한가위 연휴처럼 한가했다간 너무너무 지루해서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밤늦게까지 있는 게 괴로워서 아시아영화 걸작선 하나도 못 보고, 어제는 밤에 보던 <야수>도 보다가 TV 켜놓은 채로 자버렸다. 그나마 괜찮았던 건 <광식이동생광태>뿐. 커다란 그 무엇을 찾기엔 무리지만, 가벼우면서도 뭔가 남는 잔잔한 영화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소고기를 평소에 거의 안 먹다가 명절만 되면 몰아서 먹어서 그런지 몸에 무리가 가는 것 같다. 소갈비찜, 소고기전, 탕국에 올라가는 고기, 산적 등 이건 아무래도 무리다. 그래서 어제는 배가 불러 내내 괴로워하다가 <여우야 뭐하니> 재방송을 보고 (사실, 그 후에 바로 하는 '한글, 달빛 위를 걷다'까지 보고 싶었는데) 엄마가 재촉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집을 나서서 하늘공원에 갔다. 디카를 가져갈까 말까 고민을 잠시 하다가 뚱뚱한 디카가 무거워서 안 가져갔는데 월드컵공원에 도착하자마자 후회했다.

억새가 많다는 하늘공원에 오르는 길은 멋있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내려오는 사람 전용으로만 쓰이던 지그재그 계단도, 하늘공원의 광활한 밭도 좋았다. 더군다나 하늘공원에 올라 전망대 구실을 하는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그 곳은 정말 장관이었다.

도착한 시간이 5시 반쯤이었는데 그 때는 딱 해거름이 되는 시점이었고, 때마침 그 근처에는 요트가 그림처럼 아주 천천히 떠가고 있었다. 억새는 가까이서 보면 잡초가 많아서 별로인데 좀 떨어져서 보는 광경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하늘의 정기를 받아들이고 싶어질 만큼 한가롭다.

그렇게 억새와 해거름을 구경하면서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것도 괜찮았다. 엄마가 사가자는 말 안 했으면 생각도 못했을 텐데 새삼 고맙다. 기나긴 명절 연휴 내내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건 하늘공원에 엄마와 다녀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가로이 쉴 수 있다는 게 좋다. 지루한 연휴 끝자락에 이런 공원에 갈 수 있다는 게, 그런 곳에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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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10-0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 많은 제수를 다 어쩌라구요. 끔찍해요. ㅠ.ㅠ

전호인 2006-10-09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보는 하늘공원의 갈대는 정말 보기 좋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사진도 찍어오셨더라면.......

하루(春) 2006-10-1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음.. 뭔가 착각을 하신 것 같네요. 무슨 말씀이신지...
전호인님, 갈대가 아니라 '억새'예요. 하늘공원 올라가니까 억새와 갈대 구별하는 법도 가르쳐 주던데요. 저도 디카 안 가져간 걸 아주 많이 후회하고 있어요. ^^

조선인 2006-10-1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한가위라면 매일 제수를 해야 하잖아요. ^^;;

하루(春) 2006-10-1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해를 못하고 있었군요. 죄송해요.
맞아요. 늘 음식하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