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이 피었다
분꽃이 피었다
내가 이 세상을
사랑한 바 없이
사랑을 받듯 전혀
심은 바 없는데 분꽃은 뜰에 나와서
저녁을 밝히고
나에게 이 저녁을 이해시키고.
내가 이 세상에 오기 전의 이 세상을
보여주는 건지,
이 세상에 올 때부터 가지고 왔다고 생각되는
그 悲哀보다도 화사히
분꽃은 피어서 꽃 속을 걸어나오는 이 있다
저물면서 오는 이 있다
--- 장석남
박완서 작가의 수필 <유년의 꽃> 처음을 장식하고 있는 시다. 박완서 작가는 개성에 살던 어린 시절에 분꽃을 따다가 입에 대고 부는 놀이를 수도 없이 많이 했다고 한다. 그후 계속 못 봤는데 아치울에 터를 잡은 후 '여봐란 듯이' 분꽃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쓰고 있다.
나도 어릴 때 우리집에선가 학교에선가 분꽃을 많이 본 기억은 있다. 아쉽게도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분꽃이 없는 것 같다. 심지 않아도 꽃씨가 날아와 정착하면 놀라운 번식력으로 무수하게 돋아난다는데 말이다.
분꽃, 어디 가면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