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프다. 3월 1일에 개봉한 후 지금까지 장기 상영하고 있는 씨네큐브에 고맙다. 또한 서울환경영화제에도 고맙다. 그 영화제가 아니었으면 씨네큐브에서 아직도 상영한다는 걸 몰랐을 테니 말이다.

광활한 자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끝내주는 자연의 힘. 그 거대한 자연 앞에서 그 둘은 서로에게 서서히 물들고 더이상 감정을 속이지 않는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수백마리의 양을 돌보면서 그들은 어찌보면 자연의 힘을 거스르는 감정을 느낀다.

brokeback은 회귀(回歸)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brokeback mountain은 모두의 마음이 되돌아가야 할 편견없는, 간절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극장에서 가져온 포스터에 영화를 보는 이에게 주는 팁이 이렇게 자상하게 써있었다. 에니스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잭의 아내 로린은 "브로크백 마운틴은 그가 꿈꿔왔던 상상의 낙원인지도 모르죠." 라고 말한다. 질리도록 콩을 먹어야 했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둘의 감정을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순수한 마음과 간절한 사랑을 여한없이 드러낼 수 있었기에 잭은 브로크백 마운틴을 고향처럼 여겼던 것이다.

잭 트위스트(Jack Twist)의 부모님댁에서 20년 전 그들이 입었던 셔츠를 찾아내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에니스 델마(Ennis Del Mar)가 자신의 감정을 더이상 감추지 못하고 폭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에니스는 그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속시원히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에니스는 어릴 적 저질렀던 죄스런 기억 때문에 더욱 그 안에 자신을 가뒀던 게 아닌가 싶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를 완전히 등지고는 살 수가 없다고 한다. 그들도 그랬기에, 또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간 정도까지는 잭이 에니스를 부추기는 게 스무살 어린 소녀의 투정으로만 여겨졌었다. 하지만, 잭의 마음 속에는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에니스가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정말 가슴이 아려왔다. 

영화가 끝날 무렵 자꾸만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Before Sunset'이 떠올랐다. 그 영화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이성애와 동성애의 차이만 있을 뿐...  

He was a friend of mine.

엔딩 크레딧에 흐르던 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아무래도 사운드트랙을 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잭과 에니스가 내게도 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왜 친구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들의 인생과 아픔에 관한 얘기를 더 듣고 싶어서,라고 대답하련다.

참, 5월 17일 굿바이 상영을 하는데 선착순 200명에게 오리지널 대형 포스터를 준단다. 혹시 가실 분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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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5-1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프고, 짜증나고, 답답하고....아름다운 영화였던 기억이.

하루(春) 2006-05-1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짜증이 나지는 않더라구요. 일단 경치에 취하고, 그 둘이 동화되는 과정에 넋을 잃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아쉬웠어요. 이 영화 보신 분들이 많군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