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2시쯤 출발했다가 오늘 9시 반쯤 집에 돌아왔다.
목적지는 강원도 정선.
우리집 사람들은 강원도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다. 굳이 원인을 찾아보자면 어릴 때 온 가족이 한 차에 낑겨 앉아 강원도 강릉이나 오색약수터나 설악산 울산바위에 질릴 정도로 다녔던 게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그 때는 차가 막히지도 않았고, 늘 강원도든 부산 해운대든 우리가 다녀오면 그 후에 뉴스에서 이렇게 떠들어댔다. "올 여름 들어 피서객이 최대로 몰려 발 디딜틈이 없습니다." 라는 기자의 목소리와 함께 목욕탕이 되어 버린 해운대를 보여주곤 했다.
아무튼, 그렇게 강원도에 많이 다녀서인지 오랫동안 강원도에 못 가면 가고 싶어 안달이 난다. 때론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도 한다.
그러던 4일 엄마가 바람을 넣으셨다. 5일에 아빠랑 정선에 다녀올까 하는데... 엥~??? "나도 데리고 가. 조용히 mp3들으며 책 읽으며 사색이나 할게. 엄마 아빠가 뭘 하든 나는 조용히 있을 거라니까." 라고 얘기했지만, 아빠의 독특한 심리상태 덕에 5일 오후에 정선으로 떠날 수도 있으리라던 기대감은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시무룩하게 5일이 지나고, 6일. 비가 많이 내리는 토요일 오전. 잠시 볼일이 있어 2시 전에 돌아온다고 얘기하고 나갔다 왔더니, 짐을 다 싸놓으셨다. 이게 웬일이래요? 하며 기분이 완전히 들떠서 로모를 챙기고, 출발했다.
비가 계속 많이 내렸지만, 이왕 떠난 거 다시 돌아가면 나는 억울해서 못 산다고 엄포를 놓고 그 길로 강원도로 출발.
역시 여행의 맛은 날씨, 그리고 작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색다른 풍경이다. 내부순환로를 지나 구리시, 양평을 거쳐 중앙고속도로를 실컷 달리다 원주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가서 둔내(원래 새말에서 나가야 하는데)에서 안흥을 지나 정선에 도착.
정선은 정말 시골이다. 토요일 저녁 8시경 도착했는데, 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았고 어쩌다 거리를 오가는 이들은 대부분 젊은이들뿐. 식당도 눈에 안 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느 아주머니께 막국수 하는 집 있냐고 했더니 '황기 막국수'가 잘한다며 소개해 준다. 해장국과 함께 시켜서 우리는 며칠 굶은 사람처럼 바닥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혹시 정선가실 분들 참고하시길... ^^
이제 배가 찼으니 숙소가 걱정되어 물어봤다. 식당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아름장' 주인이 할아버진데 소개로 왔다고 하면 싸게 해줄 거라며 알려준다. 아름장.. 방바닥 무지하게 뜨끈뜨끈하다. 시설은 근래에 모텔이나 장급여관에 가본 적이 없어서 평가는 불가능. ^^;
부모님이 정선으로 행선지를 정한 이유는 정선5일장. 아침 일찍 일어나 장으로 나갔더니 바로 앞 파출소에서 경찰들이 나와서 교통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이고, 시장에는 11시가 넘어가자 발 디딜 틈이 없다. 관광객들이 아니면 재래시장이 그만큼 활성화되기 어려웠을 텐데... 정선군에서 노력을 많이 한 티가 나서 좋았다. 역시 물건 좋고, 사람들 친절하고, 친숙한 정선 사투리 들으니 더 좋고...
사실 내가 내심 바랐던 여행지는 <봄날은 간다> 촬영지였다. 파출소에 가서 물어봤더니, 정선장에서 동북쪽(그러니까 강릉방향)으로 15분 정도 가면 아오라지(아량장이 열리는 곳)가 나오고 거기서 한참 들어가야 촬영지가 나온다고 하더라. 나는 거기 되게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차가 많이 막힐까봐 걱정이 태산 같다.
거기 못 가서 좀 아쉽고, 돌아오는 길에 차는 많이 막혔지만, 배불리 맛있는 음식 먹었고, 내 눈과 마음에 신선한 공기와 경치 가득 담았고, 로모로 사진도 찍었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으하하~
더 사고 싶은 나물이 있어서 2주쯤 후에 한 번 더 가겠다고 하셨으니, 그 때 가면 가리왕산 산장에서 자자고 하셨으니, 다시 기대 중이다. 정선, 색다른 맛이 있는 곳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