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메종 드 히미코'를 보고 꽂힌 바가 있어 이제서야 감독의 전작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를 봤다.

이 사람의 영화는 이창동의 영화 '오아시스'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창동은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그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게도 하고, 착잡한 마음이 들게 한다. 관객은 그 불편한 마음을 집에까지 가져오기도 하고, 나 같은 사람은 그 때문에 며칠간 힘들기도 하다.

이누도 잇신은 뜬금없지만,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할 기회를 준다. 사실 조제와 호랑이...에서 조제와 츠네오가 왜 헤어졌는지 그들이 왜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왜 꼭 헤어지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는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누도 잇신의 결론은 꽤 명쾌하고 시원하다. 전동휠체어 하나로 그렇게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걸을 수 없는 장애인이었음에도 비장애인이 될 수 있는 거다.

이렇게 두 감독의 결론이 사뭇 다른 이유가 이창동은 우리나라 사람이고, 이누도 잇신은 일본사람이기 때문일까? 그들과 우리의 정서가 다르니까?

현실세계에서 우리가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인물은 공주를 공주마마라 부르며 받드는 종두가 아니라 츠네오다. 이렇게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억지일 수도 있다. 둘의 장애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공주는 언어장애를 동반한 뇌성마비(사지마비)이고, 조제는 소아마비이니까...

술기운이 나의 정신을 지배한다. 일요일 오후의 술 한잔으로 이렇게 무너지나. 아무튼 이누도 잇신. 계속 기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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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일본과 한국의 장애인 복지에 대한 차이가 아닌가 싶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전동휠체어를 많이 타지만 다니기에는 길이 너무 불편하니까 자유롭지 못하고 오아시스가 지금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blowup 2006-03-2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동명소설의 단편집도 좋았어요. 단편 모두 다. 근데 진짜 한잔으로? ^.^

하루(春) 2006-03-26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그런 면도 있겠군요. 아무리 그래도 일본이 우리나라보다는 많은 면에서 상당히 앞서 있으니까... 슬프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namu님, 한번 찾아봐야 겠네요.
사실 술은 좀 더 마셨죠. 안주 없이 마시는 스타우트에 중독됐나 봐요. 으레 안주 없이 마시게 되네요. ^^;

하루(春) 2006-03-26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다놓고 몇달을 찬바람만 맞게 했나 몰라요. 암반수 마크 퍼래진 거 보고도 마시고 싶은 거 참느라 애도 많이 먹었구요. 그런데 오늘은 쓸쓸히 서있던 2병을 꼭 마셔야 겠더라구요. 님 착하신 건 모르겠구요. 촌철살인의 달인이신 것 같아요. 흐흐~

시비돌이 2006-04-12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선상님! 보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