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아이 그림이 있는 책방 1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보림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교에 다닐 때 친하게 지내던 오빠가 있었는데, 그 오빠네는 아이가 다섯명이었다. 위의 둘은 부모님이 낳은 자식이고, 나머지 셋은 입양을 한 것이다. 아이들이 나이가 좀 들은 후에 입양을 한 터라 자신들이 입양되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 오빠가 별로 안 진지하게 얘기해준 것 중 좀 더 충격적이었던 건 입양한 아이 중 한 아이는 엄마가 미군부대 근처에서 일하던 양공주였단다. 그 아이가 이것저것 다 알 나이였는데도 미군이 집으로 찾아와 아이가 보면 안 좋을 여러가지 행동을 하는 바람에 학교에 다니던 중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그 아이는 그게 뭔지도 모른 채 그 행동을 학습하여 친구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것이다.

정말 모두 다르게 생긴 세 아이를 보고 있자니,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 우리집도 아이가 많은 집이지만, 아버지가 2대 독자라 내 밑의 남동생을 낳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다 했다는 것을 나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얼마 전, 유명 연예인 부부의 여자아이 입양 얘기도 안 할 수 없다. 황우석 교수의 커다란 사건 때문에 좀 조용히 넘어가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런 부부가 입양을 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 이미 아들이 있고, 따라서 신체 건강한 그 부부가 둘째를 못 가질 이유는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엄마 될 이의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배 아파서 낳는 아기가 있고, 가슴 아파서 낳는 아기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부부의 실천이 정말 놀랍고, 가슴 뭉클했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마의 품에 한번 안겨보지도 못하고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은 늘 사랑이 고프다. 그 놈의 사랑이 대체 뭔지, 그 아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항상 배가 고프다. 사람은, 특히 아이들은 진수성찬만으로는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사랑'이 부족하면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한다.

"가시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지금 이대로도 피오트르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아기인걸요."

고슴도치 아이는 바로 그것을 상징한다. 고슴도치 아이 피오트르를 입양한 부부가 아낌없는 사랑을 진심으로 주자, 그제서야 가시를 후드득 후드득 떨어뜨리고 진정한 아들이 된다는 이야기가 참으로 사랑스럽고 감동적이다.

책은 얇지만, 고슴도치 아이 그림(종이를 붙인 것 같은데)이 예쁘고, 결말도 마음에 든다. 가끔은 나이가 좀 든 사람도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 글씨가 좀 많다 했더니 초등 3학년 이상 권장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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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12-2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이야기네요. 아이를 낳는 어머니도 존경스럽지만 아이를 데려와 큰 사랑을 주는 어머니, 너무나 존경스러워요.

하루(春) 2005-12-3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존경스러워요. 우리나라처럼 출신성분(?)을 중시하는 나라에서 입양이라니요. 그런데 저도 나중에 한 번 고려해보고 싶긴 해요. 실현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