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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남자 - 양장본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책을 빌려 봤었다. 정말 빨리 읽고 싶은데 그 마음을 누르느라 일부러 도서관에 책을 신청했고, 그 후 4개월쯤 지나서야 들어온 책을 빌려 왔다. 처음으로 대출증을 만들고 빌려 온 그 책에는 마음에 드는 구절이 꽤나 많아서 밑줄을 긋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힘들었다.
이 시대의 웬만한 사람들은 도서관의 책에 밑줄을 긋지 않는다. 뭐, 더러 "에라, 모르겠다."하고 긋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공공의 재산인 도서관 책은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그래서, 새 책이라면 책장이 넘어가지 않게 꾹꾹 누르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교과서에나 어울릴 지침은 제쳐 두고, 책에 밑줄을 그어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라. 이렇게 로맨틱한 경우가 다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두 눈에 하트를 그리게 되는 스토리다. 그리고, 흥미진진하다.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서 책을 쉬 내려놓지 못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묘미는 여러 작가의 여러 책의 구절로 밑줄 긋는 남자,와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침 유명 작가의 책들이 많아서 차후에 읽으리라 다짐한 것도 몇 작품 있으니 수확이 크다.
시작은 완벽한 로맨스고, 중간엔 추리소설 같아지고, 마지막엔 여운을 주는 해피엔드다.
어느 날, 내가 사랑하던 남자가 내게 너무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 주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난 싫증을 느꼈다. 답장이 없는 그에게 편지를 쓰는 데도 지쳤고, 내 침대 위에 걸린 그의 사진을 어루만지는 일에도 신물이 났다.
밤마다 젖가슴 위에 책을 세운 채 잠드는 바람에 직각 모양의 붉은 자국이 가실 날이 없었으니, 레옹도 나를 한심하게 여겼으리라.
유대인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상당히 프랑스인을 닮은 젊은 여성 콩스탕스의 이야기는 가볍다. 유쾌하고, 밑줄 긋는 남자가 언젠가는 자기 집에 올 거라는 생각에 미리 파란색 목욕 가운까지 준비해 놓는 이 여성의 이야기를 가을에 읽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참, 심심해서 골라 본 이 책에 어울리는 노래
- 후아유 사운드트랙에 나오는 '형태 라이브' 中 그대를 사랑하는 것이 뭐 어렵나요. 그 진실 내게 보여준다면... 그대를 사랑하는 것이 뭐 어렵나요. 나 그대 마음 몰라 두려운 것 뿐이죠.(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