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앉아서 오른손에 마우스를 잡고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다. 전투(?) 장면인 듯한 모니터를 보여주더니 카메라는 쥐로 시선을 옮긴다. 쥐가 열심히 제자리에서 달리고 있는 모습. 한참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뛰다가 '헥헥~'하며 멈춰선다. 그리고 지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쥐가 나오는데 그 곳은 바로 마우스..
우리가 사용하는 마우스 안에서 실제로 쥐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재밌는 얘기다.
그 쥐는 완전히 지쳐 실신지경이 되어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 벌이가 시원찮아 집에 먹을 것도 없고, 간이 가스렌지에 라면을 끓이려 하는데 가스가 떨어져 빈통만 있다.
중간에 광마우스 얘기가 나온다. 이 광마우스라는 건 쥐가 배에 빛을 투사할 수 있는 장치(배꼽처럼)를 다는 수술을 하면 될 수 있는 건데, 편하게 마우스 안에 앉아서 빛만 쏴주고 돈을 벌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자기는 돈도 없고 매일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사실에 비관하면서 강가에 앉아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문득 전단지를 발견한다. "光마우스 수술" - 매우 싼 값에 해준다고 돼있는데, 이 큰 글씨에 눈이 뒤집힌 이 쥐는 다급히 전단지를 뜯어서(아랫부분이 뜯긴 채로) 병원으로 달려간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바퀴벌레 두마리가 노닐다가 쥐가 나타나자 황급히 도망가는 것으로 보아 속칭 '야메'인 걸 짐작할 수 있는데 Black Hospital이라는 팻말을 걸어놓은 곳으로 들어가자 의사(역시 쥐)가 온다. 근데, 이 쥐는 뭔가 잘못 알고 왔다. 그렇게 헐값에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에는 조건이 있었던 것. 바로 그 뜯긴 부분이었는데 어이없게도 그 조건은 "꼬리를 실험용으로 기증할 때 가능한 가격"이었다.
이 부분에서 확 와닿는 게 있었다. 고양이나 쥐 등 꼬리 달린 동물이 꼬리로 균형을 잡는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 그래서 균형 못 잡으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다.
역시나... 그깟 꼬리 없으면 어떠냐는 심정으로 수술을 받아 배에 그럴싸한 장치를 달고, 꼬리를 잘린 채로 침대에서 일어나 걷는데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균형을 못 잡고 비틀거린다. 보기 안쓰러웠는지 의사가 부축을 해주지만, 벽을 잡지 않고는 걸어가지 못한다.
바로 화면이 바뀐다. 광마우스 수술을 받은 쥐가 휠체어에 앉아 있다. 그리고, 어딘가에 빛을 쏘아주는데 표정은 침울하다. 점점 범위를 넓혀가는 카메라. 그건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였다. 소변을 보면 소변기 위의 센서에 빛을 쏘아 물이 나오게 하는 일을 하는 신세로 전락한 쥐.
일반 극장에서 보기 힘든 거라 줄거리를 세세하게 다 적었다. EBS 애니토피아에서 해준 클레이메이션이다. 감독은 박원철
출세와 안위에 눈이 멀어서 그런 허망한 일을 자초하다니... 아~ 불쌍하다. 꼬리 없는 광마우스로 사는 게 매일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꼬리 있는 쥐의 삶보다 나을까? 이 두가지 방법의 경중을 따진다면, 선뜻 "그래도 꼬리 있는 게 낫지 않아?"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매일 중노동에 시달릴 때는 육체가 극도로 피곤하니, 정신까지 힘들었다. 꼬리 없는 광마우스가 된 후에는 육체는 극도로 편하지만(운동량 제로) 정신은 피폐해진다.
힘든 일이다. 벼랑에 내몰린 이들의 이야기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애니토피아.. 눈여겨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