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의 엄마들한테 말하고 싶다. 아들을 낳으려거든 나이팅게일 같은 아들을 낳고, 그게 아니라면 낳지 말라고. 그리고 신발 만드는 사람들은 제발 신발을 좀 말랑말랑하게 만들라고 해맑게 웃으며 말하던 그 할아버지.. 그 분은 강제로 전향당했다. 그래서 2000년 비전향장기수들이 북한으로 송환될 때 가지 못했다.
강제로 전향당했든, 전향을 안 했든 삶은 똑같이 고달프다. 숱한 고문과 폭력을 이겨내고, 몇십년을 견뎌내고 세상 속으로 나오게 됐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이데올로기로 견뎌낸 것이다. 집도 없고, 자기를 맞아줄 사람도 한 명 없고, 주민등록증도 발급해주지 않아서 그야말로 극빈층이 되어버린 그들.
정말, 이데올로기라는 게 폭력이나 종이 한 장으로 바뀔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혁명 완수, 위대한 김일성 수령동지, 동무 등등 우리에겐 낯설기 그지없는 단어들이 그 분들의 입에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함께 모이면 그들의 군가도, 김일성 찬양가도 아주 기분 좋은 얼굴로 부른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 가입(?) - 마치,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처럼 - 한 어떤 할아버지 가족은 풍비박산.. 몇십년 복역하고 나오니, 조용히 살고 싶다며 90이 넘은 어머니도 못 만나게 하고, 돌아가신 후엔 산소가 어딨는지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이런 얘기 솔직히 내게는 너무 생소하다. 비전향장기수가 뭔지도 몰랐다.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아는 건 하나도 없었다.
'송환'은 1992년 비전향장기수들을 처음 만나게 된 이야기부터 2000년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으로 그들이 갔고, 그 이듬해 평양으로 찾아가 다시 그들의 근황을 찍어온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한국전쟁 이후 강대국에 의해 분단이 됐고, 그 비극으로 인한 우리 민족의 아픔. 비전향장기수와 강제전향 장기수들, 그리고 또 하나의 서러움인 납북된 사람들의 가족. 납북된 사람들의 가족들은 비전향장기수들의 북송을 결사반대했었다. 납북된 사람들은 400명쯤으로 추산되는데 북에서는 하나도 없다고 잡아떼고 있고, 그들에 대한 문제해결은 미진한 상태라고 한다.
시사에 큰 관심이 없어서 송환이 처음 개봉했을 당시 최소한의 관심만 가졌었다. 강제전향 장기수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11년간의 기록을 편집해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내놓은 김동원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동원 감독의 대기록에 비해 내 소감은 너무 초라한 것 같다. 하지만 때론 모든 걸 기록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는 다 내 가슴 속에 남아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