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유니버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부모님과 한 가전회사 대리점에 CDP를 사러 갔다.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안 들고, 가격만 비싼 것처럼 보이는데도 그 회사 제품을 유난히 선호하시는 아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고 포장하는 동안 MP3P를 구경하고 있었다. 괜찮아 보이는 모델이 두가지 있었는데, 가격차이가 꽤 커서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싼 건 건전지를 계속 갈아줘야 하고 비싼 건 충전해서 쓸 수 있는 반영구적인 것이었다. 그걸 보시던 아빠가 "필요하면 골라라. 사줄게." 하시길래, 나는 사춘기 소녀처럼 괜히 홱 돌아서며 "이거 관심없는데... 난 애플에서 나온 거 살래." 했다.

앨런 튜링은 컴퓨터를 만들고 싶어했고, 성적 소수자였다. 성적 소수자라는 것 때문에 여성호르몬 제제를 강제로 복용하다가 결국 청산가리와 사과를 먹고 생을 마감했다. 애플컴퓨터의 로고가 튜링을 기리는 의미라는 것은 꽤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튜링의 삶은 참 비참하기 그지없다. 가장 마음이 아팠고, 더불어 튜링의 이야기를 알게 되어 기뻤다.

이 책은 태초에 지구 뿐 아니라, 전 우주에 만연하고 있는 전기적 신호를 구체화하는데 기여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순전히 알라딘 편집장이 번역했다는 말에 솔깃해 고른 책인데 공학이라니...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안 해서 이름만 겨우 알고 있던 모스, 벨, 패러데이, 헤르츠, 와트 등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과 전기의 발전과정을 보여준다. 반갑지 않은 얘기지만, 이 위대한 힘이 악용된 사례도 있다. 왓슨 와트의 레이더를 이용해 함부르크의 주거지역을 초토화한 아서 해리스.. 그대를 제2의 히틀러라 불러주리라.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신경세포 이야기다. 이온을 매개로 신경세포 간에 시냅스가 형성되고 생명체- 특히, 인간-는 외부의 자극을 수용, 그에 반응한다.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신경세포의 구조도 하나 실려있지 않은 불친절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마지막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게 주는 경고 같은 문구가 마음에 들어 하나 실어본다.

술은 추위와 테트로도톡신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알코올도 신경의 지방질 세포막을 굳게 만들지만 즉시 사망에 이를 정도까지는 아니다. 추위 때문에 손이 곱는 것과 비슷한데, 신체의 말단만이 아니라 사고와 기억을 담당하는 뇌 깊은 곳의 신경세포들에게 가서 세포막을 손상시킨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 268페이지 

전기가 어디까지 진화해서(물론, 과학자들에 의한 것이지만)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줄까? 유비쿼터스라는 신개념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지금, 그 원동력이 된 전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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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2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쓰셨네요.
나도 한번 읽어볼까?(어느 세월에!)
아무튼 추천 쏘아요.^^

하루(春) 2005-04-2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괜찮아요. 책. 님의 리뷰 읽고 싶어요.

chaire 2005-04-22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땡스투 할게요. 언젠가는 꼭 살테니... :) 그리고, 요 옆에 도넛, 크리스피 크림 맞답니다...

하루(春) 2005-04-2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책 30명한테 공짜로 뿌려진 책이라 리뷰가 많은데... 잘 쓴 리뷰가 많던데... 으음.. 다음엔 더 잘 쓰도록 노력해 보죠. ^^

비로그인 2005-04-2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저도 읽었답니다...;;; 이제 이 책에 관한 다른 분들의 리뷰를 맘 놓고 볼 수 있게 됐지요..;;;

클리오 2005-04-2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뇌 깊은 곳의 신경세포를 손상... --;; (리뷰는 안보고.. ^^)

하루(春) 2005-04-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 그럼 님도 리뷰를... 부탁드려요. ^^
클리오님, 저 말이 어찌나 와닿던지... 진하게 해놨으니 그 말이 눈에 확 들어오는 건 당연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