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하, 이정재 주연
변혁 감독. 2000년 작.
인터뷰는 작년 '주홍글씨'를 감독한 변혁의 장편 데뷔작이다. 내용은 간단히 말해, 사랑에 관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이나 경험담 등을 들어보는 거다.
사실과 허구의 복합물이다. 주연배우들이 맡은 영희와 은석의 사랑이야기는 허구이고, 중간 중간 곁들인 인터뷰는 사실이다. 사진작가 조선희, 김윤아, 어느 치과의사 부부, 어느 소박한 연극배우와 아픈 여인 등등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실재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장면을 배치함으로써 허구가 主인데도, 사실과 허구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마치 사랑할 때의 감정을 몇년 후에 되돌아보면 아득한 먼 시절의 것처럼 모호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은 기분.
남녀간의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각도로 짚어보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이게 의도였다면)가 잘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참 멋진 영화다.
영희 : 꿈을 꿔요. 매일 같은 꿈.
이상하죠? 어떻게 항상 같은 꿈을 꿀 수 있죠?
은석 : 무슨 꿈인데요?
영희 :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어요.
둘은 춤을 춰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그런 춤을 춰요.
서로 사랑하거든요.
두 사람은 서로의 손등에 몸을 의지하면서 서서히 눈을 감고 숨을 고르죠.
지금도 그 작은 떨림을 느낄 수 있어요.
빛이 있어요. 강한 빛
쳐다볼 수도 없는 빛 속으로 남자가 빨려 들어가죠.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여잔 오랫동안 얼어붙은 사람처럼 꼼짝하지 않아요.
어렵게 움켜쥐고 있던 마지막 생명줄을 놓아버리고,
여잔 쓰러져있는 남자 위로 가면을 벗게 되죠.
남자를 삼켜버린 빛 속으로 여자는 함께 가길 원했어요.
영희는 그 때의 강렬한 춤사위 속의 자신을 매우 아련한 눈빛으로 추억한다. 영원히 과거에 두발 다 담근 채로 서있고 싶지만, 두발 모두 빼라고 종용하는 현실이 미워 죽겠다. 2000년에 만들어져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그 화면 속 영희의 감정에 몰두해 덩달아 현실을 탓한다. 하지만 은석은 현재와 과거 사이에서 헤매는 영희를 집요하게 탐색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둘은 저 위의 장면에 놓이게 된다.
사랑의 대상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이 영화는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따져보자면 셀 수도 없이 많다. 동물, 자연, 친구, 책 등등...
이 곳 알라딘 서재에서는 꽤 많은 이벤트가 벌어진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목표는 대부분 불특정인에게 책을 주기 위함이다. 나도 벌써 몇 번 응모했고, 몇 번이나 대상자 명단에 올라 얼굴도 모르는(몇 분은 안다) 그들에게 선물을 받았다.
처음 뽑혔을 때 보답으로 책을 드리고 싶었다. 꼭 주고 받을 필요 있냐며 쑥스러운 듯 빼는 그분께 나는 억지로(?) 책을 안겨드렸다. 그러다 그 후 몇 번 더 뽑히자, 이번에는 내가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나도 이참에 구실을 만들어서 해볼까?"
그러나,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이벤트 하시는 분은 그것대로 재미가 풍부하고, 나는 나대로 외길을 가야 겠다고... 다수의 분들이 그리 한다고 해서 나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건 내가 알라딘 서재를 사랑하는 방식인 것이다. 받은 만큼은 아니더라도 내 마음의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는 행위를 하면서 받는 것 못지 않은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이벤트란 것을 쫓아다니면서 점점 서재질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알라뷰~ 알라딘~!
마지막으로 덧붙임 : 저 위의 인터뷰 포스터는 제 인생의 마지막 퍼즐로 삼고 싶은 1000조각짜리입니다. 혹시, 저거 파는 데 아시는 분 계시면 바로 알려주세요. 그 은혜는 잊지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