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년 가까이 되었나 보다.
우연히 가입한 인터넷 영화동호회 부시삽이었던 A양과 어쩌다 친해지게 되었다. 주로 영화를 보러 다니고, 술도 가끔 마시고, 이런저런 고민도 나누게 되는 좋은 사이로 여지껏 지내고 있는데 그 친구에게는 특이한 습관(적당한 단어인지 모르겠다)이 하나 있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똑같은 걸 2개 사는 것이다. 나는 여태껏 살면서 그런 사람을 한번도 못 봤기에 하도 신기해서 A양의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신기해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편으로는 공감을 하면서도 안 그래도 지루한 패션감각이 타인에게 더욱 지루해 보일까 탐탁지 않게 여겨졌는데 그 친구를 따라해보고 싶을 때도 가끔은 생긴다.
옷이 아무리 많아도 나에게 편한 옷 위주로 꺼내입다 보면 늘 입을만한 옷이 없는 것 같고, 이 바지, 이 티셔츠는 하나 더 있어도 좋겠다 싶은 옷이 생기는 것이다. A양 같으면 내가 뒤늦게 후회할 때 진작에 하나 더 사왔겠지만, 그래서 그녀의 특이한 습관을 모르는 이가 보면 저 사람은 늘 같은 옷을 입는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A양의 옷 사는 방법을 아직 한번도 못 따라하고 있지만 작년부터 같은 브랜드의 똑같은 신발을 색깔만 다르게 3켤레쯤 구비해 두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그건 바로 아디다스의 드래곤인데, 1년 신어본 결과 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고 말하긴 힘들다. 비가 오면 밑창으로 물이 새고, 굽이 낮아서 단이 긴 바지를 입으면 바닥에 끌리기 일쑤며, 바닥의 쿠션감도 별로인데 오로지 그 모양이 마음에 드는 것이다. 작년에 한 켤레 사면서도 하얀색으로 하나 더 사고 싶었지만 꾹 참았는데 그 유혹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
봄은 유혹의 계절인 것 같다. 아니, 유혹의 계절인가? 뭔가 새로 사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 요즘 계속 이것저것 눈여겨두고 다니는 중이다. 어쨌든 봄이 다가오니 아디다스의 드래곤이든, 청바지든, 가방이든 뭐든 사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