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에 "조혈모세포 기증자 감사의 밤"이란 걸 했어요.
옆지기가 3년 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기 때문에
해마다 이맘때면 초대를 받는답니다.
한 번 기증한 거 가지고 해마다 저녁 대접을 받아야 하나 싶긴 하지만,
또 본부 쪽에서는 기증자에게 기증 사실을 자꾸 되새겨줌으로써
주위에 홍보대사 노릇을 하게끔 하는 효과도 있는 듯해요.
저희 부부는 공짜로 밥 준다면 거절을 않기에,
머나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까지 전철 타고 마을버스 타고 갔습니다.
(제가 마을버스 타는 걸 싫어해서, 웬만해선 안 타는데...)
퇴근하고 가느라 기념식 같은 거 끝나고 식사가 시작될 무렵에.
"감사의 밤"이란 거라서 무슨 기념식도 하고 초대가수가 공연도 하는데요,
지난해랑 지지난해에는 가수 한두 명이 와서 노래 한두 곡 하고 갔는데
(지난해에는 솔리드 멤버였던 김조한이 왔고, 그 전해에는... 기억 안 남 -.-
행사 팸플릿에는 이름이 올라 있는데 바빠서 못 왔다는 가수도 있었음),
올해는 웬일인지 자그마치 다섯 명이나 되는 가수가 왔어요.
옆지기에게 듣기로는 비혈연 조혈모세포 기증 사례가 올해 10월 11일로
1000건이 되었대요. 기념할 만한 일이지요.
그래서 가수들이 그렇게 많이 왔나?
제일 먼저 등장한 이용 아자씨! 노래 두 곡 하고 갔는데,
10월이면 불려다니는 데가 많다더니 그래선지
안타깝게도 목이 좀 가셨더군요.
그 다음에 박상민님! 헉, 자그마치 네 곡이나...
이용 아자씨와 비교되어선지 노래 무지하게 잘하시더만요.
그리고 서지영님. 샾에 있었던 바로 그 아가씨.
TV에서는 통통하고 얼굴 표정이 살짝 심술궂어 보이던데,
아주아주 날씬하고 예쁘더군요.
그 뒤에 나윤권님. 이분은 작년에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겠다고
직접 등록까지 했대요. 나긋나긋, 목소리 고우시더만요.
마지막으로 김장훈님! 무려 다섯 곡이나 불러주었습니다.
사실 이분, 맥도널드 광고 때문에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노래하면서도 무대 아래로 몰려들어 휴대폰이나 디카로
사진 찍는 사람들을 배려해 살짝살짝 자세를 잡아주고,
사진 찍어달라는 아이들을 일일이 안아주고,
청중들 피곤하다며 공연히 앙코르 시간 끌지 않고 "앵콜"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그러니까 무대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바로 돌아서 앞으로 나오는가 하면,
자기 노래 부르려는데 어떤 어린이가 무대 앞에서 피아노를 뚱땅거려도
뚱땅거릴 시간을 준 다음 반주 테이프를 틀게 하더라구요.
사회자(배동성 아자씨)는 그 어린이한테
"니가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 반주를 해?" 하며 못하게 했는데...
마지막 노래 할 때는 뒷자리 사람들을 배려해
무대에서 내려와 홀 중간까지 나와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실컷 사진 찍혀준 뒤에 다시 무대로 올라갔습니다.
그 세심하고 상냥한 배려에, 그만 감동했답니다.

휴대폰으로는 움직이는 피사체를 잡기가 어려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