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병원에 반대한다'라는 글을 읽고, 소감을 말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고맙게도, 친구가 장문의 글을 써 주었습니다. 아래부터는 인용하겠습니다.
경기도 모 보건소에서 근무중인 한 청년 :)
1) 김대중 대통령의 진료 및 기관절개에 관하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입원하셨을 때, 대통령께서 받았던 진료는 초특급진료였을 것입니다..
일반환자가 입원하면 인턴이 정기적으로 환자상태를 체크 및 기본적인 시술등을 하고 입원한 과의 레지던트가 주치의로써 환자를 담당해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교수가 환자를 살펴보는 것은 오전에 5~10분 정도 정기회진을 통해서 잠깐 보는 것으로 끝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했을 때는 인턴&레지던트는 김대중 대통령 주변에 다가가지도 못했을 것이며, 펠로우(전문의를 취득하고 교수가 되고 싶어서 병원에서 추가적으로 남아있는 전임의)가 인턴이 했을법한 기본적인 의료시술을 하고, 각분야별로 최고의 교수들이 주치의가 되어 수시로 상태를 살펴보고 각과의 주임교수가 일일히 김대중 대통령을 살폈을 겁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관련분야의 모든 교수들이 모여서 오전 오후마다 회의를 열어서 할 수 있는 한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했을 것이란 추측이 드네요.
신촌 세브란스 병원 정도면 분야별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교수들이 한명씩을 있을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받았던 여러가지 시술들은 이들이 여러차례 회의를 통해 신중히 결정했을 것이고..
즉,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았을 의료서비스는 세계정상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문가의 결정은 존중해 줘야 합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과연 일반인도 알만큼 별 쓸모없이 도움도 안될 의료시술은 감히 전직 대통령에게 함부러 시술할 수 있을까요? 언론을 통해 전 국민에게 노출되고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당연히 진료에 있어서 극도로 안정적이고 조심스러웠겠죠.
기관절개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주장을 하려면 정당한 근거를 들어야 합니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한두번의 주관적인 경험은 결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노령 환자에게 기관절개가 필요없다고 주장하려면, 기관절개가 필요한 증상 및 질환을 가진 65살 이상의 환자에게 기관절개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장기적인 생존률 및 증상호전도 비교데이터를 제시하고 그 결과 기관절개를 하지 않는 쪽이 생존률이 높다고 할때에 고령자는 기관절개를 하지 말아야 한다가 비로소 합당한 주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데이터가 있었다면 세브란스 병원 의료진들도 그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논문을 접해서 당연히 시행하지 않았겠지요.
나는 그 분야 잘 모르지만, 내가 대충 보기에 안좋아 보이니 전문가라도 그렇게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비유를 해보자면 문학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어떤 특정한 문학적 기법이 사용된 유명하고 작품성 있는 작가 혹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시나 소설 한두편 읽어보고, 그런 문학적 기법은 영 별로다 라고 단정을 내려버리고, 소설과 시를 왜 그렇게 형편없이 쓰냐고 평가한다면, 문학인들은 황당하고 저를 무식하다고 비난하겠죠?
모든일은 역지사지입니다.
2)임산부 초음파 검사에 관하여.
초음파 검사는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받기 싫으면 가서 안받으면 그만입니다. 산모를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고 싫다는 것을 억지로 묶어두고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태아의 발육을 점검하고, 유산의 위험 예방, 선천기형여부를 감지해낼 수 있습니다. 검사는 정기적으로 해야합니다. 태아는 한주한주가 다르게 발육하는데 그럼 10개월에 1~2회만 검사하면 땡일까요? 매달 매달 체크해야 상태를 체계적으로 추적조사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매달하는게 과잉진료가 아닙니다. 그리고 과잉진료라고 생각되면 본인이 병원안가면 끝이구요.
그리고 그러한 초음파 검사 몇만원이 비싸서 아까우며 과잉진료라는 뉘앙스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들으면 분통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태아검진지식을 익히기 위해 11년간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1~2억을 호가하는 초음파 기계를 자기돈으로 사서 환자에게 검사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의대 교육 통한 지식을 익힘이 있어서, 초음파 진단기를 사는 것에 있어서 나라에서 1원 한푼 보태준 것 없이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는 자기 돈으로 기계를 사고 병원을 개업한합니다. (대부분 병원개원비와 진단장비 구입비는 은행에서 대출받아 빚으로써 마련함)
정말로 1~2억짜리 진단기를 사용해서 의사라는 전문인력이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주는데에 몇만원이 비싸다고 느껴지나요? 미용실에서 여자들 머리 파마해주는 데에도 10~30만원 하고, 10ml도 안되는 에센스인가 뭔가하는 화장품도 10~20만원하던데..
게다가 산부인과 의사는 10만원쯤받고 초음파검사 (그나마 요새는 임산부 초음파 검사비 나라에서 조금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그래도 1회당 받는돈 10만원 이하일겁니다)를 시행하지만, 만약에 의사의 부주의로 태아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면 몇천만원을 물어줘야 합니다.
웨딩카를 탈때 모범택시운전기사가 2억짜리 벤츠 S-Class로 호텔까지 실어다 준다면 차 렌트비를 포함해서 얼마를 지급해야할까요? 분명 초음파 검진비보다 비쌀겁니다. 다시 생각해보세요. 1~2억짜리 초음파로 산부인과 전문의가 몇만원받고 태아 검진해주는게 비싸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무튼 최근에는 산부인과는 수련을 받고자 하는 의사가 없어서 병원마다 산부인과 수련의 모집하면 미달이고, 수련받던 의사도 그 힘들고 고된 수련과정과 형편없는 대우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동물병원가서 강아지 분만비용이 30~50만원인데, 존엄한 인간의 아이 출산비는 나라에서 강제로 25만원 정도로 지정해놓았습니다. 물론 그러다가 역시 의료사고라도 생기면 몇천만원 물어줘야함.
전에 뉴스보니 강원도 삼척시인가 동해시에는 출산할 수 있는 산부인과 혹은 산부인과 병원이 없다더군요. 산부인과 의료수가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십년후에는 분만할 병원 없는 도시가 부지기수로 생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