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 - Handmade
이정선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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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중반 이래 숱한 명곡들을 만들어내어온 '노장'(50대 중반이니 이런 표현이 실례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정선의 오랜만의 신보다. 포크 시대, 블루스 시대를 지나 이제 그는 '어쿠스틱 시대'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수록곡의 대다수는 포크 기타 반주와 슬렁슬렁 거닐듯이 흥얼거리는 보컬을 중심으로 한 곡들이다. 장르로 보자면 블루스와 포크가 기반에 깔려있다고 할 수 있겠고(재즈 취향도 살짝 비친다), 보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에릭 클랩튼의 [언플러그드] 음반이 쉽게 연상된다.

굳이 정해진 장르 이름들을 뒷전으로 제치고 '어쿠스틱 음악'이라는 애매한 말을 쓴 것은 그가 이미 특정 장르에 국한될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땅에 블루스를 열심히 전파하고 다니던 80년대에도 그는 12마디 흑인 블루스 형식에 얽매였던 적이 없었거늘, 그로부터도 이미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이를 말이겠는가. 통기타와 단촐한 반주만을 대동한 노 음유시인의 자태가 굳이 폼잡으려 하지 않아도 슬며시 풍겨나온다. 요즘 시대에 접하기 드문, 여유로 가득한 음반이다.(그 여유가 한창 혈기 넘치는 세대에게는 싱거움과 지루함으로만 받아들여질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이것도 모두 취향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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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새 소리 ㅣ 미래사 한국대표시인 100인선 20
백석 지음 / 미래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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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백석 전집'이라고 되어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해방 이전의 시전집'이다. 다시 말해 산문이나 해방 이후의 작품들은 수록되어있지 않다. 자가본으로 발간했다는 시집 [사슴]을 모두 수록하고 있는 1부는 기대만큼은 아니었고, 오히려 여러 매체에 개별적으로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은 2부의 수준이 높다. 1부가 그만큼 초기 작품들이라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 자신 동향이자 고교 선배인 김소월을 무척 존경했다는 데에서도 짐작이 가듯, 백석의 시세계는 기본적으로 소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경 유학생 출신의 인텔리이면서도 작품들을 지배하는 것은 철저하게 민족적이고도 민속적인 정서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옛날말에 평안도 사투리까지 더하여져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들이 속출한다. 문화인류학 민속지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 것도 이런 탓일 게다. 이 멀찍한 공간적-시간적 거리감 사이에서 나는 종종 두리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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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모스트 훼이모스 - [할인행사]
카메론 크로우 감독, 제이슨 리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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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영화와 함께 DVD의 장점을 100% 활용할 수 있는 타이틀이 바로 음악과 관련된 것들이겠다. 그냥 음악 타이틀도 있고 오페라, 뮤지컬, 음악영화 등 따지고 보면 꽤 다양하다. 그중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음악영화 하나가 있으니 바로 본작이다. 제목만 봐가지고는 액션인지 에론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영화 [올모스트 훼이모스]는 카메론 크로우라는, [제리 맥과이어]와 [바닐라 스카이]를 감독한 뭐 그렇고 그런 헐리우드 부족이 제조해낸 또하나의 상품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조건들(하다 못해 포스터까지...)을 두루 갖춘 덕에 국내에선 극장개봉조차 해보지 못하고 비디오와 DVD로 직행했다.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두 가지 정도를 밝혀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첫째, 카메론 크로우는 10대 시절에 밴드들을 쫓아다니며 락 저널리스트가 되어보겠다고 설쳤을 뿐 아니라 실제로 그 꿈을 실현시키기도 했던 인물이다.(DVD의 서플먼트 중에는 그가 [Rolling Stone] 등 유수의 음악지에 기고했던 기사들이 포함되어있다.) 심지어 락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여성 락커와 결혼까지 했다. 쟁쟁한 중견 락밴드 'Heart'의 멤버인 낸시 윌슨이 바로 그의 마누라다. 둘째, 이 영화는 그런 이력을 지닌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그래서 내용도 자연스럽게 음악인이 아니라 락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열 다섯 수줍은 청춘의 일장춘몽 방랑기이다. 취재 차원에서 'Still Water'라는 2류 밴드의 전미횡단 투어에 합류하게 되면서 겪는 '락(비지니스)계의 허와 실'에 대한, 몇 달 간의 꿈같은. 하지만 감독의 마음씨는 넉넉하다. 오해 마시라. 이 영화는 어느 모로 봐도 고발, 비판, 해부, 출동같은 단어들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저 철없던 한 시절을 지긋한 미소로 되돌아볼 뿐이다. 영화가 만들어지던 당시 감독의 나이 어느덧 마흔 셋, 장장 28년 전 철모르던 한때를 즐거이 회상하자는 판에 고발은 또 무슨 생뚱맞음이겠는가. 이 점이야말로 본작의 미덕이자 다른 '락계의 허와 실' 영화들과의 변별점이 아닐까 싶다.(예를 들면 [댓 씽 유 두], [하츠 오브 파이어], 그리고 가장 대척점에 있달 만한 [와이키키 브라더스].)

사운드 빵빵하고 스크린 널찍한 극장에서 감상할 기회는 아마도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지만, 대신 DVD가 발매되어있으니 아쉬운 대로 반갑다.(O.S.T. 음반도 나와있다.) 2장짜리 특별판인데 한 장에는 극장판 그대로와 몇 가지 서플먼트들, 나머지 한 장에는 무려 40분이 불어난 감독판([Untitled Cut] 혹은 [Bootleg Cut]이라고 이름붙여져 있다)과 또 몇 가지 서플먼트들이 담겨있다. 감독판은 상황과 인물을 구구절절 설명해주는 느낌이고 극장판은 그것이 많이 생략되어있다. 나의 취향으로는 후자가 더 나았다. 얼핏 생각하면 감독판을 먼저 보는 게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나로선 극장판을 먼저 보고 난 다음에 뒷얘기 듣듯 감독판을 보실 것을 권한다. 서플먼트 중 특기할 만한 것은 삭제된 씬들 모음이다. 특히 본영화(두 버전 모두)에서는 몇십 초 정도 나오고 마는 'Still Water'의 라이브 3곡이 10분 이상에 걸쳐 완전히 '공연'되는데, 모두가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든 창작곡들이라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이 곡들을 주로 쓴 사람은 다름 아닌 피터 프램튼이며(영화 중간에 까메오로 잠깐 등장하기도), 아내인 낸시 윌슨은 물론 형수님 되시는 앤 윌슨도 음악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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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 3집 - 다시 이제부터(Destiny)
전인권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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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LP였다면 쉽게 손이 갈지도 모르겠다. 앞면만 듣고 말면 될 테니까. 하지만 CD에는 그런 개념이 있지도 않거니와, 앞부분 1/3 가량만을 골라 듣기 위해 매번 프로그래밍을 하기란 참 번거로운 일이다. 그만큼 이 음반은 앞과 뒤의 격차가 크다. 1번부터 6번까지는 과연 전인권이구나 하는 탄성이 나온다. 오랜만에 내놓은 솔로음반(비록 그 사이에 한상원과의 미완성 공동음반이 하나 발매되어버리긴 했지만)답게 예전과는 또다른 깊이와 여전한 야성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7번부터 심드렁해지기 시작해서 10번대를 넘어가면 빨리 안 끝나나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메이저 음반도 아닌데 이렇게 앞뒤 수준차가 나기도 드문 일이다. 차라리 10곡 정도만 추렸으면 어땠을까. 앨범중심의 음악을 펼치는 이에게 팬들이 CD 수록시간을 꽉꽉 채우라고 압력을 넣는 것도 아닐진대 말이다. 과유불급이라는 옛말이 맴도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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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 - The Platinum Collection (플래티넘 컬렉션) [3CD set] - Greatest Hits I, II & III
퀸 (Queen) 노래 / 이엠아이(EMI)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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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은 정규음반도 많고 베스트도 많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다. 간단하게 교통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한 큐에 해결하려면 이 음반이 최고다. 물론 여기 수록된 것이 다는 아니지만 절반은 넘는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원래 각각 나왔던 3장의 [Greatest Hits] 음반을 3 for 2 세트로 만들어놓은 것이니 이미 검증을 마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집은 주로 70년대, 2집은 주로 80년대, 3집은 90년대와 프레디 머큐리의 솔로, 리메이크 등을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음반을 차곡차곡 장만하려는 사람들은 이 음반을 아예 안 사는 편이 좋을 것 같다. 3장에 51곡이나 되는 베스트음반(이 정도면 정규음반 5장 분량이다)을 비치해두고 정규작들을 하나하나 다시 사기란 난감한 노릇일테니 말이다.

절충을 시도할 수도 있겠다. 이것보다 더 가볍고(수록곡이 적고) 가격도 싼 베스트음반을 우선 하나 사보고 좋으면 정규음반들에 도전하는 방식 말이다. 그것도 가능하다. [Gold - Special Edition]이라는 2장짜리 베스트음반이 발매된 바 있다. 그것의 CD1은 이 3장짜리의 CD1과 내용이 완전히 동일하다. 그만큼 70년대 곡들을 수록한 원래의 [Greatest Hits] 1집이 결정판이라는 얘기가 되겠는데, 어쨌든 [Gold - Special Edition]은 2 for 1 세트라 이 3장짜리보다 가격이 싸니 절충용 대안으로는 제격이다.(시중에 재고가 있는지의 문제가 걸리긴 하지만.) [Greatest Hits] 1집도 따로 팔고 있기는 하지만 1장짜리라고 싸기는커녕 위의 2장짜리보다 비싼 경우가 많으므로 구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장만하는 것이 이득이다.

개인적으로는 2장짜리 베스트를 사고 정규음반으로 [A Night at the Opera] 등을 하나씩 사모으는 방식이 어떨까 권하고 싶다. 이 3장짜리의 뒷부분이 앞부분만큼 충실하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1집은 더할 나위도 없이 황홀한 명편이지만 2집은 앞부분 반 가량만이 충실하고 뒤는 좀 떨어진다. 나아가 3집은 부록에 가깝다. 아무리 3장짜리라고 하지만 여전히 빠져있는 명곡들도 있다. <Love of My Life>, <Mustapha> 등. 자신의 계획과 구입가능 여부에 따라 잘 판단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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