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 - Handmade
이정선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70년대 중반 이래 숱한 명곡들을 만들어내어온 '노장'(50대 중반이니 이런 표현이 실례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정선의 오랜만의 신보다. 포크 시대, 블루스 시대를 지나 이제 그는 '어쿠스틱 시대'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수록곡의 대다수는 포크 기타 반주와 슬렁슬렁 거닐듯이 흥얼거리는 보컬을 중심으로 한 곡들이다. 장르로 보자면 블루스와 포크가 기반에 깔려있다고 할 수 있겠고(재즈 취향도 살짝 비친다), 보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에릭 클랩튼의 [언플러그드] 음반이 쉽게 연상된다.

굳이 정해진 장르 이름들을 뒷전으로 제치고 '어쿠스틱 음악'이라는 애매한 말을 쓴 것은 그가 이미 특정 장르에 국한될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땅에 블루스를 열심히 전파하고 다니던 80년대에도 그는 12마디 흑인 블루스 형식에 얽매였던 적이 없었거늘, 그로부터도 이미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이를 말이겠는가. 통기타와 단촐한 반주만을 대동한 노 음유시인의 자태가 굳이 폼잡으려 하지 않아도 슬며시 풍겨나온다. 요즘 시대에 접하기 드문, 여유로 가득한 음반이다.(그 여유가 한창 혈기 넘치는 세대에게는 싱거움과 지루함으로만 받아들여질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이것도 모두 취향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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