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모스트 훼이모스 - [할인행사]
카메론 크로우 감독, 제이슨 리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옴니버스 영화와 함께 DVD의 장점을 100% 활용할 수 있는 타이틀이 바로 음악과 관련된 것들이겠다. 그냥 음악 타이틀도 있고 오페라, 뮤지컬, 음악영화 등 따지고 보면 꽤 다양하다. 그중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음악영화 하나가 있으니 바로 본작이다. 제목만 봐가지고는 액션인지 에론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영화 [올모스트 훼이모스]는 카메론 크로우라는, [제리 맥과이어]와 [바닐라 스카이]를 감독한 뭐 그렇고 그런 헐리우드 부족이 제조해낸 또하나의 상품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조건들(하다 못해 포스터까지...)을 두루 갖춘 덕에 국내에선 극장개봉조차 해보지 못하고 비디오와 DVD로 직행했다.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두 가지 정도를 밝혀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첫째, 카메론 크로우는 10대 시절에 밴드들을 쫓아다니며 락 저널리스트가 되어보겠다고 설쳤을 뿐 아니라 실제로 그 꿈을 실현시키기도 했던 인물이다.(DVD의 서플먼트 중에는 그가 [Rolling Stone] 등 유수의 음악지에 기고했던 기사들이 포함되어있다.) 심지어 락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여성 락커와 결혼까지 했다. 쟁쟁한 중견 락밴드 'Heart'의 멤버인 낸시 윌슨이 바로 그의 마누라다. 둘째, 이 영화는 그런 이력을 지닌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그래서 내용도 자연스럽게 음악인이 아니라 락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열 다섯 수줍은 청춘의 일장춘몽 방랑기이다. 취재 차원에서 'Still Water'라는 2류 밴드의 전미횡단 투어에 합류하게 되면서 겪는 '락(비지니스)계의 허와 실'에 대한, 몇 달 간의 꿈같은. 하지만 감독의 마음씨는 넉넉하다. 오해 마시라. 이 영화는 어느 모로 봐도 고발, 비판, 해부, 출동같은 단어들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저 철없던 한 시절을 지긋한 미소로 되돌아볼 뿐이다. 영화가 만들어지던 당시 감독의 나이 어느덧 마흔 셋, 장장 28년 전 철모르던 한때를 즐거이 회상하자는 판에 고발은 또 무슨 생뚱맞음이겠는가. 이 점이야말로 본작의 미덕이자 다른 '락계의 허와 실' 영화들과의 변별점이 아닐까 싶다.(예를 들면 [댓 씽 유 두], [하츠 오브 파이어], 그리고 가장 대척점에 있달 만한 [와이키키 브라더스].)

운드 빵빵하고 스크린 널찍한 극장에서 감상할 기회는 아마도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지만, 대신 DVD가 발매되어있으니 아쉬운 대로 반갑다.(O.S.T. 음반도 나와있다.) 2장짜리 특별판인데 한 장에는 극장판 그대로와 몇 가지 서플먼트들, 나머지 한 장에는 무려 40분이 불어난 감독판([Untitled Cut] 혹은 [Bootleg Cut]이라고 이름붙여져 있다)과 또 몇 가지 서플먼트들이 담겨있다. 감독판은 상황과 인물을 구구절절 설명해주는 느낌이고 극장판은 그것이 많이 생략되어있다. 나의 취향으로는 후자가 더 나았다. 얼핏 생각하면 감독판을 먼저 보는 게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나로선 극장판을 먼저 보고 난 다음에 뒷얘기 듣듯 감독판을 보실 것을 권한다. 서플먼트 중 특기할 만한 것은 삭제된 씬들 모음이다. 특히 본영화(두 버전 모두)에서는 몇십 초 정도 나오고 마는 'Still Water'의 라이브 3곡이 10분 이상에 걸쳐 완전히 '공연'되는데, 모두가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든 창작곡들이라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이 곡들을 주로 쓴 사람은 다름 아닌 피터 프램튼이며(영화 중간에 까메오로 잠깐 등장하기도), 아내인 낸시 윌슨은 물론 형수님 되시는 앤 윌슨도 음악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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