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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평화 - 한대수 사진집
한대수 지음 / 시공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바람과 나'가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이고 '한국 최초의 히피'가 자타가 공인하는 그의 별칭이니 그를 일러 '바람의 아들'이라고 부른대도 관용구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그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유럽, 러시아, 몽골, 중국, 일본 등 많은 나라를 여행해왔고, 직업 사진가의 경력을 십분 살려 많은 것을 사진에 담아왔다. 그중 흑백사진과 짧은 싯구를 엮은 것이 사진시집 [침묵]이었다면 이번 [작은 평화]는 설명도 정보도 일절 배제된 컬러사진집이다. 담겨진 풍광으로 미루어 이 나라 저 나라이겠거니를 짐작할 뿐이다.
수십 년을 사진으로(음악이 아니라) 먹고 살아온 프로이니만큼 작품의 질이야 말할 필요가 없을 테고 초점은 마땅히 주제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대강 뉴욕에서 시작해 유럽을 거쳐 몽골로 이어지는 배치순서 자체가 주제를 거진반 함축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성 싶다. 풍요로운 물질문명의 이면, 번쩍거리는 맨하탄의 어두운 뒷골목과 텅 빈 대초원을 품고 마냥 천진하게 웃는 몽골 사람들 간의 대조는 지금/여기의 우리에게 충분히 시사적이다.(더구나 우리와 판박이로 닮은 몽골인들이 아니던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향해야 할지 갈피잡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 앞에 어쩌면 이 사진집은 사전답사 보고서같기도 하고 가이드북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