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애장판 1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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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시리즈가 '철학하는 S/F'라며 좋아했던 사람들이 참 많았었지만, 사실 S/F중에 철학하는 척이라도 안하는 작품이 몇이나 되겠는가? 헐리우드라는 마을에서나 종종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소설은 물론이고 만화 쪽에서도 무척 철학적인 작품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미래를 배경으로 우주선이 날고 로봇이 횡행하는 주류 S/F 바깥의 것들 중에서는 [기생수]가 최우선순위로 꼽힐 수 있을 것 같다. S/F와 호러와 초인물이 뒤섞인 것 같은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인간의 실존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주제의식과 전개는 [헐크]나 [X-맨] 따위가 발꿈치에나 간신히 따라올까 말까한 고수준이다. 거칠고 투박한 그림체만 눈감아준다면 최고의 S/F 만화 중 하나로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더불어 작가의 또다른 수작 [칠석의 나라]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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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중한.한중사전 - 포켓판
지재운.강신도.이영구 외 지음 / 진명출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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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중국어를 배워보려는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사전이다. 이것 말고 중한과 한중이 합본으로 된 마땅한 사전이 별달리 있지도 않고, 내용 자체도 좋다. 필수단어들이 알차고 정확하게 수록되어있다. 더구나 포켓판이라 심지어 여행시에도 휴대가 가능해서 여러 모로 매우 유용하다. 딱 하나 아쉬운 것이라면 한문의 한국식 독음이 전혀 딸려있지 않고 그에 따라 한중사전 부분의 '음으로 찾기'도 없다는 것이다.(보통의 한중사전들에는 다 있지 않은가.) 사실 중국어를 공부하는데 한국식 독음을 알 필요는 없겠지만 음으로 찾기가 불가능한 건 좀 불편하다. 이는 중국에서 2001년 5월에 먼저 출간했던 것을 약간의 편집상의 수정만 거쳐(본문 내용은 그대로임) 한국에서도 뒤늦게 출간한 때문인 듯하다. 중국땅 안에서 한국식 독음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 제외시켰던 것 같은데, 한국에서 수정출간할 때 보충을 해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걸 그랬다. 개정판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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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평화 - 한대수 사진집
한대수 지음 / 시공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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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나'가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이고 '한국 최초의 히피'가 자타가 공인하는 그의 별칭이니 그를 일러 '바람의 아들'이라고 부른대도 관용구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그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유럽, 러시아, 몽골, 중국, 일본 등 많은 나라를 여행해왔고, 직업 사진가의 경력을 십분 살려 많은 것을 사진에 담아왔다. 그중 흑백사진과 짧은 싯구를 엮은 것이 사진시집 [침묵]이었다면 이번 [작은 평화]는 설명도 정보도 일절 배제된 컬러사진집이다. 담겨진 풍광으로 미루어 이 나라 저 나라이겠거니를 짐작할 뿐이다.

수십 년을 사진으로(음악이 아니라) 먹고 살아온 프로이니만큼 작품의 질이야 말할 필요가 없을 테고 초점은 마땅히 주제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대강 뉴욕에서 시작해 유럽을 거쳐 몽골로 이어지는 배치순서 자체가 주제를 거진반 함축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성 싶다. 풍요로운 물질문명의 이면, 번쩍거리는 맨하탄의 어두운 뒷골목과 텅 빈 대초원을 품고 마냥 천진하게 웃는 몽골 사람들 간의 대조는 지금/여기의 우리에게 충분히 시사적이다.(더구나 우리와 판박이로 닮은 몽골인들이 아니던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향해야 할지 갈피잡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 앞에 어쩌면 이 사진집은 사전답사 보고서같기도 하고 가이드북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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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태 Chung Bum-Tai ㅣ 열화당 사진문고 18
박정진 지음, 정범태 사진 / 열화당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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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리얼리즘 사진작가 중 한 명인 정범태씨의 사진집이다. 144페이지이며, 모두 흑백사진이다. 분량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50년대의 작품들이 역시 백미인 듯하다. 흑백사진 속에 가만히 들어앉아 대상화되어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고 내 눈 앞에서 총천연색으로 움직이며 땀내를 피우며 그악스럽게 가래침을 뱉아댄다면 결코 감상거리가 되지 못할 것이다. 80년대를 찍은 영화들([박하사탕], [살인의 추억] 등)만 해도 한없이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데 하물며 전후 자유당 정권 시절임에랴. 어느 정도의 심리적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그 당시를 응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이런 흑백사진뿐이 아닐까. 그만큼 책에 실린 사진들이 기억하고 있는 이 땅의 50년대는 한없이 막막하고 질박하다. 오래된 사진들이라서인지 인쇄상태는 그리 좋지 않지만, 품질을 따져 고를 대상이 아닌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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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1 - 충격과 공포 ㅣ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5
김태권 지음 / 길찾기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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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적 재미로만 봐도 전혀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을 만큼 작가의 위트와 유머는 넘친다. 그런 젊은 감각이 한없이 가벼운 비누방울 놀이에 그치지 않고 역사/시사와 만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에 대한 모범답안인양 본작은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반짝이며, 또한 단단하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그린 역사만화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고, 날카롭고 신랄한 현실인식은 1000년 묵은 옛이야기의 녹과 먼지를 말끔히 털어낸다. 재미와 지식, 그리고 세상을 보는 시각까지,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어서어서 다음편이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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