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atles - Rubber Soul
비틀즈(Beatles) 노래 / 이엠아이(EMI) / 196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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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에이저의 광적인 호응을 받는 정상의 인기그룹에서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예술가 집단으로의 변모--전기와 후기 비틀즈를 이런 말로 양분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도 않고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어떤 음반을 기준으로 그렇게 나누어야 할지에 와서는 다소 의견이 분분하다. 내 생각으로는 이 음반에서부터 예술가적 면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완전히 돌변한 것은 아니고, 이전의 마냥 유쾌하고 신선한 락앤롤에서 점차 오색찬란한 락 판타지로, 더불어 그저 춤추고 연애하는 가사에서 자의식과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시편으로 넘어가는 중간 정도로 보면 적당하겠다. <Michelle>이나 <Girl>처럼 익히 알려진 곡들도 눈에 띄지만, 대개의 비틀즈 음반이 그렇듯 버릴 곡은 단 하나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 그대로 천의무봉이다. 바로 이 음반에서부터 락이라는 음악은 스스로 사춘기를 탈피하여 여엇한 성인(20-30대)들의 '표현/발언 양식'으로 성장하게 된다. 역사적 의의를 갖는 기념비적 명작인 동시에, 처음 비틀즈를 들어보려는 이부터 그들의 음반을 이미 몇 장 가지고 있는 이까지 누구에게라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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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 - Down By Love
나윤선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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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발표 이후 단연 한국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로 부각된 나윤선의 세 번째 음반이다. 앞의 두 음반에 비해 편안한 이지 리스닝 취향이 많이 두드러져보인다--다만 듣기 편하다는 말을 하기에도 편하다는 뜻으로 확대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수록곡 중 많은 수가 원래 재즈가 아니며, 그녀의 해석 또한 그러하다. 발라드가 된 지미 헨드릭스도 있고(<Manic Depression>), 아스토르 피아졸라도 눈에 띈다(<Oblivion>). 이러한 본작의 특징은 듣는 이의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것 같다. 보다 정통에 가까운 재즈를 기대한다면 앞의 두 앨범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나직나직 편안하면서도 긴 여운을 끄는 '고급 발라드'를 선호한다면 본작은 최상의 대답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만만한 내공으로는 넘볼 수 없는 여유로움이 넘치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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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범주 - 비천
손범주 연주 / Kakao Entertainment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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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황이 리드 악기인 음반은 이것이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정악합주에서나 살짝 구경할 수 있을 만큼 보기 드문 생황을 위한 독집 음반이라니, 그것도 모자라 수록곡의 절반 가량은 인도음악과의 퓨젼이며(이를 위해 시타르, 땀부라, 물항아리 등이 동원되었는데, 연주진은 모두 한국인이다), 그밖에도 훈(오까리나와 유사한 중국 악기), 대피리, 양금 등 흔히 듣기 어려운 악기가 대거 출동한다. 구음도 있고, 정악곡도 2곡 있다. 이렇게 개성이 넘치는 음반도 드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넉넉히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위의 설명에서 얼핏 골치 아픈 전위음악을 연상하기 쉽겠지만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 인도음악과의 퓨젼곡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이런 것이 있어오기나 한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안정감있으며, 국악풍 창작곡이나 정악곡들은 과연 연주자의 탄탄한 경륜을 그대로 반영한다. 명함 찍듯 비슷비슷한 포맷의 식상한 국악 음반들, 혹은 반대로 영 설익고 어색한 크로스오버 음반들 사이에서 군계일학같이 돋보이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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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경과 신약성서
민희식 / 불일출판사 / 198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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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비교종교학 서적같은 제목을 하고 있는 이 책의 주장은 순진하거나 독단적인 사람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일 법하다. 전체 3부 중 인도기행문인 2부와 유럽 지식인들(게오르규, 이오네스코, 로브 그리예 등)과의 대화록인 3부도 흥미로울 수 있겠으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1부의 논문들이겠는데, 그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예수는 인도와 티벳 유학을 통해 불교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고 돌아가 유태교의 한계를 극복한 기독교를 창시했다.'

배타성에 있어 세계정상을 달리는 한국 개신교도들이 들으면 펄펄 뛰거나 아예 무시해버릴 만한 내용이지만, 저자는 나름대로 다양한 근거들을 제시하며 열심히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수록된 글들이 학술논문으로서의 엄밀성을 별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서지나 실증적 근거들을 꼼꼼이 제시해야 할텐데도 마치 잡지 연재칼럼처럼 대충 언급하고 지나가버리기 일쑤여서 반대론자들에게 책잡히기 딱 좋게 되어있다. 논리 전개 또한 대체로 산만하여 또렷하지가 못하다. 아니나 다를까, 한 신학자가 [토마스 복음서와 법화경의 비교분석]이라는 소책자를 통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바도 있다.

하지만 완전히 무시할 노릇만은 아닌 듯하다. 어쨌거나 저자가 주요근거로 삼고 있는 [토마스 복음서](혹은 '도마복음')라는 고문서가 60여년 전에 새로이 발굴된 것만은 사실이며,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이것의 국역판을 구할 수도 있고, 라즈니쉬의 [도마복음 강의]까지 나와있으니 말이다.(아직까지 기독교 쪽에서는 '그노시스파가 자기들 멋대로 써제꼈던 이단 책자일 뿐'이라며 무시하는 분위기인 듯하지만.)

사실여부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또다른 이유는 이 책의 의도가 선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불교가 기독교의 스승이다'는 자랑을 하고자 글을 쓴 것은 아님을 저자는 밝히고 있다. 양대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모색하고 그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꼭 원조집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양측의 경전들을 통해(기존 4복음서 포함) 그 유사성을 입증하는 부분 등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간을 위해 종교가 존재하는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책의 개정판이 [새롭게 쓴 법화경과 신약성서]라는 제목으로 2000년에 발간되었다는 점을 밝혀둔다. 아직 읽어보지 못해 어느 정도의 개선이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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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왈츠 S.E - [할인행사]
마틴 스콜세지 감독, 에릭 클립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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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음악 DVD가 있다. MTV의 출현 이후 음반만큼이나 무수히 쏟아져나온 뮤직비디오들, 비디오테잎의 출현 이후 라이브 음반만큼이나 수다하게 발매된 공연실황들, 그 대부분은 영화 DVD와 마찬가지로 사서 가지고 있을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빌려보고 돌려주면 그만이거나 아니면 업소에서 쳐다보거나.

팬들의 소유욕과 업소 운영상의 필요성을 넘어 널리 추천되고 또 유통되는 것은 (대중음악의 경우) 수십 개 정도로 추릴 수 있을 텐데, 그중에서도 [우드스탁]과 함께 투톱을 이루는 것이 바로 이 [라스트 왈츠]다. 주인공인 '더 밴드'는 우리 나라에 별로 알려져있지도 않고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지만, 이들의 해산기념공연이라는 특이한 자리에 '위로'를 해주기 위해 달려온 게스트들의 면면은 실로 휘황찬란하다. 밥 딜런과 에릭 클랩튼에서 시작하여 닐 영, 밴 모리슨, 닐 다이아몬드, 링고 스타, 조니 미첼, 그리고 최만년의 머디 워터스까지, 기타등등.

무려 5시간이 넘게 진행되어 거의 페스티발의 성격마저 띄었던 이 76년 공연은 출연진들의 면모로 보나 음악적 완성도로 보나 최상의 것이었는데, 거기에 막강한 어드밴티지가 하나 더 주어졌다. [택시 드라이버]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마틴 스콜세이지가 공연장면의 촬영을 총지휘한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본작의 완성도는 '락 콘서트 영상의 모범답안'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다.(2년 후에 나온 후속작이 [성난 황소]임을 상기할 일이다.) 얼핏 보면 단 하루 열린 공연실황을 기록한 게 아니라 면밀한 계산을 거쳐 연출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이 기념비적인 실황 다큐가 한글자막을 담아 라이센스로 발매되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아마도 감독의 이름값이 아니었을지 - [우드스탁]은 아직 수입되지도 않았다.) 2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으로 되어있지만 특별히 재편집한 것은 없고, 눈에 번쩍 띄는 부록이 들어가있지도 않다. 그보다는 오디오 코멘터리와 제작진 회상 인터뷰(20여분)에도 일일이 한글자막이 제공된다는 사실이 음악팬들에게는 더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12분 가량의 앵콜 잼세션 장면이 부록으로 실려있는 것도 반갑다. 오래된 필름이지만 보정에 꽤 신경을 썼는지 화질과 음질 또한 요즘 것들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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