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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범주 - 비천
손범주 연주 / Kakao Entertainment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생황이 리드 악기인 음반은 이것이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정악합주에서나 살짝 구경할 수 있을 만큼 보기 드문 생황을 위한 독집 음반이라니, 그것도 모자라 수록곡의 절반 가량은 인도음악과의 퓨젼이며(이를 위해 시타르, 땀부라, 물항아리 등이 동원되었는데, 연주진은 모두 한국인이다), 그밖에도 훈(오까리나와 유사한 중국 악기), 대피리, 양금 등 흔히 듣기 어려운 악기가 대거 출동한다. 구음도 있고, 정악곡도 2곡 있다. 이렇게 개성이 넘치는 음반도 드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넉넉히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위의 설명에서 얼핏 골치 아픈 전위음악을 연상하기 쉽겠지만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 인도음악과의 퓨젼곡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이런 것이 있어오기나 한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안정감있으며, 국악풍 창작곡이나 정악곡들은 과연 연주자의 탄탄한 경륜을 그대로 반영한다. 명함 찍듯 비슷비슷한 포맷의 식상한 국악 음반들, 혹은 반대로 영 설익고 어색한 크로스오버 음반들 사이에서 군계일학같이 돋보이는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