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Oldboy 1
츠치야 가론 외 지음 / 아선미디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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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정도면 우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뒷심이 떨어지는 일본만화 특유의 단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면 평균에 비해 좀 나은 정도의 결말이라고 봐줘도 무방할 것 같고, 시작 부분부터 2/3 정도까지의 전개는 어느 수준급 작품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리얼리티로 철저히 무장한 정통 드라마라는 점도 가산점의 근거가 된다. 어디까지나 이것이 원작이며, 영화는 이 원작을 딛고 오른 것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날리티의 저 영원한 훼손불가능성이란...

그러나, 이 모든 위무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나를 더 뒤흔든 것은 '각색된' 박찬욱의 영화 쪽이었다. 작품 자체로 놓고 봤을 때 아무런('거의 아무런'이 아니라 그냥 아무런) 흠도 잡을 수 없이 그저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던 영화에 비해 원작만화에는 끝내 아쉬움이 남는다. 그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게 결국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원인이 밝혀지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지, 비교당한 원작은 초라할 따름이다. 이런 이유에서 아직 둘 다 보지 않은 분이라면 원작만화를 먼저 보는 편이 나으리라고 생각한다. 다시 그러나, 이 모든 열세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 볼 만한 수작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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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환경 - 정토총서 2
법륜 / 정토출판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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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한국 환경운동의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불교계의 적극적 참여를 언급할 수 있다. 이전까지 복지 문제 정도만을 주요한 사회참여 방법으로 여기던 불교계는 지율 스님의 천성산 살리기 운동, 수경 스님의 새만금 삼보일배, 도법 스님과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의 귀농 및 유기농 운동, 법륜 스님과 정토회의 생활 속 생태주의 실천, 범교단적으로 추진했던 지리산 댐 반대운동과 북한산 터널 반대운동 등을 전개하며 급속히 환경운동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불교를 무작정 빌고 복 받는 신앙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당연한, 뒤늦었지만 새삼스레 반가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딴은, 불교만큼 생태주의와 쉽고 자연스럽게 접목될 수 있는 사상이 또 어디 있던가. 하지만 일련의 실천들이 이론적 풍부화로까지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 불교사상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2500년 역사의 거대담론을 21세기 초의 물신숭배 사회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아직은 정리된 결과물들이 좀 빈약하다.

이 책은 그중 반가운 하나의 사례다. 불교 교리를 생태주의에 적용할 경우 어떠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수 있는지 상당히 쉽고도 명쾌하게 잘 정리되어있다. 법륜 스님의 직접집필이 아니라 강연 및 대담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환경문제의 구체적인 쟁점들(예를 들면 빈곤과 생태주의의 충돌, 인간과 여타 생명의 우열 등)에 대해서도 분명한 언급을 하고 있어 많은 참고가 된다. 그 입장에 찬동하든 하지 않든, 우선 하나의 입장을 접하는 것 자체가 좋은 시발점이 아니겠는가.

불교적 환경운동, 불교와 생태주의 간의 관계 등에 대해 궁금한 이들(특히 초심자)에게 아무런 주저 없이 적극 권할 수 있는 훌륭한 입문서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다만 입문 내지 개괄이라는 점을 잊지만 않으면 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은 물론 아니다. 앞으로 이 주제와 관련한 풍부한 문헌들이 계속 나와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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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정경스님의 참선요가 40동작 - 비디오 테이프
정경 지음 / 하남출판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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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온 [해인사 정경스님의 참선요가 교본]과 쌍을 이루는 수련용 비디오테잎이다. 불교TV에 방영되었던 프로그램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 제작된 것이다. 스님이 직접 동작시범을 보이면서 (더빙으로) 동작별 요령과 주의사항들을 알려주고 있다. 진행 또한 비디오를 틀어놓고 따라하면 되게끔 실제수련에 필요한 시간 그대로 진행이 된다. 따라서 동작별 상세설명이나 기타지식을 위해서는 교본(책)을 따로 구비해야 한다. 40동작용은 비교적 쉬운 동작들로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되며, 80동작용은 보다 어려운 동작 40가지를 추가하고 순서를 많이 바꾸어서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초보자나 하루에 1시간밖에 투자할 수 없는 이들은 40동작을, 숙련자나 하루에 2시간 가량을 투자할 수 있는 이들은 80동작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책은 두 가지를 함께 다룬 1권짜리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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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정경스님의 참선요가 기초편 - 40동작 해인사 정경스님의 참선요가
정경 지음 / 하남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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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지도하는 참선요가라니, 타종교에 배타적인 일부 인사가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의아심부터 가질지도 모르겠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요즘의 요가열풍이란 게 '아가씨들 더 예뻐지려는, 혹은 어르신들 더 오래 사시려는' 것에 온정신이 팔려 원래의 의미는 아득한 피안으로 떠나보낸지 오래이기 때문이다.(요가가 원래 힌두교 수행체계를 뜻한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있지 않다.) 또 한편에서는 요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병이 치료되며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수선을 피우는 모습도 보인다. 마치 알로에 열풍이 그랬고 채식 열풍이 그랬고 허브 열풍이 그런 것처럼. 이런 풍속도와 스님이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스님이기 때문에, 그것도 이미 여러 권의 불교관련 저서를 펴내기도 한 믿을 만한 스님이기 때문에(알라딘에서 이 책들을 찾으려면 '정경스님'이 아닌 '정경'으로 검색해야 한다)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일체의 허풍 내지는 상술이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TV'에서 방영되었던 내용을 다듬에 낸 이 교본에서 스님은 어떤 과장도 거부한다. 너무 솔직해서 탈이다. 그저 되는대로 꾸준히 따라하면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만 담담히 밝히고 있다. 이것이 요가의 전부가 아니라 단지 그중에서 신체건강에 도움이 되는 체조 부분만 활용한 것이라는 사실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관련 사이트 등에서 접할 수 있는 열렬한 찬사들과는 퍽 대조적인데, 이런 점이 도리어 신뢰를 하고 열심히 따라하게 만든다. 찬 수레는 조용한 법이라던가.

교본은 각각의 동작을 나눠담은 올컬러 사진과 해당동작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위주로 꾸며져있다. 원래는 참선요가의 원리와 초보용 40동작을 담은 1권과 고급용 80동작을 담은 2권으로 나뉘어 4~5년 전에 나왔던 것을, 원리 부분은 빼고 40동작용과 80동작용을 합치고 다듬어 1권으로 만든 것이 이 책이다.(고급용 80동작 속에 초보용 40동작이 모두 포함되어있다. 단, 순서는 상당히 다르다.) 그동안 교습을 진행하며 웹 게시판 상에서 주고받은 여러 가지 질문과 대답도 함께 실려있다. 문답에서는 호흡법이나 식이요법 등의 기타 건강법에 대한 스님의 생각 등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도 있다. 교본과 관련된 비디오도 2종이 나와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단지 동작을 배우기 위해서라면 비디오만으로도 어느 정도 될 것 같다. 하나만 사려면 비디오만 사는 편이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동작별 상세설명과 문답에 포함된 다양한 수행요령 및 건강정보도 꽤 요긴하다. 적어도 교본을 한번은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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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말씀
냐나틸로카 지음, 김재성 옮김 / 고요한소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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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의 육성에 가장 가까운 경전이자 남방불교권에서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함경](실은 수십 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을 주요개념별로 발췌, 정리한 독특한 형식의 선집이다. 아함경 선집은 여러 가지 나와있으나 이처럼 원래의 순서와 편제로부터 벗어나 마치 사전처럼 주요개념들을 항목별로 정리한 후 그에 해당하는 원문을 발췌해놓은 것은 흔치 않다.

이런 형식은 확실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아함경은 석가모니의 45년에 걸친 수많은 개별설법들을 한데 묶어놓은 것이라 필요할 때 원하는 주제나 개념에 해당하는 부분을 척척 찾아내기가 간단치 않다. 배열순서도 순서려니와 비슷한 내용이 여기저기서 반복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그날그날의 청중에 따라 적절한 설법을 한 것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런 곤란함을 아주 간편하게 극복하게끔 해준다. 간단한 도입부에 이어 사성제를 큰 뼈대로 해서 오온, 삼법인, 팔정도 등의 순서로 차곡차곡 구성해놓았으니 얼마나 찾아보고 인용하기 좋겠는가. 연구자들에게는 좋은 사전인 셈이다.

반면 그로 인한 한계도 분명하다. 이 책은 일종의 사전처럼 보조적으로 활용할 생각으로 장만해야지 결코 이 책으로 사성제나 팔정도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전으로 대체할 수 있는 공부란 세상에 없지 않은가. 해당주제에 대한 별도의 해설서와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 책으로 아함경 일독을 대체하려는 생각 또한 위험천만한 것이다. 아직 다 번역되지도 않은 수십 권짜리 전집을 모두 보기야 어렵더라도 4권 정도의 분량으로 추려진 선집 정도는 읽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책은 그에 비해 우선 너무 얇은 데다가 뼈대만 있고 살은 없는 격이다. 이런 특징들만 감안한다면 요긴한 사전 내지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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