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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환경 - 정토총서 2
법륜 / 정토출판 / 1998년 12월
평점 :
21세기 들어 한국 환경운동의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불교계의 적극적 참여를 언급할 수 있다. 이전까지 복지 문제 정도만을 주요한 사회참여 방법으로 여기던 불교계는 지율 스님의 천성산 살리기 운동, 수경 스님의 새만금 삼보일배, 도법 스님과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의 귀농 및 유기농 운동, 법륜 스님과 정토회의 생활 속 생태주의 실천, 범교단적으로 추진했던 지리산 댐 반대운동과 북한산 터널 반대운동 등을 전개하며 급속히 환경운동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불교를 무작정 빌고 복 받는 신앙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당연한, 뒤늦었지만 새삼스레 반가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딴은, 불교만큼 생태주의와 쉽고 자연스럽게 접목될 수 있는 사상이 또 어디 있던가. 하지만 일련의 실천들이 이론적 풍부화로까지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 불교사상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2500년 역사의 거대담론을 21세기 초의 물신숭배 사회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아직은 정리된 결과물들이 좀 빈약하다.
이 책은 그중 반가운 하나의 사례다. 불교 교리를 생태주의에 적용할 경우 어떠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수 있는지 상당히 쉽고도 명쾌하게 잘 정리되어있다. 법륜 스님의 직접집필이 아니라 강연 및 대담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환경문제의 구체적인 쟁점들(예를 들면 빈곤과 생태주의의 충돌, 인간과 여타 생명의 우열 등)에 대해서도 분명한 언급을 하고 있어 많은 참고가 된다. 그 입장에 찬동하든 하지 않든, 우선 하나의 입장을 접하는 것 자체가 좋은 시발점이 아니겠는가.
불교적 환경운동, 불교와 생태주의 간의 관계 등에 대해 궁금한 이들(특히 초심자)에게 아무런 주저 없이 적극 권할 수 있는 훌륭한 입문서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다만 입문 내지 개괄이라는 점을 잊지만 않으면 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은 물론 아니다. 앞으로 이 주제와 관련한 풍부한 문헌들이 계속 나와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