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말씀
냐나틸로카 지음, 김재성 옮김 / 고요한소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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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의 육성에 가장 가까운 경전이자 남방불교권에서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함경](실은 수십 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을 주요개념별로 발췌, 정리한 독특한 형식의 선집이다. 아함경 선집은 여러 가지 나와있으나 이처럼 원래의 순서와 편제로부터 벗어나 마치 사전처럼 주요개념들을 항목별로 정리한 후 그에 해당하는 원문을 발췌해놓은 것은 흔치 않다.

이런 형식은 확실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아함경은 석가모니의 45년에 걸친 수많은 개별설법들을 한데 묶어놓은 것이라 필요할 때 원하는 주제나 개념에 해당하는 부분을 척척 찾아내기가 간단치 않다. 배열순서도 순서려니와 비슷한 내용이 여기저기서 반복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그날그날의 청중에 따라 적절한 설법을 한 것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런 곤란함을 아주 간편하게 극복하게끔 해준다. 간단한 도입부에 이어 사성제를 큰 뼈대로 해서 오온, 삼법인, 팔정도 등의 순서로 차곡차곡 구성해놓았으니 얼마나 찾아보고 인용하기 좋겠는가. 연구자들에게는 좋은 사전인 셈이다.

반면 그로 인한 한계도 분명하다. 이 책은 일종의 사전처럼 보조적으로 활용할 생각으로 장만해야지 결코 이 책으로 사성제나 팔정도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전으로 대체할 수 있는 공부란 세상에 없지 않은가. 해당주제에 대한 별도의 해설서와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 책으로 아함경 일독을 대체하려는 생각 또한 위험천만한 것이다. 아직 다 번역되지도 않은 수십 권짜리 전집을 모두 보기야 어렵더라도 4권 정도의 분량으로 추려진 선집 정도는 읽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책은 그에 비해 우선 너무 얇은 데다가 뼈대만 있고 살은 없는 격이다. 이런 특징들만 감안한다면 요긴한 사전 내지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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