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가 - 판소리 대전집
박동진 노래 / 예전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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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도 판소리의 대중화, 현대화에 힘쓰고 창작판소리에도 열성을 들인 박동진 명창에게 '대표작'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가 인간문화재로 등재된 것이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적벽가'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흥보가', '수궁가'에도 탁월함을 보였고 '변강쇠전'이라는 고유 레파토리까지 보유했던 그였지만, 역시 박 명창의 최고장기는 적벽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집 녹음이 아닌 점이 아쉽기는 하나 적벽가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에 적절히 포커스를 맞춰 CD 2장에 담아낸 본작은 녹음도 무난하고 여전히 구하기도 쉬우며 무엇보다도 박 명창의 소리 자체가 건재를 과시할 당시의 것(88년 녹음)이라 금상첨화라 할 만하다. 박 명창의 해학과 재치가 십분 발휘되고 있는 '군사 설움타령' 대목은 물론 적벽가의 눈이라고 할 '적벽대전' 대목에서 보여주는 장쾌한 박진감 또한 가히 일품이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음질도 좋으며 소리도 좋은 적벽가 음반은 몇 되지 않는 바, 그중에서도 이 음반은 단연 1순위로 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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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소리선집 10 / 진도강강술래와상여소리
Various Artists 노래 / 신나라뮤직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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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라고 하면 자그마한 섬 하나가 왠만한 나라 하나만큼의 문화적 독창성과 고유성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호남의 진주다. 그중에서도 고갱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진도 민속음악이요, 이를 대표하는 것이 진도 강강술래, 진도 상여소리, 그리고 진도 씻김굿이며, 이 분야의 명인으로 이름난 분으로 조공례, 박병천, 김대례 등을 꼽을 수가 있다. 이 음반은 그중 조공례 명창이 앞소리를 맡은 진도 강강술래가 16분 50초, 조공례에 더하여 김대례와 박병천 등까지 총출동한 진도 상여소리가 22분 23초에 걸쳐 담긴 기념비적인 녹음이다. 이들의 소리가 담긴 음반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더 있지만 특히 조공례의 경우 빼놓아서는 매우 곤란한 녹음이 바로 이것이다.

'상여소리'야 그렇다치고 '강강술래'는 다 아는 가락인데 뭐 구태여 CD로까지 사서 들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조 명창의 여타 음반들에 비해 몇 년 빨리 녹음되어 건강과 음색이 한결 나은 상태를 보여주는 본작은 그야말로 전율의 소리를 들려준다. 누구나 대충은 흥얼거릴 수 있는 강강술래도 명창이 신기(神氣)가 들려 부르면 이렇게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웅변으로 입증하고 있다. 앞소리와 뒷소리로 나누어 주고받는 형식의 민요가 가지는 독특한 무속성이랄까. 비슷한 사례로 김소희 명창이 [구음] 음반 등에서 들려주었던 '뱃노래'(88 올림픽 폐회식때도 선보여 전세계를 감흥시킨 바 있다)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민요에 관심있는 분, 남도음악에 관심있는 분, 좋은 '소리'에 목말라하시는 분들께 필청의 명반임을 보증하여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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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 다시 부르기 1
김광석 노래 / 신나라뮤직 / 199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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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다시 부르기 2]를 한국 포크의 명작으로 추켜세우기도 하지만 나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분명 김광석의 가창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수록곡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리메이크 중 원곡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한대수, 이정선, 양병집을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김광석 자신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먼저 추천하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CD 2장을 꽉 채울 수 있을 만큼 좋은 곡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꼽힐 만한 곡들을 제대로 모아놓은 베스트 음반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음반업자들의 기획력을 의심케 만드는 대목이지만.(가장 낫다는 4장짜리 세트물 [My Way]에도 '기다려줘', '나의 노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이 빠져있다.)

아쉬운대로 딱 1장만을 먼저 꼽으라면 김광석 스스로 기획한 이 [다시 부르기 1]을 들고 싶다. 3집 발매 즈음에 낸 이 셀프리메이크 음반은 동물원 1, 2집과 솔로 1, 2집에서 골라뽑은 10개의 보석들로 채워져있다.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어쩔 수 없다. 단 한 곡도 버릴 것이 없다. 이 음반을 통해 그의 음악에 충분히 매혹된 이라면 다른 어설픈 베스트나 편집음반이 아니라 솔로 3집과 4집을 각각 구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둘 다 명반 축에 들며, 적어도 수록곡의 절반에서 다시 한번 영롱한 광채를 접할 수 있다. 리메이크니 라이브니 미발표곡이니 DVD 동영상은 그 다음 순서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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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 고양이
데이비드 루리 지음, 재연 옮김, 테드 블랙올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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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람이 불교를 만화로 그렸는데 한국 스님이 번역을 했다... 솔깃한 카피가 아닐 수 없다. 불과 86쪽 남짓의 가벼운 분량에 부담없는 가격, 각각 2쪽 남짓의 단편모음집... 옆에 있다면 집어들어보지 않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들춰보게 된 본작은 과연 책으로 일독하기보다는(어차피 1시간이면 충분히 다 본다) 잡지, 사이트, 아니면 문지방에 걸어두고 오며가며 한번씩들 웃기 좋은 작품같다. 요컨대 집중이 아닌 산개전 식으로 퍼져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뜻인데, 그러니까 마치 지하철 역사 벽에 붙어있는 싯구나 산문구절 혹은 있을 만한 데마다 꼭 걸려있는 서예나 동양화 족자처럼, 그렇게 가볍고 부담없으면서도 그렇게 적당한 여운을 남겨준다. 알고 지내온 누군가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별스럽지도 않은 한 마디를 툭 던지고 지나갔는데 그게 묘하게 한나절쯤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경험과 같은 것, 을 여기서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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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손자병법 - 전4권 세트
정비석 지음 / 은행나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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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신세대가 설치고 포스트주의가 날뛰어도 사극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끝도 없이 방영되는 TV 사극이 그렇고, 영화로 줄줄이 쏟아져나오는 동서양 역사물들 [트로이], [영웅] 등 이 그렇고, 역사소설이 그렇다. 그중 [삼국지]와 국내물들을 제외하면 가장 각광을 받았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이 아닐까 한다. 재미 위주의 '대중 역사소설'을 많이도 써내려갔던 그리고 한때 열심히 친일도 했던 작가의 최대히트작 중 하나답게 재판도 여러 번 나왔다.

[열국지]의 오초 전쟁편을 중심대본으로 해서 써나간 것으로 보이는 본작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TV 사극같은 역사소설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장점과 단점도 딱 반반이다. 어차피 아득한 2500년 전 남의 나라 이야기니만큼 심각하게 따질 것까진 없다손 치더라도 이 소설의 장점은 어디까지나 흥미에 있지 깊이에 있지는 않다. 딴은, 중국 역사소설 중 제일 고단수면서도 또한 제일 딱딱한 것이 [열국지]임을 감안한다면 일부분이나마 이처럼 흥미롭게 풀어 읽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할 것이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어내려간 후 사극 특유의 찌끼미가 좀 남더라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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