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식물 꽃이 숨쉬는 책 시리즈 1
서정남 외 지음 / 부민문화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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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열풍으로 톡톡히 덕을 본 업종이 몇 가지 있다. 유기농, 요가, 명상, 그리고 원예. 새집증후군/시멘트독의 심각성과 식물(특히 관엽식물)이 건강에 매우 좋다는 사실이 동시에 알려지면서 이전에는 별로들 거들떠보지도 않던 산세비에리아가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고, 동네 꽃집에는 꽃보다도 관엽식물이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너도 나도 건강을 위해 화분을 키우는 시대가 도래한 덕분에 꼴보기 싫던 조화(造花)가 자취를 감추는 양상은 내겐 보너스다.

시대상을 반영하여 식물이 왜, 어떻게 몸에 좋은지 알려주는 책도 여러 권 나오고 식물 재배법 책도 예전의 꾀죄죄한 것들과는 편집 자체가 확 다른 새것이 여러 가지 나왔지만 아직 분야별로 적당한 것을 고르기에 충분치는 않은 느낌이다. 그중 관엽식물을 다룬 것으로는 이 책이 가장 쓸만해보인다. 총 90가지의 관엽식물(및 약간의 다육식물) 재배법을 120여쪽에 걸쳐 다루고 있고, 나머지는 실내에서 식물을 가꾸기 위한 지식 일반을 다루고 있는데, 내용도 비교적 정확한 것 같고 편집체계도 실용적으로 잘돼있으며 품종명도 일본식으로 이상하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원래대로 잘 붙여놓았다. 올컬러이기도 하고.(아직도 이런 책을 흑백본문으로 내는 출판사가 있긴 있더라는 놀라운 사실.)

다만 조금 더 많은 품종을 조금 더 자세한 내용으로 다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며, 특이하게도 ㄱㄴㄷ순이 아니라 영어명의 알파벳순으로 배열을 해놓아서(맨앞에 아디안텀 Adiantum이 나오고 두 번째는 에크메아 Aechmea인 식이다) 매번 책 말미의 '식물 이름 찾아보기'를 먼저 들춰봐야 하는 불편함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2003년 3월의 초판을 2005년 1월에 개정해서 내놓은 것인데도 그렇다. 재개정판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참고로 사이트에는 지은이가 한 명으로 나와있지만 사실은 서정남, 최지용, 허무룡, 박천호의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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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 10집 - 상처
한대수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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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결합을 했다면 퓨전일 것이요 한번 만나봤다면 크로스오버일 것이지만, 이 정도라면 그저 '마주침'이라고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음반 소개에 쓰여있는 "초기의 어쿠스틱 사운드로 회귀" 운운은 한참 엇나간 소리이고, 추천글에 쓰여있는 "온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 운운도 음반사 보도자료다운 소리다. 이건 딱 보기에도 한대수가 재즈하는 사람들과 만나 하루이틀만에 후딱 녹음해치운 결과물이다.

다국적으로 구성된 재즈 뮤지션들(대략 이우창과 친구들이라 부를 수 있을)의 연주는 과연 프로다운 들을 구석이 있고, 'No Control'같은 블루스락 취향이나 '먼지'같이 참신한 포크랩(?) 취향의 신곡들에서는 여전히 번득이는 노장의 직감이 느껴진다. 한대수의 포크락과 어쿠스틱 재즈밴드의 결합은 사운드 면으로 봐도 상당히 괜찮은 조합으로 들린다.(실제로 그들은 이런 편성으로 단독공연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바 있다.) 최근 몇 년동안 시도했던 하드락 밴드(김도균 밴드)와의 조합이 썩 성공적인 게 아니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여전히 그를 싱어송라이터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싱어송라이터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사운드나 연주기량이 아니라는 점이다. 10곡의 수록곡 중 3곡이 자신의 곡의 재녹음, 2곡은 유명한 곡의 리바이벌, 그리고 2곡은 다른 나라 민요다. 한 앨범의 7/10이 구곡(舊曲)인 싱어송라이터의 음반을 사서 듣고 싶은 음악팬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는 조영남처럼 편해지고 싶게라도 된 것일까. 컴백 이후 어딘지 자꾸만 갈짓자 걸음을 걷는 듯한 한대수를 보며 그가 직접 쓴 [비틀즈 vs. 밥 딜런]의 한 챕터를 떠올리게 된다. 비틀즈에게는 브라이언 엡스타인이라는 걸출한 매니저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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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즈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 교양문고 VS 시리즈
한대수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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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시리즈'의 첫 권이라는 [비틀즈 vs. 밥 딜런]을 한대수가 썼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게 여겨질 법도 한 일이다. 이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60년대의 뉴욕 한복판에서 이들의 영향을 잔뜩 받아가며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확립해가던 한 젊은이가 몇 년 후 한국 포크락/싱어송라이터의 새 장을 열어젖히게 되더라는 사연을 숙지하고 있는 독자라면 말이다. 이쯤 되고 보면 과연 한대수가 비틀즈와 밥 딜런에 대해 뭐라고 했을지가, 책의 원래 의도였을 '비틀즈와 밥 딜런 비교하며 이해하기'보다 훨씬 궁금해지게 된다.

간추려 말하자면 이렇다; 이 책에서 한대수는 존 레논을 자기동일시하고 있으며 밥 딜런을 맹렬히 질투하고 있다. 우선, 그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평가는 애당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과연 '객관적'인 서술이 나와줄 수 있는 종류의 인간들인지가 의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러려고 애는 쓰고 보는 평론가들의 글도 찾아보면 꽤 많다. 이 책에선 그냥 한대수가 그들에 대해 한아름쯤의 주관을 담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흥미 당기는 이런저런 가십성 정보들과 함께, 역시 주관적으로 읽어나가주면 그만이다. 더 이상의 기대는 접어두시라.

얼핏 생각하면 존 레논을 밀어내고 밥 딜런과 어깨동무를 할 것도 같지만 한대수의 태도는 정반대다. 불행한 성장배경이라는 공통점 탓인지 한대수는 존 레논을 높이 치는 정도를 벗어나 곳곳에서 은근히 그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어한다. 요컨대 자신의 영웅인 것이다. 반면 밥 딜런에 대한 질시는 노골적이어서 그를 위대한 포크시인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케 할 위험마저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밥 딜런과 비교하지 존 레논과 비교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저자일 터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다투는 법이지 아예 다른 사람들끼리는 싸울 일도 없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보면 어린애처럼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마는 저자의 순진함 쪽에 오히려 눈길이 가닿게 된다. 그래서다. 이 책은 비틀즈와 밥 딜런을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그 두 거울 사이에 선 한대수를 읽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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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베어 [dts] - 할인행사
아론 블레이즈, 밥 워커 감독, 조아퀸 피닉스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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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라면 '트윈 픽스'부터 조건반사로 튀어나오게 되어있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와 프레데릭 벡을 말하는 중인데, 이들도 인간인지라 작품의 갯수에 한계가 있는 한편으로 워낙 유명한 나머지 이미 본 사람이 너무 많다. 이 둘 말고는 뭐가 없을까? 어른들을 위한 것이라면 좀 난감해지지만,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다행히 [브라더 베어]라는 게 하나 있다.([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는 DVD 출시가 안됐다. 아마도 곧 나올테지만.)

디즈니 작품이라고 해서 괜스레 사시부터 뜨고 볼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아이들이 보기에 어떨까를 상상해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어른들에게는 이리저리 책잡힐 구석이 없지 않아보이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 볼거리 가득하게 화려한 화면, 적당히 들썩거려주는 스펙터클, 충분히 만화다운 환상성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간과 동물의 서로 감싸안기라는 바람직한 주제를 무난하게 전달해주고 있으니 이만 하면 합격점이 아닐까.

작품 자체가 새로운 것이니만큼 DVD의 품질에는 걱정할 거리가 없을 것 같다. 다만 더빙된 말과 자막의 글이 계속 엇나가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좀 궁금하다. 다양한 서플먼트를 수록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어린이용 작품인데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 갸우뚱하게 되기도 한다. 별다른 흠집들이야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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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 rough 1~12(완결) 세트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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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선수를 소재로 한 드문 만화이기 이전에, [러프]는 어디까지나 미츠루 아다치표 만화다. 야구가 됐든 권투가 됐든 수영이 됐든, 미츠루 아다치 만화는 그냥 미츠루 아다치 만화다. 이 말을 바꿔 표현해서 '가장 일본적인 정서를 지닌 만화'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또달리 변주하면 '만화계의 오즈 야스지로'라고 해도 큰 탈은 안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소재야 어떻든 얼개는 늘 똑같다. 남학생과 여학생, X각관계, 성장과 풋사랑... 그리고 기법도 늘 똑같다. 거의 똑같이 생긴 주인공들이 짓는 거의 똑같이 알듯모를듯한 표정에서 베어나오는 열갈래 스무갈래 감수성의 결들... 그리고 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결국은 늘 똑같다. '음... 미츠루 아다치였군, 빙긋.' 이런 구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작품이 [러프]다. 그의 팬이라면 무조건 필독일 것이요, 그에게 별 재미를 못본 독자라면 계속 재미를 못볼 게 틀림없다. 요즘 시대에 맞건 안 맞건, 이쯤 되면 하나의 전형으로 기념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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