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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즈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 ㅣ 교양문고 VS 시리즈
한대수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vs 시리즈'의 첫 권이라는 [비틀즈 vs. 밥 딜런]을 한대수가 썼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게 여겨질 법도 한 일이다. 이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60년대의 뉴욕 한복판에서 이들의 영향을 잔뜩 받아가며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확립해가던 한 젊은이가 몇 년 후 한국 포크락/싱어송라이터의 새 장을 열어젖히게 되더라는 사연을 숙지하고 있는 독자라면 말이다. 이쯤 되고 보면 과연 한대수가 비틀즈와 밥 딜런에 대해 뭐라고 했을지가, 책의 원래 의도였을 '비틀즈와 밥 딜런 비교하며 이해하기'보다 훨씬 궁금해지게 된다.
간추려 말하자면 이렇다; 이 책에서 한대수는 존 레논을 자기동일시하고 있으며 밥 딜런을 맹렬히 질투하고 있다. 우선, 그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평가는 애당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과연 '객관적'인 서술이 나와줄 수 있는 종류의 인간들인지가 의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러려고 애는 쓰고 보는 평론가들의 글도 찾아보면 꽤 많다. 이 책에선 그냥 한대수가 그들에 대해 한아름쯤의 주관을 담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흥미 당기는 이런저런 가십성 정보들과 함께, 역시 주관적으로 읽어나가주면 그만이다. 더 이상의 기대는 접어두시라.
얼핏 생각하면 존 레논을 밀어내고 밥 딜런과 어깨동무를 할 것도 같지만 한대수의 태도는 정반대다. 불행한 성장배경이라는 공통점 탓인지 한대수는 존 레논을 높이 치는 정도를 벗어나 곳곳에서 은근히 그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어한다. 요컨대 자신의 영웅인 것이다. 반면 밥 딜런에 대한 질시는 노골적이어서 그를 위대한 포크시인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케 할 위험마저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밥 딜런과 비교하지 존 레논과 비교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저자일 터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다투는 법이지 아예 다른 사람들끼리는 싸울 일도 없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보면 어린애처럼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마는 저자의 순진함 쪽에 오히려 눈길이 가닿게 된다. 그래서다. 이 책은 비틀즈와 밥 딜런을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그 두 거울 사이에 선 한대수를 읽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