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대수 10집 - 상처
한대수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4년 4월
평점 :
아예 결합을 했다면 퓨전일 것이요 한번 만나봤다면 크로스오버일 것이지만, 이 정도라면 그저 '마주침'이라고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음반 소개에 쓰여있는 "초기의 어쿠스틱 사운드로 회귀" 운운은 한참 엇나간 소리이고, 추천글에 쓰여있는 "온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 운운도 음반사 보도자료다운 소리다. 이건 딱 보기에도 한대수가 재즈하는 사람들과 만나 하루이틀만에 후딱 녹음해치운 결과물이다.
다국적으로 구성된 재즈 뮤지션들(대략 이우창과 친구들이라 부를 수 있을)의 연주는 과연 프로다운 들을 구석이 있고, 'No Control'같은 블루스락 취향이나 '먼지'같이 참신한 포크랩(?) 취향의 신곡들에서는 여전히 번득이는 노장의 직감이 느껴진다. 한대수의 포크락과 어쿠스틱 재즈밴드의 결합은 사운드 면으로 봐도 상당히 괜찮은 조합으로 들린다.(실제로 그들은 이런 편성으로 단독공연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바 있다.) 최근 몇 년동안 시도했던 하드락 밴드(김도균 밴드)와의 조합이 썩 성공적인 게 아니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여전히 그를 싱어송라이터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싱어송라이터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사운드나 연주기량이 아니라는 점이다. 10곡의 수록곡 중 3곡이 자신의 곡의 재녹음, 2곡은 유명한 곡의 리바이벌, 그리고 2곡은 다른 나라 민요다. 한 앨범의 7/10이 구곡(舊曲)인 싱어송라이터의 음반을 사서 듣고 싶은 음악팬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는 조영남처럼 편해지고 싶게라도 된 것일까. 컴백 이후 어딘지 자꾸만 갈짓자 걸음을 걷는 듯한 한대수를 보며 그가 직접 쓴 [비틀즈 vs. 밥 딜런]의 한 챕터를 떠올리게 된다. 비틀즈에게는 브라이언 엡스타인이라는 걸출한 매니저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