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신드롬 - [할인행사]
제임스 브릿지 감독, 마이클 더글라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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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선을 끄는 것은 주연배우들이다. 마이클 더글라스, 제인 폰다, 그리고 잭 레먼. 쟁쟁한 헐리우드 스타들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제목 또한 아리송하다. 이들이 모여 무슨 이야기를? 정답은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소재로--내가 보기에 결코 주제는 아니다--전개되는 '권력집단의 음모' 이야기이다. 따라서 잭 레먼도 장기인 코믹 연기는 온데간데 없고 매우 진지하게 연기를 펼친다. 하지만 이 영화를 핵폐기장 반대운동과 연계시키거나 하는 시도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펠리칸 브리프]가 자연보호 영화가 아니듯, 본작도 핵발전소 반대 영화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둘 다 어디까지나 (사회적인 소재를 활용한, 스릴과 서스펜스를 의도하는) 음모이론 이야기이고, 헐리우드 감독과 헐리우드 배우들이 헐리우드 식으로 매끄럽게 만들어놓은 그런 영화들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경륜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역시 탄탄하고, (예전 영화인 탓도 있겠지만) 절제되고 안정감있는 연출이 사실감을 높여주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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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 걸작집 - LP Sleeve
서유석 노래 / 뮤직리서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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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걸작집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실은 그냥 정규음반이다. 여하간 서유석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73년에 처음 발매되었던 것이 2005년에야 CD화되었는데, CD 속의 설명에는 2집이라고 되어있지만 다른 자료에는 4집이라는 등 혼선이 있다. 당시의 음반들이 종종 그렇듯. 김삼순으로 다시 유명해진 서유석이지만, 아쉽게도 본작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없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없는 곡이 그것 하나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삼순이 뜨기 전까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서유석의 대표곡이었던 <가는 세월>도 없고, <비야 비야>도 <타박네>도 <진주 난봉가>도, '컴백작' <홀로 아리랑>도 없다. <하늘>은 이상하게도 허밍 버전으로 녹음이 되어있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제목은 거창하게 걸작집이지만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그의 대표작으로 제대로 실려있는 것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야>와 <쿰바야>가 보이지만 다른 가수들도 많이 불렀던 곡이고, <담배>, <정말 몰라요> 등 좋은 곡도 여럿 있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곡이다. 오히려 '숨은 걸작집'으로 타이틀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고 해도 <철날 때도 됐지>나 <파란 많은 세상>처럼 그의 풍자가수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다른 곡들 역시 빠져있는 것은 역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것 같지만.

서유석의 진짜 베스트 음반을 찾는 분이라면 결국 더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예전 음악인처럼 그 역시 제대로 구성된 베스트 음반이 나와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멋대로 베스트라는 제목을 갖다붙였거나, 선곡이 영 워스트이거나, 선곡은 괜찮대도 정작 들어보면 셀프리메이크거나.) 설사 나온 적이 있더라도 현재 구할 길이 없다. 서유석의 음반 자체로는 수작이지만 <아름다운 사람>을 비롯한 그의 대표작들을 구하는 분들에게는 부적격인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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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열국지 세트 - 전12권 - 완역 결정본
풍몽룡 지음, 김구용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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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와 열국지의 관계를 비유하자면 마치 [반지의 제왕]과 [실마릴리온]의 관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후자가 전자의 앞 역사를 다룬 것이라는 점에서도, 후자가 다루는 기간이 전자보다 훨씬 길다는 점에서도, 그리하여 전자는 몇몇 주요 영웅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 반해 후자는 길디 긴 역사 그 자체가 주인공 노릇을 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꼽아보자면 차이점이 훨씬 더 많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를 비교한다는 것은 중국과 영국, 혹은 동양과 서양을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롭고 호사롭다.

그렇듯 열국지는 삼국지의 앞에도 있고 위에도 있다. 이실직고하건대 더 재미있는 쪽은 삼국지다. 천변만화하는 책략과 술법에 있어서도, 그로부터 배워갈 수 있는 갖가지 지혜에 있어서도 삼국지가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 열국지는 무려 550년이라는 세월을 다루고 있으니만큼 끝도 없이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나라 사이에 얼키고 설켜 전개되는 이야기에 우선 질리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어느 한 구절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관중에서 공자를 거쳐 진시황에 이르기까지, 관포지교에서 결초보은을 거쳐 와신상담에 이르기까지 어느 인물 어느 고사 하나 가벼이 여길 대목이 없는 탓이다.

이렇듯 도도한 역사의 물결에 휩쓸려 정신 없이 떠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경지'에 이르게 된다. 더 이상 허우적대지 않고 둥둥 떠서 유유자적 물놀이를 즐길 줄 아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쯤 되었다면 아마도 1/3은 넘어 읽은 후일 것이고, 나머지 분량의 독파는 물론 이제는 어느 소설의 대하에 몸을 맡기더라도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역사를 읽는 안목을 얻게 되었달까. 이것이 바로 열국지만이 비장하고 있는 보배이자 삼국지의 위에 있다는 이유인 것이다.

강으로부터 무엇을 얻어갈지는 그러나 헤엄에 익숙한 이라도 제각각이게 마련이다. 어떤 이는 물을, 어떤 이는 물고기를, 또 어떤 이는 헤엄치는 재미를 얻어갈 것이다. 열국지라는 대하 또한 마찬가지이다. 거기에는 역사 상식이 있으며 치세의 비술이 있고 더하여 읽는 재미 또한 있다. 나의 경우 남은 것은 공허한 감상이었다. 결국에는 모두 죽고 모두 망하더라는 것이다.(책은 진나라의 이른 몰락까지를 다룬다.) 혹은 달랑 몇 줄 등장할 뿐이고 혹은 두 권에 걸쳐 활약상이 서술되지만, 혹은 아무 한 일 없이 비명횡사하고 혹은 혁혁한 공을 세우고도 편안한 여생을 누리지만, 그래도 결국에 가서 죽기는 매일반이더라는 어설픈 독후감은 100년을 못 사는 필부가 550년에 달하는 난세의 호걸들을 과분히 만나 얻은 배탈이리라.

김구용 선생의 열국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정역正譯으로 이미 공증을 받아놓았다. 번역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거 참 유려하더라는 한 마디 뿐이다. 연변대학의 교수진이 공동으로 달려들었던 연변판 삼국지 등의 성과에 버금가는 일개인의 위업이다. 편집 또한 못지 않은 정성을 쏟아 또 하나의 공훈을 세웠다. 매권마다 첨부된 원고지 총 2700매 분량의 부록은 그것만을 모아 단행본으로 내놓아도 칭찬을 받을 법하다. 유일하게 헐뜯어볼 구석이라면 알록달록 촌스러운 표지 디자인 정도랄까. 삼국지라는 봉우리를 딛고 오르면 비로소 아득히 펼쳐지는 산맥, 열국지다. 둘의 순서를 거꾸로 밟는 무모함만 주의한다면 필시 귀한 얻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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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 Hi City Guide Book 2
이유안 지음 / 김영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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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가이드북이 생각 외로 여러 가지가 나와있다. 싱가포르와 달리 공항에 내려도 무료로 제공되는 가이드북을 찾을 수 없어서인지(한글판 브로셔가 비치되어있긴 하지만 가이드북을 대신할 수준은 못 된다)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이 찾는 곳이어선지 모르겠으나, 짧은 기간이나마 들러본 바로는 별달리 볼 것도 할 것도 그렇다고 살 것도 없는 도시가 지나치게 유명세를 타는 게 아닌가 싶은 느낌도 갖는다.

여하튼 경유지로라도 홍콩은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이 찾는 곳이고, 서울 이상의 물가를 자랑하는지라 아무 데서나 먹고 자면 곤란해지는 곳이기도 한 탓에 적당한 수준의 가이드북이 하나 필요하긴 한데, 내가 비교해보기로는 이 책이 가장 실용적이었다. 우선 홍콩이라는 도시의 수준에 딱 적당한 분량과 크기인 것 같고, 내용도 며칠간의 단기방문자에게 적절하게끔 잘 챙겨놓았다.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 즐길거리가 간결명료하게 정리되어있을 뿐 아니라 식당, 숙소 등의 가격정보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첫째, 별 것 없긴 하지만 홍콩이라는 도시의 역사나 현황 등에 대한 개괄적 설명이 다만 2쪽 정도라도 추가되었으면 하는 것과 둘째, 지도가 좀 더 상세하고 풍부했으면 하는 것이지만, 지도라면 공항에 좋은 것이 비치되어있으니 별 문제는 아닐 것 같다. 꾸준한 업데이트만 이루어진다면 대표적인 홍콩 가이드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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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이은숙 지음 / 혜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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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한글로 쓴 티벳 여행 가이드북은 이것이 2005년 8월 현재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물론 영어판 론니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매우 흉악한 시각을 가진 중국책 번역판을 울며 겨자먹기로 참고할 수도 있고, 가이드북이 아닌 여행기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는 충분한 이유는 이 책이 아직 여러 모로 부족하기 때문이며, 그럴 수 있는 이상은 아닌 이유는 이 책이 그래도 어지간히 쓸 만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출판사(실은 티벳 여행상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여행사)가 재판을 준비한다며 책을 시중에서 회수해버린 상태라는 점이다. 그런 탓에 서점에서 사긴 어렵고 여행사/출판사로 연락을 취해야만 구할 수 있다.(홈페이지를 통하면 되니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긴 하다.) 두 번째 문제는 지도가 상당히 부실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다른 홈페이지들을 뒤져서 해결해야 한다. 세 번째 문제는 부록처럼 딸린 네팔편의 정보가 꼼꼼하지 못하다는 점이다.(여행지로 가는 교통편이나 입장료가 생략되어있다, 숙소 정보가 제대로 안 나와있다, 등등.) 네 번째로 앞의 화보 몇 장만 제외하고 올흑백이라는 것이나 편집기술이 좀 떨어진다는 것까지 지적하기엔 '돈 안되는' 티벳 가이드북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다행히도 티벳 관련 기본정보는 여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 수준이 된다. 책이 나온지 불과 1년 사이에 바뀐 정보도 여러 가지가 있고, 티벳에 대한 개괄적 소개 부분은 두산백과사전(네이버나 엠파스에서 백과사전 검색을 하면 나오는)을 그대로 베낀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유일무이한 한국판 티벳 가이드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도 나올 만하다. 그만큼 티벳 여행이란 아무래도 좀 특수한 영역이니까. 하루빨리 듬뿍 업그레이드된 개정판이 나와주기를 바란다.

* 이 책을 들고 2005년 8월 중순에 17일간의 티벳-네팔 세미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라싸~카트만두 구간). 준비를 하면서, 또 현장경험을 통해 책의 틀린 부분이나 추가할 부분을 체크해두었다가 정리해서 저의 마이페이퍼에 올렸으니 같은 구간의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29921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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