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 한국의 버섯
조덕현 지음 / 아카데미서적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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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버섯 도감이 꽤 여러 가지 나와있는데, 그 중 이미 여러 권의 버섯 관련 책을 낸 바 있는 전문연구자의 것이라고 해서 관심 있게 펼쳐보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은 듯함에도 들여다보면 볼수록 뭔가가 부족하다. 사진들도 좋고 설명도 충실하며 313종을 수록하고 있으므로 다루는 종의 범위도 다른 책들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도감으로 활용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몇 있으니, 우선 페이지 구분이 불편하게 되어있다. 통상 도감이란 것은 한 페이지에 한 종을 싣든 두 종을 싣든 페이지별로 항목이 딱딱 떨어지게 만들기 마련인데 그렇지가 않다. 대부분의 항목이 두 페이지 정도에 걸쳐있어서 보기가 편하지 않다. 사진도 종마다 딱 한 장씩만 수록하고 있어 동정에 어려움이 있다. 버섯이란 것은 돋아나기 시작할 때와 다 자라서 갓을 완전히 펼친 상태의 모습이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장으론 종종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든 종의 포자 모양을 수록하고 있다고 해서 기대해보았으나 이 역시 손으로 윤곽선만 그린 단순한 그림에 불과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책에 아연실색하게 된 것은 아무리 찾아보아도 색인이 없다는 대목에서다. 그렇다고 본문의 항목들이 가나다순이나 서식장소, 색깔 등 참고하기 쉬운 순서로 실려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로지 분류학적 체계와 라틴어 학명에 따라 배열되어있기 때문에 여기에 낯선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그저 뒤죽박죽으로만 보인다. 버섯 한 가지를 이름으로 찾으려면 몇 페이지에 걸친 빽빽한 목차를 전부 훑어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옛날도 아니고 2003년에 발간된 책이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중의 거의 모든 도감이 본문수록순 목차, 국명별 색인, 학명별 색인, 심지어는 영어명이나 일어명별 색인까지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다른 도감 쪽으로 손이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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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mily of Man (Paperback, 30, Revised)
Edward Steichen / Museum of Modern Art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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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잘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는 시대가 되었다. 더 좋은 장비를 사고, 더 많이 출사를 나가고, 더 자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온라인 사진커뮤니티, 사진갤러리에 올라오는 사진들도 많이 본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보자.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글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을까? 피아노를 잘 치기 위해 동네 피아노학원 원장님의 연주를 열심히 감상하는 사람이 있던가? 

말할 나위 없이, 세계최고의 명작이라고 칭송받는 작품들부터 감상해가며 안목을 키워나가는 게 순서다. 그렇다면 사진계에서는 어떤 작가와 어떤 작품들이 세계최고라고 칭송을 받는가? 브레송이 있고 매그넘이 있고 등등... 지금도 건재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있고 아쉽게도 폐간된 [라이프]가 있고 기타등등... 그런데 너무 많고 구하기도 쉽지 않고 더구나 너무 비싸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 책이 그 해답이다. 아무리 광고카피같이 들려도 할 수 없다. 20세기 전반기 사진예술의 총망라로 이 책을 꼽는 데 반대하는 사람을 찾기란 전세계적으로 힘들다. 애당초 그렇게 기획되었던 것이고, 반세기의 세월을 견디며 그 기획력이 십분 입증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기획자/편집자인 에드워드 스타이켄을 싫어할 수는 있어도, 또 기획의 전반에 도도하게 흐르는 '위 아 더 월드' 정신을 낡고 철지난 것이라 폄하할 수는 있어도 그 성과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놀라우리만치 방대한 후보군으로부터 걸러낸 68개국의 사진가 273명의 작품 503장이 마치 하나의 스토리인 듯 이어져가는 구성을 보고있노라면 그 직조실력에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세계적인 대가로부터 무명사진가에 이르는 숱한 이들의 작품 하나하나도 퍽 좋다. 인물을 찍은 다큐사진이 중심이라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이 분야를 빼고 사진을 논하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잖은가.(한창 배우는 입장이라면 오히려 반가운 일일 것 같다.) 

아직까지 정식번역본이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놀랍게도 과거에 '무단번역본'이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간단히 주문해서 오래지 않아 받아볼 수 있는 시대인 것이 반갑기만 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사진집 치고는 파격세일가에 속한다. 한 마디로 (평생 사람은 찍지 않겠다는 결심이라도 하지 않은 이상) 기본 중의 기본교재에 해당하는 사진집이 이 책이다. 고작 필터 하나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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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포유동물
윤명희 외 지음, 박정길 그림, 원병오 감수 / 동방미디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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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크기의 다른 나라들보다는 비교적 풍부하다곤 하지만, 역시 한국은 아프리카처럼 포유동물이 와글대는 나라는 아니다. 그나마 있는 것들도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에 몰린 게 태반이며 살아남은 녀석들은 깊게 숨죽인 채 밤에만 돌아다니는 야행성이 되었다.(인간 때문에 야행성으로 진화했을 거라고 믿는다.)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일 듯한 포유류가 정작 남의 나라 사람들이 더 먼 나라 가서 찍어온 다큐멘터리 속에서나 친숙한 이유다.

그럼에도, 놀랍게도 또 고맙게도, 살아남은 포유류들이 있다. 흔하게는 다람쥐와 청설모에서부터 너구리, 족제비, 노루와 고라니, 멧돼지를 거쳐 수달과 반달가슴곰과 산양, 하늘다람쥐에 이르기까지, 아직까지 남한 땅에 중대형 포유동물들이 살아남아있다는 것이 기적적이기만 하다. 그뿐이랴. 바다에는 갖가지 돌고래와 물범 등이 저 먼 곳 어딘가에서 뛰어놀고 있다. 하지만 우린 모른다. 실은 현관 앞에 핀 꽃다지도 알아볼 줄 모르고 근처 공원에 왁자지껄한 직박구리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다. 

사정이 그렇기에 이 책은 더욱 빛난다. 한국의 포유류에 대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무이할 뿐 아니라 충분히 알찬 본격 도감이다. 원로 생물학자 원병오 교수의 감수 아래 분야에 따라 총 4명의 전문연구자들이 힘을 합쳐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래서 육지 포유류는 물론 바다 포유류며 박쥐목까지 그야말로 포유류란 포유류는 완전히 섭렵하고 있다. 예컨대 참돌고래과의 15종, 쇠돌고래과의 3종, 무려 21가지의 박쥐류,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종들도 모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종도 모두, 심지어 외래종인 뉴트리아까지. 실로 충실하다.

사진으로만은 도저히 어렵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세밀화를 활용했지만 사진 자료도 꽤 된다. 대학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다니만큼 정확성과 전문성이야 보증된 것이겠지만 일반인이 읽어도 어렵거나 따분할 것은 없다. 치열(이빨)에 대한 설명이나 외형에 대한 지극히 상세한 설명만큼은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까짓것 좀 건너뛰어도 상관 없다. 화질 좋은 올컬러판 그림과 사진이 풍부하니까.

크고(대략 공책 크기) 비싸다는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휴대는 어렵고(어차피 그럴 일도 거의 없겠지만) 마음을 한 차례 먹어야 될 만한 가격이다. 세밀화의 퀄리티가 조금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훨씬 싸고 내용도 괜찮은 도감 겸 해설서--[저 푸름을 닮은 야생동물], 유병호, 다른세상--도 있긴 하다.(대신 여기엔 바다 포유류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책을 한 권 소장하지 않기엔 너무 허전하다. 책이 너무 아깝고 아이들에게 괜히 미안하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뛰어노는 이름도 외우기 힘든 동물들을 사랑하는 것도 나쁠 거야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땅 어딘가에서 간신히 삶을 이어가고 있는 '불쌍한 녀석들'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는 게 순서가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난개발에 밀리고 로드킬에 치이며 마지막 숨을 헐떡거리고 있을지 모르는 까닭이며, 책임을 다른 이에게 돌리기엔 우리 모두가 너무나도 많은 혜택을 나눠갖고 있는 탓이며, 묶인 매듭을 풀어주러 올 타국의 누군가가 있지도 않거니와 설령 있다 해도 너무나 부끄러운 노릇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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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UM KOREA - 매그넘이 본 한국
매그넘 지음 / 한겨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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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사전지식 없이 "외국의 유명한 사진가들이 한국에 우르르 몰려와서 찍은 사진이라더라"는 정도의 호기심과 기대만으로, 한편으로 한국의 진지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찍은 결과물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한 채 이 사진집을 대한다면 즐겁고 인상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정가 10만원이라는 막대한 액수를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지 막막할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매그넘은 이 정도 수준이 아니다. 여러 매체에서 되풀이해 접해왔던 그 압도적인 실력, 다큐멘터리 사진의 금메달리스트 집단, 20세기 후반 다큐사진을 이끌어온 거대한 카리스마... 확인할 방법은 간단하다. 매그넘 60주년 기념 사진집인 [매그넘 매그넘]이라는 책이 이미 국내에 나와있다. 정가 16만원으로 더욱 비싸지만 대신 위의 책보다 분량이 2배 가까이 두껍다. 너무 부담스럽다면 [현장에서 만난 20th C : 매그넘 1947~2006]이라는 것도 있다. 훨씬 싸긴 하지만, 대신 싸게 생겼다.

물론 이 책들을 직접비교할 이유는 없다. [매그넘 매그넘] 등은 지난 60년간의 대표작 모음이고, [매그넘 코리아]는 하나의 프로젝트 결과물이므로 아예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그 동안 봐왔던 매그넘의 대표작들에 비해 너무 많이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작업시간의 한계가 아닐까 한다. 주최측(한겨레신문)이 최대한 많은 수의 사진가를 불러와 양적 규모를 부풀리려다보니 사진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2주 가량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국내용 주간지에나 싣자는 수준이다. 대부분이 생전 처음 와보는 나라일텐데 달랑 2주라니, 오가고 인사하고 행사 한두 개 참석하면 10일도 안될 시간 동안 뭘 하란 말인가. 다큐사진가와 단체관광객을 혼동이라도 한 건지?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병, 질보다 양이다 병, 사진의 퀄리티에 대해 별로 고민할 줄 모르는 일간지 사진부의 한계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일 것이다.

사진은 한순간 번뜩이는 섬광 따위와는 거리가 먼 작업이다. 보다 많이 돌아다니고, 보다 많이 시간을 들이고, 보다 많이 찍는 게 보다 좋은 사진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있을 매그넘 작가들이 "한결같이 작업시간에 아쉬움을 표했다"는 한겨레 기사를 보면서 나 또한 아쉬움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잠깐 다녀간 외국의 거장보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결과물이 더 나아보인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레이소다, 포토비 등의 온라인 갤러리에서 이런 사진들을 적잖이 접할 수 있다.) 실제로 둘을 뒤섞어놓고 어떤 게 매그넘의 것인지 골라보라고 하면 난감한 결과가 나올 거라 호언장담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어쨌든 매그넘의 유명사진가들이 한국을 찍었다는 기념될 만한 사실에 있다. 사진집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분,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집을 이미 구비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번 '기념사진집'도 하나 더 갖출 만할 것이다. 하지만 여차하면 10만원을 호가하는 사진집 가격에 익숙치 않다면, 더구나 아직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집을 갖고 있지 않다면 위에서 밝힌 다른 책들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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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윤 2008-11-05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매그넘에 대해 알고 있지만 매그넘 책을 살까 고민하던 중에
유랑단자님께서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책을 다 알려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태일이 1 - 어린 시절
최호철 그림, 박태옥 글,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 돌베개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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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단행본이 출간되었군요. 월간 [고래가 그랬어]를 통해 꾸준히 봐오고 있습니다만, 한 마디로 걸작입니다. 전태일의 전기만화라고 하면 아무래도 선입견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뭔가 딱딱하지 않을까, 선명하지 않을까, 지루하지 않을까 등등.

다행히도 아닙니다. 책의 아무 페이지나, 혹은 [고래가 그랬어]의 아무 연재 분량이나 펼쳐서 조금만 확인해본다면 아실 겁니다. 그런 우려를 봄눈처럼 녹여주는 훈훈한 내용과 그림체... 한 사람과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 그리고 그 시대 모든 이의 사는 모습을 옆에서 부대껴 겪은 듯한 페이지마다에서 한 시절의 땀과 내음이 베어나옵니다. 

전설적인 노동열사 전태일 이전에 어떻게든 열심히 세상을 살아보고자 하는, 어찌 보면 평범한 고민을 하는 20대 초반의 한 청년을, 그리고 그 이전에 예쁜 누나에게 반하고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10대 후반의 한 청소년을 이 만화는 그려나갑니다. 그 아이가 어떻게 해서 노동운동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잠시 잊어버리셔도 좋습니다. 작품 스스로 입을 열어 말하는 오랜만의 체험에는 그 편이 더 낫습니다.

막 그리는 그림체, 분량 뻥튀기, 자극적인 말장난이 마치 유행처럼 넘쳐나는 시대에 [태일이]는 완성도만으로도 하나의 전범을 보여줍니다. 한 컷 한 컷 대충 넘어가지 않는 장인적인 정성과 손맛이 어떤 감흥을 전달해줄 수 있는지 마치 보고 배우라는 듯합니다.

초등학생들에게도 위험하거나 불온할 것이 전혀 없는 성장만화, 서정만화이자 청소년들에게는 꼭 알아야 할 우리의 현대사를 전해주는 전기만화, 역사만화이며 그 시절을 아는 모든 어른들에게 지금 이곳이 어디였던가를 되새기게 해주는 잘 그린 한국만화가 [태일이]입니다. 한국만화사에 오랫동안 회자될 제목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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