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mily of Man (Paperback, 30, Revised)
Edward Steichen / Museum of Modern Art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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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잘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는 시대가 되었다. 더 좋은 장비를 사고, 더 많이 출사를 나가고, 더 자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온라인 사진커뮤니티, 사진갤러리에 올라오는 사진들도 많이 본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보자.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글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을까? 피아노를 잘 치기 위해 동네 피아노학원 원장님의 연주를 열심히 감상하는 사람이 있던가? 

말할 나위 없이, 세계최고의 명작이라고 칭송받는 작품들부터 감상해가며 안목을 키워나가는 게 순서다. 그렇다면 사진계에서는 어떤 작가와 어떤 작품들이 세계최고라고 칭송을 받는가? 브레송이 있고 매그넘이 있고 등등... 지금도 건재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있고 아쉽게도 폐간된 [라이프]가 있고 기타등등... 그런데 너무 많고 구하기도 쉽지 않고 더구나 너무 비싸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 책이 그 해답이다. 아무리 광고카피같이 들려도 할 수 없다. 20세기 전반기 사진예술의 총망라로 이 책을 꼽는 데 반대하는 사람을 찾기란 전세계적으로 힘들다. 애당초 그렇게 기획되었던 것이고, 반세기의 세월을 견디며 그 기획력이 십분 입증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기획자/편집자인 에드워드 스타이켄을 싫어할 수는 있어도, 또 기획의 전반에 도도하게 흐르는 '위 아 더 월드' 정신을 낡고 철지난 것이라 폄하할 수는 있어도 그 성과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놀라우리만치 방대한 후보군으로부터 걸러낸 68개국의 사진가 273명의 작품 503장이 마치 하나의 스토리인 듯 이어져가는 구성을 보고있노라면 그 직조실력에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세계적인 대가로부터 무명사진가에 이르는 숱한 이들의 작품 하나하나도 퍽 좋다. 인물을 찍은 다큐사진이 중심이라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이 분야를 빼고 사진을 논하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잖은가.(한창 배우는 입장이라면 오히려 반가운 일일 것 같다.) 

아직까지 정식번역본이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놀랍게도 과거에 '무단번역본'이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간단히 주문해서 오래지 않아 받아볼 수 있는 시대인 것이 반갑기만 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사진집 치고는 파격세일가에 속한다. 한 마디로 (평생 사람은 찍지 않겠다는 결심이라도 하지 않은 이상) 기본 중의 기본교재에 해당하는 사진집이 이 책이다. 고작 필터 하나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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