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이 1 - 어린 시절
최호철 그림, 박태옥 글,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 돌베개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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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단행본이 출간되었군요. 월간 [고래가 그랬어]를 통해 꾸준히 봐오고 있습니다만, 한 마디로 걸작입니다. 전태일의 전기만화라고 하면 아무래도 선입견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뭔가 딱딱하지 않을까, 선명하지 않을까, 지루하지 않을까 등등.

다행히도 아닙니다. 책의 아무 페이지나, 혹은 [고래가 그랬어]의 아무 연재 분량이나 펼쳐서 조금만 확인해본다면 아실 겁니다. 그런 우려를 봄눈처럼 녹여주는 훈훈한 내용과 그림체... 한 사람과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 그리고 그 시대 모든 이의 사는 모습을 옆에서 부대껴 겪은 듯한 페이지마다에서 한 시절의 땀과 내음이 베어나옵니다. 

전설적인 노동열사 전태일 이전에 어떻게든 열심히 세상을 살아보고자 하는, 어찌 보면 평범한 고민을 하는 20대 초반의 한 청년을, 그리고 그 이전에 예쁜 누나에게 반하고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10대 후반의 한 청소년을 이 만화는 그려나갑니다. 그 아이가 어떻게 해서 노동운동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잠시 잊어버리셔도 좋습니다. 작품 스스로 입을 열어 말하는 오랜만의 체험에는 그 편이 더 낫습니다.

막 그리는 그림체, 분량 뻥튀기, 자극적인 말장난이 마치 유행처럼 넘쳐나는 시대에 [태일이]는 완성도만으로도 하나의 전범을 보여줍니다. 한 컷 한 컷 대충 넘어가지 않는 장인적인 정성과 손맛이 어떤 감흥을 전달해줄 수 있는지 마치 보고 배우라는 듯합니다.

초등학생들에게도 위험하거나 불온할 것이 전혀 없는 성장만화, 서정만화이자 청소년들에게는 꼭 알아야 할 우리의 현대사를 전해주는 전기만화, 역사만화이며 그 시절을 아는 모든 어른들에게 지금 이곳이 어디였던가를 되새기게 해주는 잘 그린 한국만화가 [태일이]입니다. 한국만화사에 오랫동안 회자될 제목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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