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모음집 (12CD)
굴렁쇠 아이들 노래, 백창우 작곡 / 보림(음반)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요즘 동요 CD들, 문제 많다고 본다. 일단 거의 모든 반주가 전자음(미디)으로 도배되어있다. 악기와 음색만 그럴 리가 있나. 편곡 자체가 요란뻑적지근하다. 동요의 댄스뮤직화가 이루어져있다고 할까. 그나마 녹음이나 제대로 되어있으면 모르겠는데 좋은 오디오로 재생했을 경우 21세기에 녹음한 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의 음질인 것도 드물지 않다. 한 마디로 노래방 사운드, 고속도로 휴게소 수준이다.

 

세상이 그러려니 하기엔 아이에게 끼치는 정서적 영향이 너무 클 것 같아 걱정하던 차에 이 음반을 발견했다. 노래마을 시절부터 알고 있던 백창우라는 이름이 우선 신뢰감을 준다. 12장이라는 묵직한 분량은 (알라딘은 물론 바깥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대폭할인가격이 안심을 시켜준다. 대략 장당 3500원 이하의 가격에 살 수 있는 듯하니 낱장으로 살 때의 반값. 대다수의 다른 동요 CD들보다도 싼 셈이다.

 

그렇게 해서 집에 도착한 듬직한 박스셋. 무작정 틀어보니 일단 음질이 안심이다. 전혀 거슬리지 않게 제대로 된 녹음이다. 전자음의 사용도 최대한 자제되고 있다. 대신 어쿠스틱 악기들, 특히 국악기의 적절한 사용이 편안함을 안겨준다. 노래들이 거기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는 건 물론이다. 전래동요의 편곡들, 동시에 붙인 창작동요들, 모두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친근감이 가득하다.

 

여기 실린 동요들은 감상용의 성격이 강하다. 편곡부터가 그렇게 되어있고(보통 동요들은 1분 내외인데 이 음반의 곡들은 2~3분씩 되는 게 많다) 알려진 곡도 별로 없다. 감상 가치는 충분해서 아이들은 물론 같이 듣는 부모의 정서 순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단지 가창 부분은 조금 더 세련됐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은 든다. 아이들이 부르는 것은 대부분 좋은데, 작곡자 본인이 기어이 직접 부르는 트랙들은 포크 매니아들에게나 어필하지 아이들 들려주기엔 글쎄인 듯 싶다.('기어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 똑같은 곡을 일반 버전과 백창우 버전으로 함께 싣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가수의 한을 푸셔도 되는 건지...^^) 그밖에 몇몇 트랙에서도 동요와 민중가요 사이에 어중간하게 서있는 듯한 곡과 가창이 간간이 엿보이는데, 아쉽다. 단호하게 뺐어야 했다고 본다. 하지만 옥의 티 수준이다. 10곡 중 9곡은 정말 아름답고 순수한 동요들 맞다.

 

조금 그런 느낌은 든다. 이런 동요만 들려주다가는 필시 대안학교에 보내야만 될 것 같은...^^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줄 우리 모두 안다. 정반대의 빤짝거리고 뺀질거리는 음악들, 문화들, 감각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이런 음악은 작은 중화제 정도의 역할일 거라고 본다. 앞서 말했듯 이 음반들은 다분히 감상용 동요의 성격이 강하거니와, 어차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배우고 불러야 할 유명 동요들은 따로 장만해야 한다. 아무리 실드를 쳐봐도 아이돌 댄스뮤직을 안 듣게 만드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엄마 아빠와 함께 집에서라도 이런 음악 들어가며 정서적 중화를 시켜줘야 크게 엇나가진 않을 거라는 믿음 반 기대 반, 그런 마음으로 백창우의 동요를 튼다. 우선 나부터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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